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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지워도 다시 생기는 '공동현관 비밀번호'

입력 2021-04-22 20:59 수정 2021-04-2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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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좀 더 안전하자고 만든 공동 현관문 바로 옆에 비밀번호가 버젓이 적혀 있는 곳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실제 범행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적혀있는 걸 지워도 계속 다시 적히기도 합니다.

밀착카메라 연지환 기자가 둘러봤습니다.

[기자]

건물 입구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한 남성.

무언가를 입력하고 문이 열리자 들어갑니다.

상자를 들고 나타나선, 지하를 빠져나와 유유히 사라집니다.

방금 본 영상 속의 남성 어떻게 됐을까요.

결국, 검거됐습니다.

공동현관문 비밀번호를 찾아 입력한 뒤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열여덟 번에 걸쳐 가전제품과 귀금속 등을 훔친 건데요.

지난달 부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민감한 정보들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현장을 확인해보겠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가.

공동 주택이 많습니다.

대학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이런 원룸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날짜가 정해져 있습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비대면 소비가 늘어서 택배 쓰레기도 많아진 상황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민감한 개인정보가 적혀 있을 수가 있다는 겁니다.

잠깐 이 쓰레기를 보면요.

이 운송장에는 주소가 그대로 적혀 있는 걸 볼 수가 있습니다.

주소뿐만 아니라 전화번호까지 적혀 있는데요.

그 위에는 정체 모를 숫자도 적혀있습니다.

뭐 하는 숫자일까.

이 상자에 붙어 있었던 숫자를 도어록에 입력해보면요.

문이 쉽게 열립니다.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이렇게 노출된 겁니다.

[조현/서울 응암동 : 공용으로 쓰는 거니까 어쩔 수 없이 노출될 수 있기도 한데, 새벽에 나갈 때 혹시 누가 계단 같은 데 서 있을까 봐 걱정되고.]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근처에 있는 또 다른 공동주택입니다.

지금은 이렇게 문이 굳게 닫혀 있는데요.

이 주택에서 배출된 거로 보이는 이 상자에는 주소와 비밀번호로 보이는 숫자가 붙어있습니다.

이 숫자를 도어록에 또 입력해보면요.

문이 이렇게 쉽게 열립니다.

[지역주민 : 이렇게 해놓으면 너무 불안하고 같이 사는 이웃한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저는 이름을 바꿔서 배달해요, 혼자 사니까.]

[택배노동자 : 운송장 붙어 있는 거 다 떼어가지고. 버리는 게 제일 좋고. 고객분들도 자기 안전 자기가 지켜야 되니까.]

이리저리 옮겨지기 때문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폐지 수집인 : (안 떼서 버리는 사람들 많아요?) 네. 맞아요. 안 떼서 버리는 사람 많고.]

제대로 버리는 게 중요합니다.

운송장을 뜯어내 찢어 버리는 게 보통입니다.

유성펜으로 지운 뒤 찢으면 더 확실합니다.

아세톤이나 물파스로 지울 수 있다고 하지만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땐 손 소독제를 이용하면 쉽고 깨끗하게 지워집니다.

공동 비밀번호는 택배 상자에서만 노출되지 않습니다.

밀착카메라는 지난 2016년 현관문 옆 비밀번호 사례를 보도했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서울 다른 지역의 공동주택 밀집 지역입니다.

이 공동주택 현관에도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들어갈 수 있는 도어락이 붙어 있는데요.

그런데 이 문 귀퉁이에는 또 숫자가 쓰여 있습니다.

이 숫자를 그대로 입력을 해보면요.

문이 이렇게 또 열리는걸 볼 수 있습니다.

이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전단을 들고 건물에서 나오는 남성.

전단을 붙이려 비밀번호를 찾아 들어간 겁니다.

[몰딩(마감재)에다가 이렇게 많이 적어놓거든, 이런 데다가. 그거 보고 들어가기도 하고. 어지간한 번호는 제가 다 외우고 있죠.]

이렇게 쓰인 숫자를 문 옆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집주인에게 아는지 물어봤습니다.

[이거 비밀번호인가 본데? 이걸 누가 여기다 써놨지? (어머니가 쓴 거 아니에요?) 아냐!]

직접 지울 수 밖에 없습니다.

[(써놓는 걸 어떻게 생각하세요?) 안 되지. 그거 쓸 거면 이걸 뭐 하려 해놔 하지 말아야지.]

지워도 다시 써놓습니다.

이 공동주택의 벽면에는 숫자가 쓰여 있다가 무언가로 지운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잠깐 모서리 쪽을 볼까요?

모서리 쪽에도 무언가 적혀 있었는데 닦아낸 흔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잠깐 위를 봐볼까요?

누군가가 다시 숫자를 써놨습니다.

[택배노동자 : 빨리해야 되니까 전화를 안 받고. 요즘은 많이 지우고 하기는 하는데 적어놓는 게 택배기사들은 일상화가 됐죠.]

일부 택배나 배달 노동자들이 편의를 위해 건물 벽에 적어놓기도 한다는 겁니다.

서울 한 대학가 블록 두 개를 돌아본 결과, 50여 개의 공동 주택 중 31개 문 옆에 비밀번호가 쓰여 있었습니다.

노출된 개인정보로 인해 문이 뚫리면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범죄 사례가 꾸준히 나오는 상황, 귀찮더라도 조금 더 신경 써야 합니다.

(VJ : 박선권 / 인턴기자 : 조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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