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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에 학문적 진실 기준 없어 놀라"…램지어가 준 숙제

입력 2021-04-01 17:44 수정 2021-04-0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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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라는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법대 교수의 논문을 두고 논란이 컸지요. 이 논문을 실으려던 학술지는 늦더라도 3월호를 그대로 출간하겠다고 예고했었습니다. 아직 출간되지는 않았는데요. 당장 논문을 철회해야 한다며 내부 반발이 커져 적어도 네 명의 부편집인이 사퇴한 것으로 취재됐습니다. 그 사이 논문 철회를 요구해온 학자들의 연판장은 한국어와 일본어, 중국어로도 번역됐는데요. 이 번역본이 전 세계로 돌고 있습니다. 규탄 운동에 동참한 '서명'은 쌓여갑니다.

 
미국에 있는 한국계 변호사들이 주관한 온라인 세미나. 좌측부터 테사 모리스 스즈키 호주국립대 교수, 노먼 아이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석지영 하버드대 교수가 '진실의 중요성, 위안부와 그 너머'란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사진=ZOOM 캡처〉미국에 있는 한국계 변호사들이 주관한 온라인 세미나. 좌측부터 테사 모리스 스즈키 호주국립대 교수, 노먼 아이젠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석지영 하버드대 교수가 '진실의 중요성, 위안부와 그 너머'란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사진=ZOOM 캡처〉

램지어 교수에게 학문적인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논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31일, 미국에 있는 한국계 변호사들은 '진실의 중요성, 위안부와 그 너머'란 주제로 화상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여기에 참석한 석지영 하버드대 법대 교수는 "무엇이 학문적 진실인지, 이걸 어떻게 지킬지에 대한 고민이 램지어 교수 사태를 겪으며 커졌다"고 운을 뗐습니다. 앞서 석 교수는 "램지어 교수가 '(논문 증거인) 계약서가 없다. 내가 실수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고 폭로했었지요.

역시 하버드대 법대 출신인 노먼 아이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그런 고민을 하버드대 스스로 하고 학문적 진실에 대한 기준을 내놔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하버드대에 학문적 진실을 가릴 만한 기준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독일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의 아들이라고 소개한 뒤 "위안부 역시 홀로코스트처럼 진실에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위안부 역사를 부정하는 건 유대인을 학살한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학문의 자유엔 한계도 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만약 하버드대 교수가 홀로코스트로 유대인 600만 명이 학살된 게 아니라 그냥 자연사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면 어땠겠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런데도 "하버드대가 램지어 교수에게 그 어떤 조처를 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점이 여전히 놀랍다"고 했습니다. 아이젠 연구원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윤리 자문 변호사를 지낸 인물입니다.

일본 역사 연구의 권위가인 테사 모리스 스즈키 호주국립대 교수도 이 부분에 공감했습니다. "제대로 된 증거가 없는 정교하지 않은 얘기는 자기 SNS에 올릴 얘기지, 학술지에 쓸 건 아니라"며 램지어 교수 논문을 다시 비판했습니다. 모리스 스즈키 교수는 램지어 논문이 논란이 된 직후 성명을 내며 날 선 비판을 해왔습니다. "하버드대에서 이걸 판단할 학문적 기준이 있는지, 없다면 그 기준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건 제약이 아니라 학문의 자유를 더 보호할 방편이 될 것"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하버드대가 램지어 교수 주장과 거리를 두고, 학교 전체가 용인하는 주장은 아니라고 분명히 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벌써 일본 우익 세력이 램지어 교수 논문 내용을 인터넷에 퍼 나르고 있다"면서 말입니다. 그러니 "이게 올바른 학문은 아니라고 하버드대가 명확히 하라"고 주문했습니다. 허술했던 학술지도 지적했습니다. "역사적 지식이 있는 학자가 제대로 검토한 것 같지가 않다"며 "(학술지가) 학문적 침묵으로 인해 무얼 잃을지 생각해보라"고 반문했습니다.

이건 긴 침묵을 지키는 학술지와 하버드대 측에 묻고 싶은 우리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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