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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평양 부촌의 '리버뷰 테라스'는 누굴 위한 것?

입력 2021-04-01 17:26 수정 2021-04-0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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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강을 따라 대단지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 있습니다. 테라스를 계단식으로 쌓아 올린 형태의 주택도 보입니다. 오늘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실린 '보통강 강안 다락식주택구' 조감도입니다.

 
평양 보통강변에 건설될 예정인 다락식주택지구 조감도 〈사진=노동신문〉평양 보통강변에 건설될 예정인 다락식주택지구 조감도 〈사진=노동신문〉

◇엿새 만에 보통강변 재방문한 김정은

통신은 김 위원장이 평양 보통강 인근에 들어설 고급 주택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동해상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난달 25일에도 이곳에 왔습니다. 6일 만에 같은 곳을 찾은 겁니다.

통신은 "800세대 다락식주택구건설은 새로운 형식의 주택들로 인민들에게 발전된 생활환경과 조건을 제공해주려는 의도를 담았다"는 김 위원장의 말을 전했습니다. 또 이곳을 "풍치수려한 보통강강안의 명당자리"라고 표현했습니다.

 
당 간부들과 보통강변 시찰 중인 김정은 위원장 〈사진=노동신문〉당 간부들과 보통강변 시찰 중인 김정은 위원장 〈사진=노동신문〉

실제로 주택이 들어설 보통강 일대는 북한의 권력과 자본이 집중된 평양의 핵심 지역이자 부촌입니다. 인근에 각종 랜드마크가 집중돼 있습니다.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는 만수대의사당이 근처에 있고, 북한에서 가장 높다는 유경호텔이 맞은편 강 건너에 보입니다. 김일성ㆍ김정일 동상이 있는 만수대 언덕도 가깝습니다.

강변에 아파트를 짓는 것은 북한의 전통적인 도시계획 특성을 벗어나는 일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엔 강 쪽에 아파트를 즐비하게 세우는 게 전체 경관을 해친다고 봤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여명거리'를 조성하면서 이 원칙이 무너졌다. 강안 주택구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여명거리는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새롭게 조성된 곳으로 초고층 건물 수십채가 호화롭게 들어서 있습니다.

건물 형태도 독특합니다. '강안 다락'은 '강변, 계단식'이란 뜻입니다. 한 마디로, 선대의 역사가 서린 곳에 '리버뷰 복층 아파트', '뉴타운'을 건설하겠단 겁니다. 지난해 10월 김 위원장이 문제 삼았던 '"천편일률적 살림집 설계"를 극복하기 위한 구상으로 보입니다.

 
평양 보통강변에 건설될 예정인 다락식주택지구 조감도 〈사진=노동신문〉평양 보통강변에 건설될 예정인 다락식주택지구 조감도 〈사진=노동신문〉

◇'민생' 강조하지만 열매는 특권층에

북한이 최근 2주 사이 대남ㆍ대미 담화를 5차례나 쏟아내며 거친 비난을 퍼붓고 탄도미사일까지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여 가는 가운데, 김 위원장의 이같은 행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일단 김 위원장은 강안 주택 건설을 올해의 치적사업으로 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올 초 노동당 8차 당 대회에서 살림집 건설 중요성을 강조한 뒤 민생 행보를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홍민 위원은 "여유만만하게 현지를 시찰하는 모습을 통해 호전적인 모습을 중화하고, 내치에 집중하는 지도자라는걸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주택들이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겁니다. 지난달 25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곳을 "각 부문의 노력헌신자ㆍ공로자들과 과학자, 교육자, 문필가를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선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니다. 일반 주민들보다는 권력층에 배급될 가능성이 큰 겁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평양과 북한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며 "평양 자체가 어차피 특권층을 위한 도시이고, 강안 주택은 그 중에서도 당에 헌신했거나 특정 계층에게 배당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공을 들여 세운 평양의 '여명거리'나 '미래과학자거리'에 있는 주택들도 소수 특권층에 지급됐다고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역점사업으로 2017년 4월 완공된 평양의 여명거리. 초고층 건물 수십채가 들어서 있다. 〈사진=연합뉴스〉김정은 위원장의 역점사업으로 2017년 4월 완공된 평양의 여명거리. 초고층 건물 수십채가 들어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엔 제재위 "인도적 지원, 북한 간부들이 유용"


북한에서 이른바 '고급 주택'은 정작 경제난에 시달리는 주민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아닌 것이지요. 지난달 31일 공개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연례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정치화했다"며 "원조가 북한 지도층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용된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썼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은 보건의료와 식량, 안보 등 다른 국가들이 우선하는 과제보다도 김씨 일가 체제의 안정과 연속성을 우선시하고 있다"라고도 분석했습니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연례 보고서 〈사진=유엔 홈페이지〉지난달 31일 공개된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연례 보고서 〈사진=유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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