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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서 또 차량 폭탄 테러…미군 철수로 치안 불안|아침& 세계

입력 2021-05-10 08:54 수정 2021-05-10 10:52

김수완 한국외대 교수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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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완 한국외대 교수 연결

■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지난달 30일 아프가니스탄 동부 로가르 주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 소식 1주일 전에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사건 발생 불과 열흘도 지나지 않아서 이번에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차량 폭탄 테러가 또 일어났습니다. 미군 철수가 본격화 되면서 아프가니스탄의 치안이 극도로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카불에 위치한 고등학교 앞입니다. 지난 8일 학교 정문 앞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서 폭탄이 터졌습니다. 일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폭탄이 실려 있던 차량은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들 만큼 완전히 불에 탔습니다. 학생들의 신발과 책 가방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교과서는 찢어졌고 피로 얼룩졌습니다. 폭발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온 가족들은 정부가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고 사건 발생 이후에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분노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피해 학생의 가족 : 정부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폭발 현장에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사망자를 이송할 구급차도 아직 안 보입니다. 조사를 위해 여기 온 공무원도 없어요.]

사건 현장이 수습된 직후 아프가니스탄 내무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사망자는 30명 부상자는 52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중상자가 많아서 희생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우리 시간으로 오늘(10일) 새벽까지  최소 68명이 숨지고 165명 넘게 다쳤다고 보도했습니다. 피해자 대부분은 고등학교 여학생들이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교육부는 해당 학교에서 3교대로 여학생과 남학생이 번갈아 가면서 수업을 해왔는데 이번 차량 폭탄 테러는 여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시간에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상을 입은 여학생의 말도 들어보시겠습니다.

[피해 여학생 : (수업을 마치고) 학교를 나가던 도중 친구가 죽었어요. 몇 분 후에 폭발이 또 일어났고, 그 뒤에 한 번 더 폭발이 일어났어요. 모두 비명을 질렀고, 사방에 피가 흘렀어요.]

어제는 이번 차량 폭탄 테러로 희생당한 여학생들의 합동 장례식이 엄수됐습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테러의 배후로 탈레반을 지목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본격적으로 철수하면서,탈레반이 전국적으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탈레반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극악 무도한 범죄에 대한 책임은 오직 극단주의 테러 조직 IS에게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잇따르고 있는 폭탄 테러의 배경과 파장 중동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중동 지역학 박사인 김수완 한국외대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이번 차량 폭탄 테러는 학교 정문 앞에서 발생했습니다. 여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시간대에 정확히 폭탄이 터졌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여학생들을 노린 범죄다 이런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계세요?

    과거 이슬람 과격단체들 탈레반이나 알카에다 등이 병원이나 학교, 지하철, 음식점 그리고 나이트클럽 같은 관광지. 이른바 소프트 타깃을 겨냥한 무차별 테러를 벌여왔는데요. 심지어 국제구호단체에 대한 테러 공격도 서슴지 않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소프트 타깃 공격이 2001년에 9.11테러 이후에 테러리즘이 대세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그러니까 대응할 준비도 돼 있지 않고 반격 능력도 없는 불특정 다수 민간인들의 일상공간을 노리면서 대중의 공포심리를 극대화하고 파급효과가 큰 것이 소프트 타깃의 특징인데요. 이번 카불고등학교 차량 폭탄테러도 말씀하신 대로 여학생들이 수업 받고 귀가하는 시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여학생들을 노린 전형적인 이슬람 과격단체의 소프트 타깃 테러로 볼 수 있습니다.

 
  • 아직까지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는 단체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앞서 전해 드린 것처럼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탈레반의 소행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고요. 하지만 탈레반은 적극 부인하면서 IS 소행이다, 이렇게 반박을 하고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과거 탈레반이 이와 유사한 테러를 자행하고도 본인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정했던 사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번 폭발 발생지역이 카불 서부지역이 IS가 그동안 자주 공격 받아왔던 곳인 만큼 IS의 보복성 소행일 가능성도 무시하지는 못합니다. 그렇지만 최근에 미군 철군이 시작되면서 격화된 아프가니스탄 정부군과 탈레반의 전투에서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을 압박하고 혼란을 야기하고자 하는 탈레반의 공격일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습니다.

 
  • 미군 철수로 인해서 아프가니스탄의 치안은 계속해서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미군은 철수가 완료된 후에도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히기는 했습니다. 어떤 방식의 후속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세요?

    2001년 10월에 미군이 처음으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했거든요. 그런데 20주년을 맞아서 이제 미군 철수하겠다고 하는데 철수 후에 아프가니스탄 앞날에 굉장히 큰 우려가 또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미국의 입장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 더이상 군사적 해법도 없고 이 전쟁에서 너무 오랫동안 행해 왔다. 그래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는데 실질적으로 2001년 파병 이후 20년 동안 미군 사망자가 약 2400명, 부상자만 해도 2만여 명에 이르는 큰 피해를 입었고요. 그리고 미국이 그동안 아프가니스탄에 쏟아 부은 전쟁 비용이 약 2조 달러, 한화로는 23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에 이미 아프간전쟁은 베트남전 이후에 미국의 또 다른 실패 케이스로 남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 이후에 군사적으로는 관여하지 않겠지만 외교적, 인도적 임무는 계속하겠다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방침이고 또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을 훈련시키거나 탈레반 등의 평화 협상 등을 계속 지원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밀리 미 합참의장도 아프가니스탄 공군이 탈레반을 저지하는 데 있어서 핵심전략이 공군이니까 앞으로 약 1년에 40억 달러를 전투기 장비를 지원하는 방안으로 고려하겠다, 이러면서 아프간 철군 이후에 정부군을 지원하는 방안을 보장하고 있는 중인데요. 어쨌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평화적, 인도적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나 이미 너무나 큰 비용과 희생을 치른 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서 미국이 향후에 얼마나 적극적인 지원을 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번 차량 폭탄 테러는 미군 철수 후 혼란이 격화될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카불 주재 미 대사 대리인 로스 윌슨은 "수십 명의 아이들을 살해한 이 용서할 수 없는 공격은 아프가니스탄의 미래에 대한 공격이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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