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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파주서 사라진 억대 트랙터가 중동에…치밀했던 범행현장

입력 2021-05-11 17:02 수정 2021-05-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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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트랙터를 절도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트랙터를 이동시키는 모습. [파주경찰서 제공]지난해 9월 트랙터를 절도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트랙터를 이동시키는 모습. [파주경찰서 제공]
지난해 9월, 늦은 밤 파주의 한 도로. 트랙터가 시동을 켜고 조심스레 움직입니다. 두 달 뒤인 11월 새벽에도 또 다른 트랙터가 도로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파주에서 일하는 30대 외국인 근로자 A씨와 B씨가 훔친 트랙터들입니다.

이 트랙터는 트럭 컨테이너에 실려 옮겨졌고 부산신항 부두에서 발견됐습니다. 경찰이 찾지 못했다면 트랙터들은 모두 A와 B씨의 고향인 중동 국가로 '수출'될 뻔했습니다. 두 트랙터의 가격을 합하면 약 2억원. 지금은 모두 주인에게 잘 전달된 상황입니다.

지난해 11월 새벽 시간에 트랙터를 훔친 뒤 이동시키는 외국인 노동자들. [파주경찰서 제공]지난해 11월 새벽 시간에 트랙터를 훔친 뒤 이동시키는 외국인 노동자들. [파주경찰서 제공]
경기 파주경찰서는 지난 7일 외국인 노동자 A,B씨를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변호인을 선임한 이들은 경찰이 몇 달간에 걸쳐 찾은 CCTV와 사진을 제시해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구속됐고 곧 재판에 넘겨질 예정입니다.

범죄는 치밀했습니다. 트랙터 '만능키'를 가지고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 트랙터의 시동을 켠 뒤 CCTV가 없는 농지 도로 위주로 조심스레 이동했습니다. 훔친 당일 예약한 트럭 컨테이너에 트랙터를 실어 부산항으로 옮겼습니다. 훔치자마자 트랙터가 파주에서 사라지게 한 겁니다.

절도한 트랙터를 컨테이너에 옮긴 뒤 이를 지켜보는 외국인 노동자. [파주경찰서 제공]절도한 트랙터를 컨테이너에 옮긴 뒤 이를 지켜보는 외국인 노동자. [파주경찰서 제공]
경찰은 두 사람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미 3대의 도난 트랙터가 이들인 거주 중인 중동 국가로 '수출'된 여죄도 확인했습니다. 현지 딜러까지 접촉한 경찰은 트랙터 판매 대금이 A와 B씨의 현지 가족에게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경찰은 두 사람 중 2007년부터 한국에 입국해 일해온 A씨가 이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B씨는 2017년 들어와 A씨와 달리 한국말이 유창하지 않습니다.

컨테이너안에 트랙터를 옮기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파주경찰서 제공] 컨테이너안에 트랙터를 옮기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파주경찰서 제공]
A씨의 경우 과거 한국에서 중고 트랙터를 수출하는 업무를 맡았던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A와 B씨는 트랙터를 훔친 뒤 사진을 찍어 중동 국가 현지 딜러에게 사진을 보냈는데, 이 사진들이 자신들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 증거가 됐습니다.

트랙터의 주인인 이모씨는 JTBC와의 통화에서 "트랙터가 없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작년에 사서 할부도 못 갚았는데 잃어버렸으면 정말 큰일 날 뻔 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또 다른 트랙터의 주인인 이모씨도 "트랙터를 세워놓는 창고에 CCTV를 설치했다"고 말했습니다.

부산신항에서 발견된 훔친 트랙터. 경찰이 서두르지 않았으면 중동으로 수출될 뻔 했다. [파주경찰서 제공]부산신항에서 발견된 훔친 트랙터. 경찰이 서두르지 않았으면 중동으로 수출될 뻔 했다. [파주경찰서 제공]
경찰은 유류 비용을 아끼려 고가의 트랙터를 작업장 주변에 세워두기보단 집 앞이나 창고 안에 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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