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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림 70%는 '껍데기만 푸른 숲'…제 기능 못해

입력 2021-04-05 20:50 수정 2021-04-0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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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울창한 숲을 가리켜서 '허파'라고 하죠. 지구의 허파, 서울의 허파, 이런 식입니다.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 같은 나쁜 걸 걸러내서 공기를 맑게 해주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숲이라고 해서 다 그런 건 또 아니라고 합니다. 심은 지 오래된 나무들이 많은 곳은 제 기능을 못 하는 겁니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의 70%가 이렇다고 합니다.

박상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한희/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 : 지금 보시는 이런 숲의 모습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전형적으로, 숲의 관리 없이 그대로 두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그런 모습이라고 보시면 되겠고요.]

나무에서는 하나둘 새순이 돋아납니다.

울창한 숲에 마음까지 청량해집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나무의 나이를 이야기할 때, 10살 단위로 끊어서 '영급'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나무는 점차 성장하면서 탄소흡수량이 늘어나다가 3영급에 가장 활발히 탄소를 흡수하는데, 그 이후인 4영급, 그러니까 서른살 이후부턴 급격히 흡수량이 줄어듭니다.

겉보기엔 같은 푸른 나무지만 탄소흡수원의 역할을 기대하기엔 어려운 겁니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 633만ha 가운데 70%는 이런 곳입니다.

지역별로는 울산이 84.4%로 가장 높습니다.

서울은 81.7%, 대전 81.5%, 인천도 80%를 넘습니다.

태백산맥을 끼고 있어 한반도의 허파로 여겨지는 강원과 경북도 각각 73.2%, 72.6%의 산림이 4영급 이상입니다.

그나마 상황이 가장 나은 제주조차 4영급 이상의 비중이 절반을 넘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잎과 가지도 많이 떨어집니다.

[한희/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 : 그렇게 되면 산에 쌓여 있는 이런 바이오매스 양이 늘어나기 때문에 건조한 시기에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확률이 더 높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방치가 아닌 관리, 이른바 '산림 경영'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심고, 가꾸고, 베고, 쓰고.

지속가능한 순환 구조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나무를 옮기거나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길을 말하는 '임도'부터 턱없이 부족합니다.

1970~80년대, 관리 개념 없이 그저 나무를 심는 데에만 몰두한 탓입니다.

우리나라의 임도 밀도는 독일의 13분의 1, 일본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독일은 숲에서 반경 110m 내에 임도를 찾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 반경이 1.4km나 됩니다.

관리 비용과 시간이 모두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전체 산림의 66%가 사유림이라 산림 관리나 임도 설치를 강제하기도 어렵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 그러니까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에 산림 소유자를 참여시키는 것도 좋은 예입니다.

정부가 탄소흡수원으로서 산림의 가치를 인정하는 만큼 소유자가 직접 배출권을 판매해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배장근 / 영상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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