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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ㆍ스틸레토 좋아하고 사회적 성공 지향"…외교관 아내가 살아 본 평양은?

입력 2021-04-19 15:04 수정 2021-04-1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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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트위터에 꾸준히 평양 사진을 올려 눈길을 끈 영국 여성이 있습니다. 한여름 빙수집에 줄을 선 평양 시민들의 모습부터, '혼합주(칵테일)'에 '블라디 메어리(Bloody Mary)'라는 영어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붙인 식당 메뉴판 사진까지... 평양 구석구석을 샅샅이 훑은 듯한, 거주자가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모습들이 담겨 있습니다.

 
린지 밀러는 지난해 가을 트위터에 올린 평양의 빙수 가게 사진. 밀러는 "빙수가 너무 먹고 싶다"고 썼다. 〈사진=린지 밀러 트위터〉린지 밀러는 지난해 가을 트위터에 올린 평양의 빙수 가게 사진. 밀러는 "빙수가 너무 먹고 싶다"고 썼다. 〈사진=린지 밀러 트위터〉
 린지 밀러가 2019년 여름 방문했다는 평양의 한 식당 메뉴판. 칵테일 메뉴가 나열돼 있다.  〈사진=린지 밀러 트위터〉  린지 밀러가 2019년 여름 방문했다는 평양의 한 식당 메뉴판. 칵테일 메뉴가 나열돼 있다. 〈사진=린지 밀러 트위터〉

이 계정의 주인공은 평양 주재 영국 외교관의 아내인 '린지 밀러'입니다. 음악감독이자 작곡가인 밀러는 2017년부터 2년 동안 남편과 평양 문수동에서 지냈습니다. 그때 겪었던 일들을 직접 찍은 사진 200장과 함께 담아낸 책을 다음 달 6일 출간한다고 합니다. 제목은 『북한, 그 어느 곳과도 같지 않은 곳(North Korea Like Nowhere Else)』 입니다.

 
『북한, 그 어느 곳과도 같지 않은 곳(North Korea Like Nowhere Else)』 저자 린지 밀러 〈사진=아마존〉『북한, 그 어느 곳과도 같지 않은 곳(North Korea Like Nowhere Else)』 저자 린지 밀러 〈사진=아마존〉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책 소개에서 "그녀는 오랫동안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곳으로 여겨지는 북한에서, 북측 정부의 간섭 없이 그곳을 경험할 수 있는 놀라운 자유를 누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린지 밀러의 저서 표지. 〈사진=아마존〉린지 밀러의 저서 표지. 〈사진=아마존〉

평양은 북한에서도 특권층이 모여 사는 지역입니다. 특히 저자가 살던 평양 문수동은 각국 대사관이 모여 있는 '외교단지' 입니다. 저자가 눈에 담은 풍경은 북한의 민낯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이 아닌, 제3자의 눈으로 본 평양은 그 자체로 의미 있어 보입니다.

저자는 북한의 지난 16일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놀라웠던 것은 북한 여성들이 남존여비 사상을 답답해 했고 외부의 현대 여성을 동경하고 있었던 점"이라며 "출산을 하고 엄마가 되는 것보다 직업을 갖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어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자가 2018년 한 신발공장을 견학한 일화를 소개한 대목에서도 개방된 사회를 동경하는 북한 젊은이들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17살 평양외국어대 학생이 가이드를 맡았는데 그녀는 매우 긴장해 있었다. 흥미롭게도, 그녀는 나에게 이 공장이 외국의 대형 브랜드들을 모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다른 평양의 젊은 엘리트 여성들처럼 반짝이는 스틸레토(앞코가 뾰족한 구두)를 좋아했다." (192p)

평양 주민들은 상당히 영어에 능통했고 나라 밖 소식에 관심이 많았다고도 전합니다.

"퍼레이드를 구경하고 있는데, 내 옆에 앉아 있던 한 학생이 본인이 얼마나 해리포터를 좋아하는지 얘기하기 시작했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언급하기도 했다" (74p)


 
린지 밀러의 저서에서 '해리포터 일화'를 설명한 부분. 〈사진=아마존〉린지 밀러의 저서에서 '해리포터 일화'를 설명한 부분. 〈사진=아마존〉

하지만 북한 사회의 폐쇄성도 몸소 느꼈다고 합니다. 밀러는 VOA 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살면서 늘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도 그랬다"라며 "공원에 가더라도 늘 누군가가 나무 뒤에라도 서 있었다"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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