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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도둑 잡는 38세금징수과…고액체납자들이 사는 세상

입력 2021-04-15 21:28 수정 2021-04-16 08:38

5년 뭉갠 지방세, 1시간 만에…'출동' 38세금징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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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뭉갠 지방세, 1시간 만에…'출동' 38세금징수과

[앵커]

현관문을 사이에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시작됩니다. 받아 내려는 자와 피하려는 자, 이기는 쪽은 대부분 끝까지 그리고 계속 찾아오겠다는 바로 이 사람들입니다. 38세금징수과 조사관들의 얘기입니다. 이번엔 강남의 30억 원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체납자를 상대하러 갔습니다.

과연 결과가 어떨지, 임지수 기자가 그 뒤를 따라갔습니다.

[기자]

서울 강남의 호가 30억 원대 아파트.

양도소득분에 대한 지방세 2400만 원을 5년간 내지 않은 A씨 가족이 사는 집입니다.

[서울시청 38세금징수과입니다. 문 안 여시면 강제 개문합니다.]

가족들은 되레 억울하다고 합니다.

[체납자 A씨 가족 : 아니 다른 분들은 수억원 안 내도 안 그러는데 왜 이러는 거예요. 해도 너무한 거 아니야, 진짜?]

조사관들은 단호합니다.

[장성우/서울시 38세금조사관 : 이거 끝까지 갑니다. 영원히 갑니다. (시효 중단을 위해) 4년마다 계속 찾아올 거예요.]

집에 없는 A씨에게 전화로 집 계약서를 요구하자 황당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안승만/서울시 38세금징수과 팀장 (체납자 A씨와 통화) : 임대계약서하고 저희 조사 나왔으니까 제출해주세요. 계약서를 찢어버렸다고요?]

1시간 실랑이 끝에 문이 열립니다.

조사관들이 집 수색을 시작하겠다고 하자, A씨가 급하게 돈을 구해 세금을 다 낸 겁니다.

[체납자 A씨 가족 : 됐죠? 그냥 이제 나가세요.]

[안승만/서울시 38세금징수과 팀장 : 고급 빌라에 살면서 외제차 두 대 확인됐잖아요. 이런 사람들은 더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압박하는 경우는 그나마 사는 곳을 알 수 있을 때입니다.

[안영산/서울시 38세금조사관 : 오늘 찾아가는 체납자는, 주소는 지인 집에 두고 가족들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지방세 3800만원대를 내지 않은 체납자가 자기앞수표 19억원대를 발행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오늘 조사팀은 그 돈의 흐름을 확인하러 왔습니다.

먼저 자기앞수표를 찾아간 은행으로 향합니다.

[강병선/서울시 38세금조사관 : 현금이 과연 어디서 나왔나 이것도 궁금하거든요. 자금 출처는 증권사란 얘기죠?]

19억 원 수표 자금의 출처를 확인한 뒤, 지인과 가족 집 등 B씨가 있을 만한 곳들을 돌며 행방을 쫓습니다.

[살고 있네, 살고 있어.]

가족들로부터 연락을 받은 B씨.

이날 오후 곧바로 서울시청으로 찾아와 조사관들과 면담했습니다.

[체납자 B씨 : 납부는 당연히 해야죠. 제가 너무 힘들어요, 지금.]

이틀 뒤 모든 세금을 다 냈습니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체납자는 개인 1만9000여 명, 법인 7900여 곳.

액수론 2조1100억원대입니다.

이 가운데 54%가 세금을 안 낸 지 10년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00만 원 이상 1억원 미만이 73%, 1억원 이상이 14%나 됩니다.

■ 돈 숨기고 몸 숨기고 위장이혼까지…'세금 숨바꼭질'

[앵커]

세금을 피하려는 사람들의 몸부림은 정말 예상을 뛰어넘습니다. 위장 이혼을 하고 또 한겨울에 덜덜 떨며 베란다에 숨습니다. 그리고 쌀독과 세탁기를 금고로 쓰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제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먹히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어서 정용환 기자입니다.

[기자]

체납자가 세금을 5년 간 안 내면, 소멸시효가 끝나 세금을 받아낼 수 없습니다.

[안승만/서울시 38세금징수과 팀장 : 이 사람들은 이걸 알고 계속 '5년만 견디면 된다' 하는 이런 게 있거든요?]

하지만 집을 수색하거나 계좌를 압류하면 이 소멸시효가 멈추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겁니다.

체납자들이 5년을 버티는 수법은 다양합니다.

먼저 숨바꼭질하듯 숨는 경우입니다.

[김영수/서울시 38세금조사관 : 엄청 추운 겨울이었어요. 딱 수색을 들어갔는데 베란다 뒤에 신발장이 있었어요. (체납자가) 그 안에 들어가서 덜덜덜 떨면서 30분 이상을 있었어요.]

[이석근/서울시 38세금조사관 : 쌀독에서 수표가 발견이 된 적도 있었고 세탁기 속에도 있고…]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기도 합니다.

[체납자 A씨 가족 : 아 욕이 나와. 진짜로. 돈이 없지.]

협박도 합니다.

[김영수/서울시 38세금조사관 : '모 시장이 당선이 되면 저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저를 협박까지 했어요.]

상속을 일부러 안 받거나 위장 이혼하는 수법은 이미 흔합니다.

[양충승/서울시 38세금조사관 : 그 집을 방문해서 가택수색을 하고 나서 자금 출처에 대해서 공문을 보내 드렸어요. (이후) 2주 만에 법원에 가서 협의 이혼 신청을 한 거예요.]

서울시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재산을 빼돌린 정황이 확인되면 형사 고발한단 방침입니다.

서울시는 2017년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위장 이혼한 체납자를 고발했습니다.

이 체납자는 지난해 12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습니다.

(영상디자인 : 송민지 / 영상그래픽 :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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