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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번호판 가리고…배달 오토바이 '무법 질주'

입력 2021-03-30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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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 시대에 더 바쁘게 달리는 배달 오토바이들 중에 번호판이 까맣거나 뭐가 달려 있는 오토바이들이 있습니다. 교통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 번호판 숫자를 잘 안 보이게 해놓은 건데요. 이렇게 해놓은 배달 노동자들은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서 더 많이 빨리 배달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만, 엄연한 불법입니다.

밀착카메라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사람과 뒤섞여 지나가고, 위태롭게 우회전합니다.

질주하는 오토바이들입니다.

배달이 늘면서 길 위를 오고 가는 오토바이들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방금도 오토바이 한 대가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일부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아예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른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하는데, 그 현장을 지금 확인해보겠습니다.

취재진은 서울의 한 사거리를 한 시간 동안 지켜봤습니다.

줄줄이 신호를 기다리는 오토바이들.

시커멓게 번호판을 칠한 오토바이가 보입니다.

숫자가 보이질 않습니다. 이게 뭘까.

배달용으로 보이는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이렇게 멀쩡한데요.

번호판을 잠깐 들여다 보면요.

시커먼 물체가 잔뜩 묻어 있습니다.

양쪽이 휘어져 있기도 한데요.

휴지를 이용해서 닦아보겠습니다.

이렇게 닦으면 시커먼 때가 묻어나옵니다.

[김준오/경기 안양시 안양동 : 번호판이 흐리거나 그런 걸 본 적 있는 거 같아요. 심하게 속도를 빠르게 내고 좌우로 많이 왔다 갔다거리고.]

[이세범/서울 대치동 : 구겨져 있고 뭐 그냥, 불빛도 많이 반짝반짝하는 거 있잖아요? 그런 것도.]

경기도의 한 신도시입니다.

아파트 밀집 지역인 이곳은 오후가 되면 오토바이 수십 대가 등장합니다.

번호판을 가린 오토바이가 많습니다.

저희 취재 차량 앞에 오토바이 한 대가 서 있습니다.

번호판을 가려놓아서 숫자가 뭐라고 쓰여 있는지 잘 보이질 않는데요.

이 오토바이가 어떻게 운전을 할지 이 취재 차량으로 쫓아가서 살펴보겠습니다.

속도를 내기 시작합니다.

차 사이로 사라져 쫓기 어렵습니다.

취재 차량 앞에 있던 오토바이를 쫓아와 봤습니다.

이렇게 뒤에 자물쇠를 걸어놓아서 번호판이 뭐라고 쓰여 있는지 잘 보이지가 않는데요.

선생님 이거 이렇게 걸어놓아도 되는 건가요?

[배달노동자 : 안 되죠. 신고가 많이 들어오고 하니까 달 수밖에 없어요. 배달대행이 아무래도 신호 위반을 좀 해야 하는 직종이다 보니까.]

꼼수도 가지각색입니다.

까만 번호판을 달고 우회전하는 오토바이.

번호를 확인할 수 없는 오토바이가 나란히 지나가고.

인형을 달거나, 아예 번호판이 없기도 합니다.

날이 저물면 번호판은 더 안 보입니다.

제 뒤쪽에 있는 저 오토바이의 번호판 같은 경우에는 까만 칠을 해놓아서 밤에는 도저히 볼 수가 없습니다.

주위에는 LED 조명도 달아서 밤에 식별이 쉽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

[배달노동자 : 주민들이 하도 찍어대서. 블랙박스, 지나가면서 찍고, 주민들이 찍고. 과태료도 내고, 교통과에서 계속 공문 날아오고.]

신고가 부담스럽다는 얘깁니다.

[배달노동자 : 블랙박스 때문에. 배달하시는 분들 보통 세 번에서 네 번은 찍힌다고 보시면 돼요. 알잖아요, 성격 급한 한국 사람들.]

경찰이 단속에 나섭니다.

교통싸이카를 이용해 이곳저곳을 누빕니다.

번호판을 가린 오토바이가 발견됩니다.

[(누가 옮겨놔갖고 원래 자물쇠 안 거는데 걸거든요.) 상습적으로 가리셨다는 게 표가 나는 게 페인트가 벗겨질 정도면 이렇게 꽤 오랜 시간 다니신 거 같아요.]

번호판을 가리면 형사 처벌될 수 있습니다.

[문성준/경기 일산동부경찰서 교통과 경위 : 고의로 가리게 되면 자동차관리법 10조 위반을 하시게 되어서 형사입건이 되고요. 과실로라도 이렇게 더럽혀져 있다거나 하면 지자체 통보해서 과태료 사항이니까.]

이들도 나름 할 말이 있습니다.

[배달노동자 : 굉장히 힘들어요. 과태료 때문에 일도 하기 싫어요.]

다른 배달노동자들은 눈살을 찌푸립니다.

[배달노동자 : 다른 분들이 손해를 보겠죠? 불이익을 받겠죠, 아무래도.]

[배달노동자 : 우리는 그렇게, 그렇게 하고 다니면 바로 퇴사예요. 자기 양심이죠, 그건. 자기 양심에 맡겨서 해야지 그건.]

지난해 기준 오토바이 교통위반 단속 건수는 지난 2019년의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단속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합니다.

한 번에 많이, 빨리 배달해야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이들의 노동 조건이 개선되는 게 필요하다는 겁니다.

늘어나는 배달 수요 때문에 압박에 시달리게 됐다고 배달 노동자들은 말합니다.

번호판을 가리게 된 이유 중 하나일 텐데요.

단속과 신고가 계속돼도 이들의 노동환경이 변하지 않는다면 위태로운 꼼수 질주는 계속될 지 모릅니다.

물론 그렇다고 불법이 용인될 순 없겠죠.

(VJ : 박선권 / 인턴기자 : 조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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