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외안구단]국경 개방 망설이는 북한...일단 "모내기 전투 시작"

입력 2021-05-10 17:40 수정 2021-05-10 18:19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농번기인 5월이 되면 북한 매체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문구가 있습니다. “밥 먹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내기에 힘을 쓰자”라는 겁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닌 듯 합니다. 노동신문은 오늘 “모내기 철이 다가온 것과 관련해 온 나라가 농촌 지원 열기로 끓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내각과 성, 중앙기관 당 조직들에서 이를 위한 조직정치 사업을 짜고들고(계획을 세워 돌입하고) 있다”라고 썼습니다.

◇봉쇄 속 농번기 시작된 북한…“자급자족” 강조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로 식량난이 가중돼 '성공적인 경작'이 더욱 절실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ㆍ중 무역이 중단되면서 비료나 농약, 농기구가 부족한 실정인 데다 지난해 수해까지 덮쳐 비축한 수확량도 많지 않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량이 약 100만 톤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벼모판을 관리하는 모습. 〈출처=조선중앙TV〉북한 주민들이 벼모판을 관리하는 모습. 〈출처=조선중앙TV〉

북한은 매년 봄철마다 보릿고개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올해는 특히 안팎의 상황이 더욱 팍팍한 겁니다. 이 때문에 연일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입니다. 어제 노동신문은 “한해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영농 공정인 모내기 전투가 시작된다”며 “오늘 우리에게 다른 길은 없다. 제 땅에서 제 힘으로 농사를 잘 지어 식량의 자급자족을 실현하는 것이 최선의 방략”이라고 강조했습니다.

◇“4월 완화설 사실이지만 방역 때문에 미뤄져”

사정이 이렇지만 국경 봉쇄를 완화한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과 중국 매체에서 '4월 완화설'이 제기됐고, 최근 북ㆍ중 국경을 찍은 위성 사진에서 열차가 운행을 재개하려는 듯한 모습도 관찰됐지만 뚜렷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통일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상황 변화를 확인할 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다리. 〈출처=연합뉴스〉중국 랴오닝성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다리. 〈출처=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북ㆍ중관계 전문가인 박종철 경상국립대 교수는 “북측이 4월에 봉쇄를 완화할 계획을 잡았던 건 맞지만 여러 가지 방역 조건이 맞지 않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수입 물품을 보관하고 소독하는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하는데 내부 물자 만으로는 준비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선박이 들어오는 항구와 북ㆍ중 국경의 세관마다 방역 시설물을 설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박 교수는 “그래도 상반기에는 봉쇄가 완화될 것”이라며 “외부에서 보는 것 만큼 식량 사정이 극도로 어렵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정은 앞에서 이례적 '전원 마스크'…방역 변화?

봉쇄 완화를 망설이는 배경에 방역 상황의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난 6월 노동신문에 실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진을 보면 이례적인 모습이 관찰됩니다. 부인 이설주 여사와 군인가족예술소조 공연을 관람했다는 보도인데요. 김 위원장 부부와 같은 줄에 앉은 군 수뇌부를 제외하고는 관람객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한 겁니다.

 
지난 6일 북한 노동신문이 공개한 군인가족공연장 사진. 김정은 위원장 부부와 군 핵심 인사를 제외한 관람객 전원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출처=노동신문〉지난 6일 북한 노동신문이 공개한 군인가족공연장 사진. 김정은 위원장 부부와 군 핵심 인사를 제외한 관람객 전원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출처=노동신문〉

이전까지는 김 위원장이 참석한 행사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았습니다. 북한 스스로 '확진자가 0명'이라고 공표해온 데다 '최고 존엄 앞에서 얼굴을 가리는 건 불경하다'는 등의 이유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강동완 동아대학교 교수는 “공연장에서는 더더욱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게 관행이었다”라며 “북한 내부의 코로나19 전파에 있어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변종 바이러스 유행에 대비한 방역 강화 차원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거나 의심 증세로 대거 자가격리가 이뤄졌다는 등의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오늘(10일) 브리핑에서 “국경 봉쇄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는 북ㆍ중 간 다양한 협의 요소들이 있을 텐데 '방역'에 관한 여러 조치들도 그 중 하나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