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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북한의 '태양절 카드'는?....SLBM 바지선이 움직였다

입력 2021-04-08 18:36 수정 2021-04-0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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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북한의 최대 명절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4월 15일, '태양절'이지요. 북한이 대외적으로 과시용 이벤트를 벌이기 좋은 시점이어서 북측의 작은 움직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태양절 앞두고 SLBM 바지선의 이례적 움직임

마침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심 시설인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SLBM 시험 발사용 바지선이 움직였습니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38노스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는 이 바지선이 지난 6일 이동했다고 밝혔습니다.

 
38노스가 공개한 북한 신포조선소 위성사진. 지난 6일 찍힌 오른쪽 사진과 지난달 11일 찍힌 왼쪽 사진을 비교해보면 바지선(Submersible test barge)의 위치가 이동된 점이 눈에 띈다. 〈사진=연합뉴스·38노스〉38노스가 공개한 북한 신포조선소 위성사진. 지난 6일 찍힌 오른쪽 사진과 지난달 11일 찍힌 왼쪽 사진을 비교해보면 바지선(Submersible test barge)의 위치가 이동된 점이 눈에 띈다. 〈사진=연합뉴스·38노스〉
이날 오전과 오후 위성사진을 비교하면 바지선이 정박장을 떠나 건조시설 부근에 있는 부유식 드라이독에 접안한 게 눈에 띕니다. 이 바지선은 2014년 신포조선소에 도착한 이후 그동안 SLBM 시험 발사 외에는 정박장 밖으로 나온 적이 없다는 게 38노스의 설명입니다. 이례적 움직임인 겁니다.

◇태양절 맞춰 잠수함 진수식?

아직 특정 목적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우선 SLBM 탑재용인 전략핵추진잠수함(SSBN·Submersible Ship Ballistic Missile Nuclear)을 전격 공개하지 않을까 하는 관측입니다. 새 잠수함을 보여주기 위해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바지선을 이동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지요.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드라이독 근처로 바지선이 왔다면 바지선은 고위급들이 참관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잠수함이 레일을 타고 드라이독으로 들어오는 광경을 바지선에서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드라이독의 용도도 해당 관측을 뒷받침합니다. 육상에서 만든 배는 레일을 이용해 드라이독으로 옮겨진 뒤 독 안에 바닷물을 채우는 방식으로 바다에 띄워집니다. 물론 바지선이 자리를 비켜준 정박장에서 잠수함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정은이 개발 공언한 SLBM 잠수함

보다 구체적으로 전망해본다면, 북한은 로미오급 개량형인 3000t 잠수함 진수식을 벌일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은 2015년 5월부터 2016년 8월까지 4차례 SLBM 시험발사를 감행했는데, 이때 동원된 잠수함은 2000t급인 신포급 잠수함이었습니다. 3000t급 잠수함은 2019년 7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잠수함을 시찰하는 사진에서 존재가 처음 드러났습니다. 배수량을 늘리면 SLBM 탑재량도 많아지고 항속 거리도 길어집니다. SLBM 발사가 중단된 3년 사이 북한은 내부적으로 기술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19년 7월 23일 보도했다. 해당 잠수함은 3000t급으로 분석된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19년 7월 23일 보도했다. 해당 잠수함은 3000t급으로 분석된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이 3000t급 잠수함을 태양절에 맞춰 제조창에서 꺼내 바다로 띄우는 건 북한이 구상하기에 꽤 괜찮은 그림일 겁니다. 김 위원장이 공언한 바도 있지요. 지난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중형잠수함 무장 현대화 목표의 기준을 정확히 설정하고 시범개조하여 해군의 현존 수중 작전능력을 현저히 제고할 확고한 전망을 열어놓고 새로운 핵잠수함 설계 연구가 끝나 최종심사 단계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도, 완전히 새로운 잠수함을 보여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SLBM 6기 정도를 탑재할 수 있는 4000∼5000t급 신형 잠수함도 개발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에 띄우는 진수식까지는 아니어도 제조창에서 잠수함을 보여주고 실력을 과시할 수 있다는 예상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19년 7월 23일 보도했다. 해당 잠수함은 3000t급으로 분석된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TV 캡처〉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19년 7월 23일 보도했다. 해당 잠수함은 3000t급으로 분석된다.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TV 캡처〉

◇SLBM 직접 발사 가능성은?

일단 북한이 SLBM을 직접 시험 발사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분단을 넘어'는 바지선에 미사일 발사관(캐니스터)이 실리지 않은 점을 근거로 SLBM 시험발사가 당장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SLBM 시험발사를 위해 바지선을 개조하려고 이번 이동이 이뤄졌다고 해도 태양절까지는 시간이 촉박합니다.

 
왼쪽부터 북한이 2016년 8월 시험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1형'과 2017년 2월 지상발사용으로 개조해 발사한 '북극성-2형', 맨 오른쪽은 3일 공개한 신형 SLBM '북극성-3형'.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왼쪽부터 북한이 2016년 8월 시험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1형'과 2017년 2월 지상발사용으로 개조해 발사한 '북극성-2형', 맨 오른쪽은 3일 공개한 신형 SLBM '북극성-3형'. 〈사진=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이는 북한이 아직 SLBM을 잠수함에서 온전히 쏘지 못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분석입니다.
북한이 SLBM을 잠수함에서 쏜 건 2016년 북극성 1형뿐입니다. 마지막 SLBM 시험발사인 북극성 3형 발사는 2019년 10월 바지선에서 실시됐습니다. 북극성 1형보다 길이와 직경이 개선된 3형은 아직 잠수함 시험발사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북한은 이후 지난해 10월 10일과 지난 1월 14일 열병식에서 각각 북극성-4ㅅ, 북극성-5ㅅ을 잇따라 공개했습니다. 기술 진행상 북한이 이 신형 SLBM은 물론 북극성 3형도 바로 잠수함에서 쏘긴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특히 SLBM 사정거리는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도 도발 카드로 선택하기엔 부담이 만만찮습니다.
자칫 미국 바이든 정부와의 관계가 회복 불능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예 SLBM 발사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내부 경제가 최악인 상황에서 마침 찾아온 김일성 생일은 대외 이벤트를 마련하기에 좋은 시기"라며 "북한이 이런 때 최근 수년간 쏘아온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또 보여주기보다 조금 더 수위가 높은 SLBM 관련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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