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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24시]국내 마약의 30% 유통하던 조직 '일망타진'

입력 2021-05-06 21:54 수정 2021-05-0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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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서울 강남의 주택가에서 마약 판매 조직의 총책을 검거하는 장면.〈사진=강원경찰청 제공〉경찰이 서울 강남의 주택가에서 마약 판매 조직의 총책을 검거하는 장면.〈사진=강원경찰청 제공〉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주택가에 검은색 승용차가 서 있습니다. 잠시 뒤, 승용차와 승합차가 각각 검은색 승용차의 앞뒤를 막아섭니다. 곧이어 승합차에서 내린 건장한 남성들이 검은색 승용차에 타고 있던 사람을 에워싸 붙잡습니다. 경찰이 마약 판매 조직의 국내 총책을 붙잡는 순간입니다.

강원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마약 판매책 16명을 붙잡았다고 오늘(6일)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10명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2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인 필로폰 537g과 2천 명분에 해당하는 케타민 632g, 엑스터시 약 400정 등을 압수했습니다. 시가로 치면 22억 원어치입니다.

 
경찰이 압수한 마약류〈사진=강원경찰청 제공〉경찰이 압수한 마약류〈사진=강원경찰청 제공〉
◆해외에서 밀반입한 마약 텔레그램 통해 유통…VIP 전용 '무인거래소'도 운영

판매자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구매자에게 접근했습니다. '마약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묻는 사람에게 '아주 좋다', '마음을 안정시켜준다'면서 다가갔습니다. 젊은 사람들, 그중에서도 여성에게는 마약을 공짜로 주기도 했습니다. 호기심에 한 번 투약한 사람은 어김없이 단골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마약은 어디서 구했을까요? 공급책인 '상선'은 해외 현지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동남아 국가, 특히 요즘은 베트남에서 주로 마약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상선은 몇백 그램 단위로 포장한 마약을 항공우편으로 국내 총책에게 보냈습니다. 총책은 받은 마약을 주로 공공화장실의 변기 뒤 같은 곳에 붙여놓고, 상선에게 어딘지 알려줬습니다. 상선은 이번에는 판매책에게 연락해 위치를 가르쳐주고 마약을 수거하게 했습니다. 판매책은 마약을 가져가 1~2g 단위로 나눠 비닐봉지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구매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총책이 판매책에게 넘기기 위해 공공화장실에 숨겨놓은 마약을 경찰이 발견하는 모습.〈사진=강원경찰청 제공〉총책이 판매책에게 넘기기 위해 공공화장실에 숨겨놓은 마약을 경찰이 발견하는 모습.〈사진=강원경찰청 제공〉

검은 거래에는 어김없이 대포통장이 쓰였습니다. 구매자가 대포통장에 돈을 보내면 자기들만 아는 특정 장소에 '물건'을 숨겨두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이른바 '던지기'로, 마약 거래에 흔히 사용되는 수법입니다.

어느 정도 거래가 이어지다 보니 자주, 또 많이 구매하며 신뢰가 쌓인 'VIP' 고객이 생겼습니다. 마약 판매 조직은 특혜를 줄 방법을 고안해 냈습니다. 서울 강남 주택가에 원룸 하나를 빌렸습니다. 그 안에 007 가방을 두고 마약을 넣어놓았습니다. 그리고 VIP 고객에게 원룸 주소와 비밀번호를 알려줬습니다. 고객은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 마약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게 됐습니다. '무인거래소'를 만든 겁니다. 이렇게 무인거래소를 이용한 마약 사범이 검거된 건 처음이라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원룸에 마련된 '무인거래소'에서 경찰이 007가방에 든 마약 등을 압수하고 있다.〈사진=강원경찰청 제공〉원룸에 마련된 '무인거래소'에서 경찰이 007가방에 든 마약 등을 압수하고 있다.〈사진=강원경찰청 제공〉

◆마약 구매자 대부분 20~30대…10대 청소년까지 포함

이번에는 판매책과 함께 구매자 17명도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대부분 20~30대 젊은이였습니다. 외국에서 유학했거나, 클럽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또 여성보다는 남성 비중이 높았습니다. 이들 중 VIP 고객은 5명이었습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구매자 가운데 10대 청소년도 한 명 포함돼 있다는 겁니다. 경찰은 밝혀진 게 1명일 뿐이지, 실제로는 마약에 손을 댄 청소년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경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국내 판매 조직 하나가 완전히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조직이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전체 마약의 30% 정도를 관리했다는 설명입니다. 아직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잡히지 않은 사람들이 많지만, 거의 단순 구매자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제 경찰의 다음 목표는 해외에 있는 '상선'을 잡는 겁니다. 베트남이나 필리핀 현지에서 국내로 마약류를 밀반입시킨 인물입니다. 경찰은 텔레그램에서 '사라 김'이라는 대화명으로 활동한 사람을 상선으로 지목했습니다. 지금도 베트남에 있을 것으로 보고, 현지 경찰주재관과 공조해 소재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추방되게 만든 뒤 검거한다는 계획입니다.
 
경찰이 압수한 마약류와 범행도구 등〈사진=강원경찰청 제공〉경찰이 압수한 마약류와 범행도구 등〈사진=강원경찰청 제공〉

◆경찰 "마약사범은 처벌 아닌 치료가 목적…신고 당부"

경찰은 마약의 위험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마약은 한 번 투약하는 순간 헤어나오지 못한다며 실수든, 호기심이든 마약을 했다면 곧장 경찰에 신고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또 반드시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마약사범은 '처벌'이 아니라 '치료'가 목적이라는 겁니다. 청소년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번에도 마약 거래의 온상이 된 곳은 텔레그램이었습니다. 아이디를 바로 만들 수 있고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마약사범들은 거의 100% 텔레그램을 이용합니다. 텔레그램 본사가 해외에 있어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고, 그들 스스로가 전 세계 모든 수사기관과의 협조를 거부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발전한 수사기법으로 검거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이영길 강원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장은 "텔레그램도 어차피 흔적을 남긴다"며, "그 흔적은 경찰이 반드시 찾아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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