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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가상화폐 잘못된 길" 발언에…2030 "청년 내몬 건 누구?"

입력 2021-04-23 18:45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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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최근 가상화폐 열풍이 뜨겁습니다. 다만 정부는 "가상화폐를 투자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어제(22일) 국회에서 "잘못된 길로 가는 걸 어른들이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했는데요. 일부 투자자들은 "청년들이 왜 가상화폐로 내몰렸는지는 생각해봤냐"며 반발했습니다. 관련 소식 신혜원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가상화폐 열풍에 발맞춰 새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유명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수준의 분석력을 보여주겠다, 신 반장의 < 이'코인'노미스트 > 입니다. 시작할까요?

이 귀여운 강아지의 이름은 '도지'입니다. 종은 시바견이고요. 매력넘치는 오묘한 표정이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며, 우리로 치면 '멍뭉이', '댕댕이' 정도 되는 '도지(Doge)'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2013년 IBM 출신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두 사람(빌리 마커스, 잭슨 팔머)는 장난삼아 이 강아지의 이름을 딴 가상화폐 '도지코인'을 만듭니다. 딱히 추진하는 사업도 없이, 순전히 재미를 위해 만들었는데요.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도 "도지가 달을 향해 짖는다"라며 이 장난에 동참했습니다.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 (2월 7일 / 화면출처: 유튜브 'Savage Motivation') : (듣자하니, 도지코인이 장난으로 발명된 것이 문제가 될까요?) 애초에 도지코인은 가상화폐를 조롱하기 위해 농담 차원에서 발명됐습니다. 그런데 운명은 아이러니를 좋아하죠. 가장 재미있고, 아이러니한 결과입니다. 장난으로 발명된 코인이 진짜 '화폐'가 된 겁니다. (그러네요. 달까지!) 달까지!]

그런데 세상은 참 요지경입니다. 머스크의 말 한마디에 역설적으로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지난주 금요일은 '광란의 금요일'이었죠. 하루 거래 15조, 코스피 거래액까지 추월했습니다. 일주일간 400%가 급등했고요. 사흘 만에 다시 40%가 넘게 떨어졌습니다.

[김준곤/코인 투자자 (JTBC '뉴스룸' / 어제) : 주위에서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친구가 막 나오니까. '아 나도 안 하면 안 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가지고 친구가 사라 하면 사고 팔라면 팔고. 그냥 '묻지마 투자' 같은 느낌으로 한 거죠.]

[JTBC '뉴스룸' (어제) : 급등한 도지 코인을 비롯해 잡코인을 샀다가 돈을 잃었습니다. 가격이 급등했던 500원대에 매수했던 사람들입니다.]

[박모 씨/도지코인 투자자 (JTBC '뉴스룸' / 어제) : 500원 이상 한창 막 올라갔을 때 탔거든요, 더 올라갈 것 같아서. 그런데 그다음 날인가부터 계속 내려가더라고요.]

코로나로 늘어난 유동성에 날개를 달았던 가상화폐가 일제히 급락 중이죠. 선두주자 비트코인은 하루 새 8% 넘게 떨어지며 6000만 원 선이 무너졌고요. 도지코인도 17% 넘게 빠졌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어제 국회 정부위에서 나온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폭락장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은성수/금융위원장 (어제) : 저희들끼리는 '이게 투자자냐', 주식시장이나 자본시장에서는 투자자가 있고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가상 자산에 들어간 분들까지 정부가 다 보호해 줘야 되냐. 떨어진 거에 대해서 책임을 져주냐는 것은 아니거든요. 자기책임 하에 하는 거고.]

은 위원장은 "가상화폐는 잘못된 길"이라며 투자자는 정부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재차 못 박았습니다. 정부가 가상화폐를 공식화하고 제도권으로 들여놓을 경우, 투기 열풍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는데요. 열풍이 거센 2030 세대에게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며, 거래소 폐쇄 카드도 꺼내 들었습니다.

[은성수/금융위원장 (어제) : 하루에 20%씩 올라가는 자산을, 그걸 가지고 보호해 주고 해줘야 된다고 하는 그 자체가…그거는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된다고 저는 생각을 하고요. (오는 9월부터) 그 200개인가 거래소가 될지 모르는데 만약에 등록이 안 되면 다 폐쇄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러자, 여야 할 것 없이 논쟁이 붙었습니다. 가상화폐 시장이 몇 년짼데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보호는 안하고 세금만 걷겠다는 거냐, 지적이 나온 겁니다.

[김병욱/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많은 국민들이 가상 자산을 중심으로 거래를 하고 있는데 그걸 투자자로 볼 수 없다, 라고 단언하는 것은 아주 저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보고요.]

[강민국/국민의힘 의원 (어제) : 아이러니컬한 것이 내년부터 가상화폐도 투자 수익에 대해 과세 대상이 되죠. 투자자들은 제도 보호망 밖에 방치되고 있는데 납세의 의무만 있는 이 모순적인 상황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은성수/금융위원장 (어제) : 제가 잘 모르지만 기재부에서 생각하는 거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라는 생각에서 아마 그 법을 만든 것 같고요.]

은 위원장을 겨냥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습니다. 자신을 30대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은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한다며 대한민국 청년이 왜 이런 위치에 내몰렸는지, 지금의 '잘못된 길'은 누가 만들었는지 생각해보라고 주장했는데요.

[청원인 (음성대역) : 제가 4050의 인생선배들에게 배운 것은 바로 내로남불입니다. 4050 인생 선배들은 부동산이 상승하는 시대적 흐름을 타서 노동 소득을 투자해 쉽게 자산을 축적해왔습니다. 그들은 쉽사리 돈을 불렸지만, 이제는 투기라며 2030에겐 기회조차 오지 못하게 각종 규제들을 쏟아냅니다. 덕분에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집 하나 가질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금융위원장님도 부동산으로 자산을 많이 불리셨더군요.]

이어 '건달(깡패)도 자리를 보존해 준다는 명목하에 자릿세를 뜯는다. 투자자 보호에는 발을 빼고, 돈은 벌었으니 세금을 내라니, 블록체인과 코인 시장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는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습니다.

2030이 코인에 빠지는 이유. 집값은 억 소리 나게 오르고, 근로소득은 빤하고 그러다보니, 위험성을 알면서도 '마지막 사다리'를 놓지 못하는 겁니다. 어젯밤 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이런 글을 올렸죠. "부동산 문제는 자리를 잡아간다. 더 이상 쓸데없는 얘기는 입을 닥치길 바란다" 다소 거친표현을 그대로 옮긴 점 양해 바랍니다. 이 글은 본 2030 세대들,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이남자, 이여자의 지지가 절실한 민주당입니다. 여권 잠룡으로 꼽히는 이광재 의원은 "암호화폐 시장이 위험하니 막겠다는 접근은 시대착오적"이라며, "왜 20·30세대가 암호화폐나 주식에 열광하는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초선인 전용기 의원은 "금융위는 정신 좀 차리십시오"라며 "기성세대의 잣대로 청년들의 의사결정을 비하하는 명백한 '꼰대'식 발언"이라 지적했습니다.

[최인호/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 가상화폐와 관련해서 앞으로 당내 대응할 주체가 필요하다, 하는 것에 공감을 이뤘습니다. 한편으로 당 차원에서 청년세대에게 가상화폐 투자가 불가피한 현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하는 것과, 소통의 필요성도 공감을 했습니다.]

가상화폐 열풍, 쉽게 사그라들진 않을 듯 합니다. 종종 등장할 신 반장의 < 이코인노미스트 > 기대해주시고요.

오늘 청와대 발제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 은성수 "가상화폐 잘못된 길" 발언에… 2030 "청년 내몬 건 누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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