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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황금폰'...직업 이용해 불법 촬영한 사진작가

입력 2021-05-01 09:44 수정 2021-05-02 23:57

불법촬영 못하면 포토그래퍼 자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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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 못하면 포토그래퍼 자격 없다?

#사진작가의 '황금폰'…. 작품 모델부터 전 여자친구까지 '물물교환'

'황금폰' 이라는 단어가 또 등장합니다. 이번엔 사진을 업으로 삼는 사진작가들입니다.
 
두 사진작가 대화 중 일부 캡처두 사진작가 대화 중 일부 캡처

사진작가 A 씨는 '내 황금폰은 10년 전부터 시작된다'며 자랑합니다. 또 다른 사진작가 B 씨는 A 씨의 '황금폰' 속 사진을 얻기 위해 본인의 전 여자친구를 불법촬영한 사진부터 각종 음란한 사진을 보냅니다. A씨는 B씨가 보내온 사진을 평가합니다. 황금폰 속 사진을 넘길만한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두 사진작가 대화 중 일부 캡처두 사진작가 대화 중 일부 캡처
'직접 찍은 사진이 아니면 쇼당이 안 붙는다'.

이들에게 여성은 그저 물물교환의 대상이자 '물건' 이었습니다.

#불법촬영하지 못하면 포토그래퍼 자격 없다?
이들에게 사진작가라는 직업은 무엇이었을까. B씨가 과거에 여자친구를 사귈 때 불법촬영을 하지 못했다고 하니 A 씨는 이렇게 답합니다.

"포토그래퍼로서 자격 없네"
 
두 사진작가 대화 중 일부 캡처두 사진작가 대화 중 일부 캡처

A 씨는 여성의 나체 사진이 담긴 핸드폰은 '황금폰', 그보다 수위가 낮은 사진은 '황금도금폰'으로 칭했습니다.
B씨가 "물물교환하러 왔수다" 라고 말하며 A 씨에게 사진을 보내면 B 씨는 사진을 보고 '황금폰'의 사진을 줄지 '황금도금폰'의 사진을 줄지 결정합니다.

 
두 사진작가 대화 중 일부 캡처두 사진작가 대화 중 일부 캡처
사진학과 재학 시절 작품사진으로 찍은 여성의 누드사진도 이 핸드폰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예전엔 아트 한답시고 이런 거나 찍고 있었네"
 
두 사진작가 대화 중 일부 캡처두 사진작가 대화 중 일부 캡처

여행 스냅사진을 촬영한 여성 사진을 보내면서는 "두시간 예약해줘서 고마운 손님"이라며 성적인 대화를 서슴지 않습니다.

란제리 모델 구인 공고를 올리고 연락 온 여성에게는 사전 테스트를 한다는 이유로 란제리 사진 등을 받아냅니다. 그리고 A 씨와 B 씨는 이 여성을 두고 성관계를 해도 될지 논의합니다. 여성이 사진을 보내온 시점은 해당 란제리 촬영이 이미 촬영이 끝난 상태였습니다.

#불법 사이트까지 올라간 사진
'얼굴 나온 거까지 00000(불법음란물사이트) 올리려다 참았다'

이들의 대화엔 불법음란물사이트까지 언급됩니다. 단순히 대화에서 그친 게 아닙니다. 실제로 B 씨의 컴퓨터에선 불법음란물사이트 로고가 박힌 사진이 나왔습니다.
침대프레임, 이불 등이 B 씨의 실제 방 사진과 유사합니다.
 
두 사진작가 대화 중 일부 캡처두 사진작가 대화 중 일부 캡처

지난해 10월, 당시 B 씨는 취재진에게 불법음란물사이트에 사진을 올린 적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경찰 수사결과 불법 촬영물을 사이트에 올렸을 뿐 아니라 해당 사이트에서 포인트까지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영리 목적으로 인터넷에 사진을 유포할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14조 3항을 적용해 징역 3년 이상에 처합니다.

 
두 사진작가 대화 중 일부 캡처두 사진작가 대화 중 일부 캡처
두 사진작가 대화 중 일부 캡처두 사진작가 대화 중 일부 캡처
해당 사이트는 현재 폐쇄되어 정확한 구조를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B 씨의 다른 대화방에서 나온 대화를 통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 B 씨는 또 다른 친구에게 해당사이트에서 '00 이벤트'(집단 오프라인 성관계)에 초대됐다며 같이 가자고 권합니다. B씨가 오프라인 성관계 이벤트에 초대된 만큼 단순한 유저는 아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불안함에 내 인생 저당 잡히고 살 수 없어

사건이 발생하고 거의 직후에 피해자를 만났습니다.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갑니다. 당시 피해자는 방금 했던 말도 기억하지 못하는가 하면 자주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몸도 마음도 온전할 수 없었던 피해자가 긴 시간 동안 용기 내는 이유는 단 한 가지.

"피해자가 너무 많았어요. 가해자의 지인도 있고 친한 사람들도 있는데 이 사람들은 평생 이거를 모르고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고"

본인의 사진이 떠돌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던 수많은 피해자. 제가 만난 피해자는 또 다른 피해자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가해자를 보며 속이 썩기도 하며

'가해자들이 자신이 불법촬영하지 않았다고 잡아떼면 넙죽 받아들일 것인가? 그렇게 가해자의 말은 귀를 기울이면서 왜 죽음의 목전까지 다녀온 피해자의 말은 그저 정황일 뿐이라 하는가' (피해자 일기장 발췌)

벌금형에 그칠까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이 벌금형에서 끝날지도 모른다는 말을 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로 사람의 눈을 못 마주쳐 벌벌 떨고 사는데 가해자들이 고작 돈 몇 푼에 자신의 죄가 녹는 꼴은 못 보겠다. 나는 숨어서 내 사진이 유포되었을까 전전긍긍하고 살고 싶지 않다. 불안함에 내 인생을 저당 잡힌 채로 살 수 없다. ' (피해자 일기장 발췌)


#더는 '황금폰'은 그만…. 제대로 된 처벌의 필요성

두 사진작가는 구속된 상태로 다음 달부터 재판이 시작됩니다. 피해자가 모두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현재 두 사진작가의 동문 역시 추가고발 된 상태입니다. 단체카톡방에는 모교 학생의 나체사진을 주고받으며 실명을 언급한 정황이 있습니다. 교내에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현재 학생들은 추가 피해자를 조사 중입니다.

"황금폰"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들의 휴대폰은 피해자들에겐 끔찍한 범죄수단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황금폰'으로 칭하며 피해 촬영물을 얼마나 더 가지고 있는지 경쟁하는 수단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나아가 '황금폰'을 두고 연대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황금폰이라는 용어는 더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디지털 성범죄를 무시할 수 없게 가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처벌이 필요하다고 피해자들은 입 모아 말합니다.

JTBC 여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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