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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더운 4월, 추운 5월…또 다시 찾아온 이상(異常)의 일상(日常)화

입력 2021-05-10 09:32 수정 2021-05-10 09:40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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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77)

봄이 찾아와 포근해졌다, 포근해지기 무섭게 벌써 기온이 크게 올랐다…는 말이 무섭게 이번엔 다시 쌀쌀해졌습니다. 2021년 5월 6일, 일 최저기온은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산지에는 폭설이 쏟아졌고, 도심에서도 시민들은 '다시 겨울 옷을 꺼내입어야 하나' 헷갈릴 만큼 차가운 바람이 불었죠.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이상(異常)의 일상(日常)화'가 일어난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더운 4월, 추운 5월…또 다시 찾아온 이상(異常)의 일상(日常)화


#더운_봄_추운_봄
 
[박상욱의 기후 1.5] 더운 4월, 추운 5월…또 다시 찾아온 이상(異常)의 일상(日常)화

역대 가장 이른 시기에 벚꽃이 필 정도로 3월 전국의 평균기온은 역대 1위(8.9℃)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역대 2위와 3위가 모두 최근입니다. 4살 아이에겐 태어난 이후 3번이나 3월 전국 평균기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셈입니다. 평균기온만 1등이었던 것이 아닙니다. 최고기온도 14.9℃로 1위, 최저기온도 3.4℃로 1위였습니다. 안타깝게도 4살짜리 어린아이에겐 이러한 변화가 '당연한 일'로 여겨질지도 모릅니다. '더운 봄'과 같은 이상 현상이 이들에겐 일상이 되고 있는 거죠.

그 다음 달인 4월에도 이상 현상은 이어졌습니다. 초여름 같은 더위와 갑작스런 한파가 동시에 찾아온 것이죠. 특히, 갑작스런 한파로 역대 가장 늦은 한파특보가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4월 13일 밤부터 내륙을 중심으로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겁니다.

 
4월 전국 일 평균기온 변화 추이 (자료: 기상청)4월 전국 일 평균기온 변화 추이 (자료: 기상청)


이렇게 4월 중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영하의 추위가 찾아왔다가 월말엔 돌연 30℃에 육박하는 이른 더위가 찾아왔습니다. 4월 22일, 영월에선 30℃의 일 최고기온이 기록됐습니다. 평년보다 무려 10℃나 높은 기온이었죠. 이곳만 더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21일과 22일 이틀간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26℃에 달했습니다. 26℃면 어느 정도일까요. 이는 6월 평년 수준의 기온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더운 4월, 추운 5월…또 다시 찾아온 이상(異常)의 일상(日常)화

역대 손꼽히게 쌀쌀했던 지난해 4월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명확해집니다. 4월중 전국 평균 일 최저기온이 10℃ 이상이었던 날은 2021년 8.1일에 달했습니다. 2020년엔 1.2일에 불과했고요. 최근 30년간의 평균값이 5.5일인 것에 비하면 2021년과 2020년은 극과 극을 보였습니다. 일 최고기온이 20℃ 이상이었던 날은 2021년 12.6일에 달했습니다. 4월 한 달간 햇빛이 비춰진 일조시간은 2021년 4월 235.7시간, 2020년 4월 277시간으로 2020년이 더 길었습니다. 구름의 양도, 강수량도, 비가 온 일수도 올해가 지난해보다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더 더운 건 2021년, 바로 올해였습니다.


#첫_주부터_기록_쏟아진_5월
5월에도 전에 본 적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했습니다. 5월 1일, 강원 산지엔 대설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5월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것은 22년만의 일이었죠. 강원도 구룡령 자동관측기엔 이날 정오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18.5cm의 적설량이 기록될 정도였습니다. 대관령에도 1.6cm가 쌓이면서 34년만의 '5월에 내린 눈'으로 기록됐고요. 뿐만 아니라 전북 덕유산엔 3일 5cm 가량의 눈이 쌓이기도 했습니다.

 
역대 5월 첫 주 일 최저기온 최저값 순위표 (자료: 기상청)역대 5월 첫 주 일 최저기온 최저값 순위표 (자료: 기상청)


얼마나 쌀쌀한 것일까. 5월 첫 주에 한 해 전국 주요 관측지점 95곳의 역대 일 최저기온 기록을 살펴봤습니다. 이중 33곳에서 올해 5월 첫 주는 '손꼽히게 추운 날'로 기록됐습니다. 특히 추풍령의 경우, 관측을 개시한 1937년 1월 11일 이래 가장 추운 5월 첫 주가 바로 올해였습니다. 그 밖에도 군산(1968년 1월 1일)과 진주(1969년 3월 1일), 천안(1972년 1월 8일), 해남(1972년 2월 3일), 문경(1973년 1월 1일), 거창(1972년 1월 24일), 창원(1985년 7월 1일) 등의 경우에도 관측을 시작한지 30~40년새 5번째 이내로 가장 추운 날이었습니다.

 
기상청의 예상 일기도(왼쪽)와 미국 메인주립대 기후변화연구소의 실시간 제트기류 분석 자료기상청의 예상 일기도(왼쪽)와 미국 메인주립대 기후변화연구소의 실시간 제트기류 분석 자료


지금 당장 “이것 또한 기후변화 때문이다”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지난 4월 한파 때야 비가 온 뒤 젖었던 땅이 잠시 '반짝'한 햇빛에 말라가며 열을 빼앗고, 지구가 뿜어내는 복사열을 가둬둘 구름 없이 그 열이 그대로 빠져나가는 복사냉각 현상 또한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제트기류가 또 다시 내려앉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제트기류의 변화에 주목을 해야 합니다.

 
지난 3월과 4월, 북극 제트기류의 변화 (자료: 기상청)지난 3월과 4월, 북극 제트기류의 변화 (자료: 기상청)


제트기류가 강해졌다 약해졌다를 반복하는 것은 본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기온이 오르는 날도 있고, 떨어지는 날도 있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례적'인 변화는, 다시 말해 우리 인간의 활동에 따른 '인위적'인 변화는 이상 기상 현상을 부르기 마련입니다.

지난 3월엔 이례적·일시적으로 북극 제트기류가 강화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위도 지역 전반이 평소보다 더워졌다면 이번엔 그 반대였습니다. 힘이 약해진 제트기류는 물결치듯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모양새로 쳐지게 됩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제트기류가 힘이 빠지면서 더웠다 추웠다 기온이 널뛰기를 했지만 시베리아는 이 같은 북극 제트기류의 변화가 지속적인 더위를 겪게 됐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곧 예측 불가능한 상황의 증가를 의미합니다. 이는 예상치 못한 피해로 이어지고요. 이를 막을 유일한 방법은 온실가스 감축뿐입니다. 지난달 세계기후정상회의에서 대통령은 “연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그 목표는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사실 정답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2050년까지 우리가 흡수할 수 있는 만큼만 뿜어내는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상태, 즉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배출량은 연간 4130만톤 가량입니다. 현재(2018년 기준) 우리는 한 해에 7억 2760만톤을 뿜어냈고요. 30년만에 연간 배출량을 6억 8천만톤 넘게 줄여야 하는 상황인 것이죠. 이를 달성하려면 2030년, 우리의 배출량을 4억 5천만톤 수준으로 만들어놔야 합니다. 때문에, 수정된 NDC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은,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그 목표를 '어떻게 실현하느냐'에 대한 로드맵이(혹은 감축 대상이나 감축의 주체를 어떻게 설득하냐는 로드맵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가고 있습니다. 1초, 1시간, 하루… 이를 내놓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우리가 앞으로 1초, 1시간, 하루에 줄여야 하는 양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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