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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가던 할머니'도 '퇴근하던 아저씨'도 칼부림 피해자

입력 2021-05-06 17:36 수정 2021-05-06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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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은 할머니가 장 보러 가는 날이었습니다. 그 날도 여든 넘은 할머니가 차이나타운으로 음식을 사러 나갔습니다. 오후에 나간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오려고 버스를 기다리다 끔찍한 일을 당했습니다. 현지시간 4일 오후 5시쯤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복판의 버스 정류장에서 아시아계 할머니가 이유도 없이 괴한이 휘두른 칼에 맞은 것입니다.

"할머니는 독립적이고 완고해서 무언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다 하곤 했어요." 추이 퐁 엥 할머니의 손자 앤드루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할머니가 장 본 뒤 공격당한 날도 그랬을 것이라며, 사건이 일어난 다음 날(5일) 미국 ABC방송에 심경을 밝혔습니다. "칼이 폐와 늑골을 찔렀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긴 칼이었다고도요." 병원에 옮겨진 직후에는 생명이 위태로웠지만, 4시간도 넘는 긴 수술 끝에 할머니는 위기를 넘겼습니다.

현지시간 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복판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괴한에게 칼 맞은 아시아계 할머니가 4시간 넘도록 수술한 뒤 회복 중이다. 〈사진=고 펀드 미〉현지시간 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복판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괴한에게 칼 맞은 아시아계 할머니가 4시간 넘도록 수술한 뒤 회복 중이다. 〈사진=고 펀드 미〉

모금 사이트 '고 펀드 미'에서는 할머니의 손녀가 치료비를 모으고 있습니다. 목표한 5만 달러를 이미 채웠고, 모금액은 8만 달러에 거의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손녀 빅토리아는 아시아계 증오범죄를 멈춰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나의 집이자 할머니의 집입니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아시아계인) 우리도 계속 공포 속에 사는 대신 안전하다고 느끼고 싶어요."

현지시간 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복판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괴한에게 칼 맞은 할머니의 병원비를 손녀가 모금 중이다. 〈사진=고 펀드 미〉 현지시간 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복판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괴한에게 칼 맞은 할머니의 병원비를 손녀가 모금 중이다. 〈사진=고 펀드 미〉

이 할머니를 찌른 괴한에게 다른 60대 아시아계 여성도 공격당했는데요. 칼에 찔려 위급했으나 역시 회복 중입니다. 용의자는 54살의 패트릭 톰슨이라는 남성입니다. 두 여성을 여러 차례 찌르곤 유유히 걸어 도망쳤다가 저녁 7시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공격에 썼던 칼의 일부는 유니언스퀘어 공사장 부근에서 발견됐습니다. 유니언스퀘어는 많은 상가가 몰린 샌프란시스코의 심장입니다. 붐비는 시내에서 다른 피해가 없었다는 것에 시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아시아계 노인 두 명이 괴한의 칼에 맞은 직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 마켓 스트리트 부근의 버스 정류장 앞에서 응급 처치를 받고 있다. 〈사진=S.F. Examiner〉아시아계 노인 두 명이 괴한의 칼에 맞은 직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 마켓 스트리트 부근의 버스 정류장 앞에서 응급 처치를 받고 있다. 〈사진=S.F. Examiner〉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칼부림은 처음이 아닙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10일 퇴근하던 53살 아시아계 남성 칠링 리는 칼에 다섯 차례나 맞았습니다. 리는 베이뷰 쪽에서 우편 배달원으로 일해왔습니다. 퇴근길에 낯선 남성이 달려들어 가슴을 심하게 찌르는 바람에 폐에 구멍이 났고 갈비뼈에도 균열이 갔다고 리는 당시 ABC방송에 밝혔습니다. 난데없는 공격을 당한 뒤 리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퇴근길에 다섯 번 칼부림을 당한 뒤 크게 다친 아시아계 남성이 상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ABC방송 캡처〉지난달 퇴근길에 다섯 번 칼부림을 당한 뒤 크게 다친 아시아계 남성이 상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ABC방송 캡처〉
지난달 퇴근길에 다섯 번 칼부림을 당한 뒤 크게 다친 아시아계 남성이 상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ABC방송 캡처〉지난달 퇴근길에 다섯 번 칼부림을 당한 뒤 크게 다친 아시아계 남성이 상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ABC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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