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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로렌조 오일'...13년째 도움 기다리는 희귀병 환자들

입력 2021-05-02 06:02 수정 2021-05-02 23:55

로렌조 오일값만 월 100만원
건강보험 안 되더라도 다른 지원 방법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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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조 오일값만 월 100만원
건강보험 안 되더라도 다른 지원 방법 고민해야

ALD로 불리는 부신백질이영양증. 영화 '로렌조 오일'을 통해 많이 알려진 병으로, 성염색체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희귀난치병입니다. 주로 10세 이하의 남자 소아에게 발생하는데, 첫 증상 이후 보통 2년 뒤 사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상이 커지기 전 골수이식을 진행하는 방법 외에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습니다. 병원 치료 외에 ALD 환자들이 기대는 유일한 희망은 로렌조 오일 뿐입니다. 로렌조 오일을 먹으면 혈중 지방산 농도가 떨어져 증상 억제에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들 돌보는 배순태 회장 〈JTBC 뉴스룸 캡처〉아들 돌보는 배순태 회장 〈JTBC 뉴스룸 캡처〉
국내에 처음 로렌조 오일을 들여온 건 ALD 부모모임 대표 배순태 회장입니다. ALD에 걸린 자신의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미국에 몇 달간 요청한 끝에 로렌조 오일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배 회장 개인적 차원에서 수입해왔지만, 현재는 국내 제약사 한 곳이 '의료용도 등 식품'으로 정식 수입하고 있습니다.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하지만 수입이 가능하다고 해서 ALD 환자들이 로렌조 오일을 맘 편히 먹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로렌조 오일은 500mL 한 병에 19만8천원. 제가 만난 ALD 환자 A씨는 하루에 120mL는 먹어야 했습니다. A씨에게 한 달에 필요한 오일은 최소 7병. 로렌조 오일값에만 약 140만원이 들어가는 셈입니다.

배 회장은 A씨 외에도 많은 부모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배 회장이 로렌조 오일 후원금을 모집하거나 기부를 받는 등 여러 방면에서 힘쓰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실제 배 회장의 휴대폰에는 ALD 환자 부모들이 보낸 메시지들로 가득했습니다.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로렌조 오일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로렌조 오일이 '의약품'이 아닌 '의료용도 등 식품'으로 구분됐기 때문입니다. 배 회장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2009년부터 현재까지 보험 적용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입니다. 의약품으로 구분되지 않은 이유는 로렌조 오일의 효능을 입증하기도 까다롭고 연구도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하지만 전문가들은 로렌조 오일의 효과가 분명하다고 말합니다. 강훈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선진국인 만큼 로렌조 오일을 의약품으로 인정하고 보험체계를 통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의약품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현재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선 크론병 환자들을 위한 특수의료용도식품을 정부사업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기사가 도움됐으면 좋겠네요”라는 말에 배 회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솔직히 기대 안 해요”. 이유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13년째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그간 아무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ALD 환자들을 위한 로렌조 오일 지원책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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