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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시신이라도 봐 다행"…미얀마 유가족 애끊는 사연

입력 2021-05-04 21:40 수정 2021-05-0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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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희생자는 지금까지 760명이 넘습니다. 저희는 양곤에 있는, 미얀마 청년단체의 도움을 받아서 희생자 유가족들의 사연이 담긴 영상을 입수했습니다. "시신이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유가족들의 말에 지금 미얀마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담겨있었습니다. 신변 보호를 위해 이름과 얼굴은 가리고 전해드립니다.

김지아 기자입니다.

[기자]

[쩌지(가명) 어머니 : 아들이 처음 시위에 나갔을 때도 군부가 시위대에 총을 쐈어요. 그래서 '무슨 일 생길까 봐 걱정이다. 시위에 나가지 말라'고 했어요.]

그러나 아들은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쩌지(가명) 어머니 : 그때 아들은 '저는 죽어도 괜찮아요. 엄마, 시위 나가야 해요'라고 했어요.]

어머니 몰래 시위에 나갔던 쪄지는 끝내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3월 외동아들을 잃은 어머니는 그날의 총소리를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쩌지(가명) 어머니 : 그날 저는 집에 있었는데 밖에서 총소리도, 수류탄 터지는 소리도 들었어요.]

생전 아들은 자신이 몰던 세발자전거에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을 꽂았습니다.

[쩌지(가명) 어머니 : 사람들이 '맨 앞에 서 있던 세발자전거 기사가 죽었다'고 했어요. 듣자마자 '아들이구나' 싶었어요.]

아들의 시신을 마주했던 어머니의 말은 뜻밖이었습니다.

[쩌지(가명) 어머니 : 총 맞은 모습은 끔찍했지만, 시신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시신이 사라지거나, 시신을 돌려주는 대가로 경찰에서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다른 유족들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우흘라(가명) 아내 : 경찰이 시신을 가져갈까 봐 어머니와 함께 최대한 빨리 화장했어요.]

우흘라는 체포된 이웃의 석방을 요구하러 간 뒤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우흘라(가명) 아내 : 마을 청년 3명이 체포돼서 그날 밤 석방 요구하러 경찰서 가는 길에 총을 맞아 숨진 거예요.]

빨래일을 하며 생계를 겨우 이어가고 있는 아내는 더 이상 희생자가 없기만을 바란다고 했습니다.

[우흘라(가명) 아내 : 빨리 이 상황이 끝나길 바랍니다. 그래야 남편을 포함한 희생된 사람들이 하늘에서 편히 쉴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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