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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나는 매일 수면제 먹는데 가해자는 기사 내려달라 요구"

입력 2021-03-31 17:20 수정 2021-03-31 18:04

경남 하동 서당 성폭력 피해자 A군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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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 서당 성폭력 피해자 A군 증언

'엽기적 범죄' '체액' '성적 학대' '물고문'

경남 하동의 한 서당에서 벌어진 학원 폭력을 소개하는 표현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자극적인 표현에 자칫 사안의 본질이 흐려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지난해 2월 서당에서 또래 2명에게 피해를 본 17살 A 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난 29일 JTBC와 최초로 인터뷰했습니다. A군과 A군 아버지는 "가해자는 오히려 편하게 지내는 부당한 상황, 학생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서당은 제대로 관리·감독받지 않는 상황을 꼭 바로잡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JTBC 〈뉴스룸〉 보도로 다 담지 못한 인터뷰 내용을 조금 더 싣습니다.

◇밤 12시 차 소리가 난 후에는 '무법천지'

A 군이 피해를 본 시간은 자정이 지났을 때 입니다. A 군은 "밤에 점호를 하고 나면 원장은 숙소로 들어가고 사무장이란 사람은 자정에 퇴근을 했다"며 "사무장이 12시에 퇴근하는 차 소리가 들리고 나면 어른들이 나갔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사무장이 퇴근한 이후부터 기상 점호를 하기 전까지 그 새벽에는 어른들의 관리가 없는 상태였다는 겁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사진=JTBC 뉴스룸 캡처〉

◇"폭행은 비일비재…변을 먹은 피해자도 있다"

A 군은 서당 안에서 폭행은 비일비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체액을 강제로 먹고 구타를 당한 피해를 본 다음날 A 군은 원장에게 치료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A 군은 "원장 선생님은 제가 꾀병 부린다는 식으로 말을 하면서 폭행을 했고, 병원에 보내주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얘기를 못 하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학생은 변을 억지로 먹었다는 충격적인 증언도 있었습니다. A군은 "가해 학생 중 한 명이 자신에게 변을 먹였다고 나중에 울면서 알려준 친구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라우마 심각한 상황"…피해자 고통은 현재 진행형

A 군의 아버지는 "정신과 상담 선생님이 말하길, 아들이 쉽게 잊히지 않는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분노를 삭힐 수 있는 단계가 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며 "물고문이 떠오르는 물병, 사건을 당한 장소가 떠오르는 기숙사나 작은 밀실, 서당이 떠오르는 기와지붕을 제대로 쳐다 볼 수도 없다"고 전했습니다.

◇"가해자 부모는 오히려 기사 내려달라고 연락 오더라"

A 군과 부모가 분노하는 지점은 또 있습니다. 피해를 본 A 군은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가해 학생들은 비교적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있다는 점입니다. A 군은 "저는 지금까지 수면제 먹고 우울증약 먹고 아무것도 못 하고 지내고 있는데 가해자들은 잘 지낸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니 화가 났다"며 "기사를 내려달라고 부모님께 연락해오는 상황이 기가 막혔다"고 말했습니다.

〈사진=JTBC 뉴스룸 캡처〉〈사진=JTBC 뉴스룸 캡처〉

◇"제대로 된 조사 바란다" 피해 학생의 바람

A 군의 피해는 지난해 2월 무렵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검찰은 가해 학생 2명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A 군이 늦게나마 자신의 피해를 공개한 것은 얼마 전 인근 서당에서 다른 여학생이 폭행 피해를 본 사실을 접하면서입니다. A 군은 "그 피해를 본 학생이나 부모님이 혹시 혼자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며 "이런 소식이 뉴스에 나와 공론화되면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좋고, 이런 사건이 이제는 없어져야 하기 때문에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교육청이나 경찰이 철저하게 조사를 해주었으면 한다"고도 당부했습니다.


A 군을 괴롭힌 가해 학생들에 대한 재판은 당초 4월 초에 시작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가해 학생 측에서 연기를 요청해 5월 27일로 미뤄졌습니다. 매일 고통의 기억과 싸우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신속하게 재판이 진행되는 것도 하나의 치유 과정입니다. 더는 비슷한 피해가 없도록 교육 당국, 사법당국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가혁 기자(gawa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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