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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만에 뒤집힌 판결…위안부 피해자 소송 '각하'

입력 2021-04-21 19:49 수정 2021-04-21 19:51

할머니들 "법원이 저버렸다"…시민사회 "잘못된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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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 "법원이 저버렸다"…시민사회 "잘못된 판결"

[앵커]

"전쟁범죄는 국제법 이론 뒤에 숨을 수 없다" 법원이 지난 1월, 일본이 12명의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밝힌 내용입니다. "주권 국가는 다른 나라에서 재판을 받지 않는다"는 일본의 주장을 허무는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석 달이 지난 오늘(21일) 정반대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 20명이 낸 소송에서 일본이 주장하고 있는 '주권 면제'를 들어 일본의 손을 들어 줬습니다. 위안부 피해자 측은 "법원이 역할을 저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고, 시민사회에선 "후퇴를 넘어 잘못된 판결"이란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오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99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제 관습법 등을 고려해 "한 나라의 주권적 행위는 다른 나라에서 재판받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놨습니다.

이 '주권 면제' 원칙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일본 정부를 우리 법정에 세울 수 있는지 가를 쟁점이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 측은 "일본의 범죄 행위가 반인도적인 만큼 '주권적 행위'가 아니다"라고 호소했습니다.

따라서 '주권 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다르게 봤습니다.

위안부 관련 범죄는 전시 상황에서 일본이 공권력을 이용해 저지른 주권적 행위라서, '주권 면제'가 인정된다는 겁니다.

"우리 헌법이 인간 존엄을 최고 가치로 삼는 만큼 이 사건을 통해 피해자들의 권리를 구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재판부는 "국제법규를 준수해 세계 평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과거 헌법재판소 판단을 꺼냈습니다.

'국제법 존중'에 방점을 둔 판단은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굳이 이 소송이 아니더라도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이미 피해자들의 권리를 구제하는 수단이 마련됐다고 재판부는 밝혔습니다.

합의 절차나 내용에 문제가 있을지 몰라도 효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건데, 지난 2018년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2015년 합의에 대해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언급됐습니다.

화해치유재단 기금이 일부 피해자들에게 지급된 것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재판부는 지난 1월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다른 재판부의 판결에 대한 입장도 밝혔습니다.

"주권 면제에 대해 법원이 어느 정도로 예외를 인정할지는 국익에 미칠 유불리를 냉정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책 결정이나 외교적 교섭이 필요한 문제라며 국회와 정부에 공을 넘겼습니다.

재판부는 선고 말미에 "피해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많은 고통을 겪었고, 피해 회복도 미흡했을 걸로 보인다"면서도, 현재 법리에 따라 각하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유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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