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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일단 신청부터" "불안한 건 사유 안 돼"…'백신 압박'에 경찰 부글부글.txt

입력 2021-04-28 17:44 수정 2021-04-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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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백신 접종 예약률을 높여야 합니다. 나중에 컨디션 보고 접종 취소해도 되니까, 다 예약해주길 바랍니다.”

“접종 예약 안 하신 분들은 담당 과장님과 면담하셔야 할 겁니다. 위에서 압박이 계속될 겁니다.”

“예약도 안 하고 접종도 안 하는 인원들은 이유가 뭔지 사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불안해서라는 건 합당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27일 경기도 한 일선 경찰서 직원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내용 중 일부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백신 접종을 독려한다는 취지로 이런 공지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내려오는 데, 독려가 아니라 사실상 강요”라며 “인사고과상 불이익을 준다고 명시하지 않았지만, 사유서를 제출하고 직속 상관이 면담하겠다는데 어느 직원이 압박을 안 받겠나. 백신 안 맞으면 다음 인사 때 불이익을 주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라고 토로했습니다.
 
경찰, 해양경찰, 소방 등 사회필수인력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오후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에서 한 경찰관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경찰, 해양경찰, 소방 등 사회필수인력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오후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에서 한 경찰관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해 일선 경찰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회 필수 인력인 경찰은 2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시작했습니다. 경찰 지휘부는 접종 여부를 개인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릅니다.

JTBC 취재 결과, 각기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다수가 강한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간부는 “나는 이미 접종 예약을 했는데도, 위에서 내려오는 압박이 너무 심한 걸 느낀다”며 “어제도 퇴근 시간 이후인 오후 7시, 10시에 서울청에서 빨리 백신을 맞으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냈고, 낮에도 몇 번씩 현황 파악을 해서 올리라고 해서 업무를 제대로 못 할 정도다. 이게 압박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경찰청에서 백신 접종 인증샷 캠페인을 벌일 테니,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참여해달라는 글을 직원들에게 보냈다가 반발이 심해지자 슬그머니 철회하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찰 내부망인 '폴넷'과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도 관련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시 백신 실적을 따지고 있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경찰관은 자율성이 없고 무조건적인 희생을 해야 하나”, “경찰청과 지역 경찰청에서는 직원들의 접종률 파악을 멈춰라, 희망자에 한해 접종하면 된다고 얘기해놓고 접종률 현황은 파악하다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등의 내용입니다. 또 “백신 접종 하지 않겠다고 했더니 왜 안 하냐고 휴대전화로 전화 오고 압박을 받고 있다”, “비번인데도 전화 와서 왜 안 하냐고 따져 묻더라” 등 강압적인 분위기를 짐작하게 할 수 있는 글도 수두룩합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보건소에서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김창룡 경찰청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보건소에서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관들은 특히 26일 경찰청장 주관 지휘부 화상회의 이후부터 이런 압박이 거세졌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김창룡 경찰청장과 전국 시도경찰청장 등이 참석한 당시 회의의 안건은 '코로나 백신 접종률 제고 방안'이었고, 김 청장이 직접 지역별 접종 신청률 등을 비교하며 수치가 낮은 지역 지휘관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경찰관들 사이에선 “일단 접종한다고 신청해놓고, 당일 날 감기 기운이 있거나 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면 안 맞을 수 있다”는 말까지 오간다고 합니다. 실제로 “신청부터 일단 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곳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수도권 강력팀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경찰관은 “지나치게 우려하거나 불안감을 조성해선 안 되겠지만, 개인적으로 맞기 싫다는데 수차례 현황을 체크하고 사유를 대라고 강요하는 것도 오히려 반발심이 생기게 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사회필수 인력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오후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에서 광진경찰서 경찰관들이 백신 접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사회필수 인력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오후 서울 광진구 혜민병원에서 광진경찰서 경찰관들이 백신 접종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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