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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24시]1972년 '춘천 조두순' 누명...7번방의 기적은 없었다

입력 2021-03-30 09:56 수정 2021-03-30 10:30

아동 성폭행·살인범 재심서 무죄...국가 배상은 0원, 쓸쓸히 떠난 고 정원섭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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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행·살인범 재심서 무죄...국가 배상은 0원, 쓸쓸히 떠난 고 정원섭 씨

사진=JTBC 〈이규연의스포트라이트〉 134회 사진=JTBC 〈이규연의스포트라이트〉 134회

1972년 9월 25일 춘천의 한 논두렁. 9세 아이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성폭행 흔적이 남았습니다. 아이의 아빠는 파출소장.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힙니다.
범인은 만홧가게 주인이었습니다. 형사들의 갖은 고문에 못 이겨 자백했습니다. 법정에서 범인은 내가 아니라고 외쳤지만, 결과는 무기징역이었습니다. 15년여를 감옥에 있다가 출소했습니다. 1987년. 세상은 너무도 변해있었습니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의 모티브가 된 사건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영화보다 훨씬 잔인했습니다.
사진=JTBC 〈이규연의스포트라이트〉 134회 사진=JTBC 〈이규연의스포트라이트〉 134회
2011년, 법원은 살인범 정원섭 씨에게 재심 무죄를 선고합니다. 천추의 한이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1심에서 26억 원을 배상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2심에서 뒤집혔습니다.
사진=JTBC 〈이규연의스포트라이트〉 134회 사진=JTBC 〈이규연의스포트라이트〉 134회
1심 때만 해도 청구 기한은 3년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이 느닷없이 기한을 6개월로 줄입니다. 정 씨의 청구는 6개월에서 10일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2심은 10일이 지났으니 배상할 수 없다고 판결합니다.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인데, 사법농단의 그림자가 보였습니다.
사진=JTBC 〈이규연의스포트라이트〉 134회 사진=JTBC 〈이규연의스포트라이트〉 134회
기자는 3년 전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134회)〉에서 이 사건을 재조명했습니다. 정원섭 씨를 만났을 때, 소원을 물어봤습니다. "저는 그냥 이거는 잊고 살아야 해요. 그래야 제가 살아요". 몇 번의 뇌출혈로 다소 어눌한 말투. 방 안 구석구석엔 거미줄이 가득했습니다. 그는 26억 원을 못 받은 건 이미 잊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자신을 고문했던 형사, 검사, 판사가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말했습니다. "표창원 의원을 죽기 전에 꼭 한번 만나고 싶어요".
사진=JTBC 〈이규연의스포트라이트〉 134회 사진=JTBC 〈이규연의스포트라이트〉 134회
얼마 후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표창원 의원이 경찰대 교수였던 시절 정 씨 사건을 케이스로 다뤘다고 했습니다. 그때 너무 고마웠다고 합니다. 표 의원은 당시 정 씨를 구제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사진=JTBC 〈이규연의스포트라이트〉 134회 사진=JTBC 〈이규연의스포트라이트〉 134회
사건 후 그는 목사가 됐습니다. 그렇게 극심한 고통을 하루하루 버텨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 목사는 그제(28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늘(30일)이 발인입니다. 장지는 용인 평온의 숲. 영화와 달리, 7번방의 기적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누구의 책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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