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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길가다 본 '새까만' 오토바이 번호판, 휴지로 닦아보니…

입력 2021-03-31 18:38 수정 2021-03-31 18:40

번호판 가리면 '형사처벌'…"단속이 능사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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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판 가리면 '형사처벌'…"단속이 능사는 아냐"

건물 안에 있어도 창문만 열어 놓으면 달리는 오토바이 소리가 귀에 들어옵니다. 배달의 시대는 코로나 19 전후로 나눌 수 있을 겁니다. 배달 수요는 폭증했고, 오토바이가 늘었고, 그만큼 단속도 많아졌습니다. 서울 기준 지난 2019년 15만 7천 건이었던 이륜차 교통 법규위반 단속 건수는 지난해 23만 2천 건으로 50% 가까이 늘었습니다.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그런데 오토바이 중에 어딘가 이상한 것들이 있습니다. 구부려졌거나, 새까만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배달 오토바이들입니다. 모두 단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입니다.

JTBC 밀착카메라 팀은 오토바이 이동량이 많은 곳을 관찰했습니다. 서울 강남·신림에서부터 경기 일산, 동탄 등을 확인했습니다.

◆관련리포트
[밀착카메라] 번호판 가리고…배달 오토바이 '무법 질주'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98395

취재진이 파악한 이른바 '꼼수' 는 이렇습니다.

 
휴지로 닦아보니 까맣게 묻어나온다.휴지로 닦아보니 까맣게 묻어나온다.
①새까만 번호판
번호판이 시커멓습니다. 세차를 안 했겠거니 생각을 해봐도 너무 까맣습니다. 기자가 휴지를 이용해 닦자 끈적한 기름때가 묻어나옵니다. 번호판을 가리기 위한 수법 중 하나입니다. 윤활유를 칠해 먼지나 이물질이 자주, 많이 묻게 해 안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 단속 경찰의 설명입니다.

 
굵은 자물쇠로 번호판을 가린 이른바 '순대'굵은 자물쇠로 번호판을 가린 이른바 '순대'
②일명 '순대'
배달노동자 사이에선 굵은 자물쇠를 좌석 뒤에 걸어 번호판을 못 보게 하는 것을 이른바 '순대'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취재 중에 '순대'를 단 오토바이가 단속됐습니다. 운전자는 "주차한 오토바이를 누군가 옮겨서 뒤에 잠시 달았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번호판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습니다. 단속 경찰은 "자물쇠와 번호판이 자주 부딪쳐 페인트가 벗겨진 건데, 상습적으로 가리고 다녔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번호판이 없는 오토바이(위)와 인형을 단 오토바이(아래)번호판이 없는 오토바이(위)와 인형을 단 오토바이(아래)
③그 외 모든 것
어떤 식으로든 번호판을 가려선 안 됩니다. 번호판을 인형으로 교묘하게 가린 오토바이, 아예 번호판이 없는 오토바이 등 수법이 갖가지입니다. 진흙을 바른 번호판도 있었습니다.

위 사례들, 모두 불법입니다. 번호판을 임의로 가리거나 훼손하면 자동차 관리법 위반입니다.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단속에 나섰던 경찰 관계자는 "고의로 번호판을 가리면 자동차 관리법 10조 위반에 해당한다"며 "실수로 세차를 안 해 더러워도 과태료 대상"이라고 했습니다.

 
손가락으로 닦아보니 까맣게 묻어나온다.손가락으로 닦아보니 까맣게 묻어나온다.
취재진이 추격 끝에 간신히 얘기를 나눴던 '순대'를 단 배달노동자는 "주민들이 너무 많이 찍어서 힘들어서 그랬다"라고 했습니다. "하루에 서너 번은 찍히면서 일하는데 어쩌겠냐"고 했습니다. 번호판을 가리지 않고 다니는 다른 배달노동자들에게 이 상황을 묻자 "양심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배달노동자 커뮤니티에서도 '신고해야 한다'며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물론 불법은 단속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속이 모든 걸 해결할 순 없다고 말합니다. 한 교통 전문가는 "단속을 해도 그때뿐일 것"이라며 "배달 시스템과 시민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문제"라고 했습니다. 배달비를 올리거나 최대 배달 건수를 정해 배달노동자의 안전과 생계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도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전했습니다.

배달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사회적 비용(배달료나 길어진 배달 시간)을 지불할 시기라는 게 요점입니다. "편법과 불법을 통해 지금과 같은 빠른 배달시간이 나왔고, 이것에 고객들이 익숙해졌다"라고도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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