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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건물 위 다닥다닥 반백 년…위태로운 '옥상마을'

입력 2021-03-2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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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나의 건물 옥상에 여러 채의 집을 올려서 마을을 이뤄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옥상 마을'이라고 부릅니다. 집들은 다닥다닥 붙어서 이렇게 50년을 버텼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부동산 투기의 수법들 속에 요즘 집은 돈 버는 수단처럼 비치곤 하는데, 이 '옥상마을' 사람들은 그저 집이 무너지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건물주만 80명이나 돼서 다시 짓고 살기도 힘든 그곳을, 밀착카메라 이예원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저는 지금 부산의 중앙시장에 나와 있습니다.

여기가 생긴 지도 벌써 50년이 됐는데요.

이쪽을 보시면, 그 사이 문을 닫은 음식점의 간판 위로 거미줄이 드리워졌고, 누전차단기도 오랜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직 장사를 하고 있는 과일가게 기둥을 볼까요.

이렇게 물이 새고 제가 살짝만 건드려도 콘크리트가 쉽게 부서집니다.

[과일가게 상인 : 46년 됐다, 여기서. 낡으니까 아무래도 불안하지. 위험한데 장사하겠나.]

한층씩 올라가봤습니다.

어두운 복도를 따라 바닥에 물이 샌 흔적이 가득합니다.

[조희범/건물 2층 봉제공장 작업자 : 저희는 세입자거든요. 일하고 있어도 솔직히 불안합니다. 포항 지진 때도 많이 흔들리더라고요, 여기가. 실들이 왔다 갔다 하더라고요.]

3층으로 한번 가보겠습니다. 계단이 제법 가파른데요.

벽에는 온통 균열이 생겨서 곳곳에 틈이 벌어져있습니다.

이쪽을 보시면 아직 영업중인 인쇄소 위로 천장이 다 까졌고 배관은 온통 녹슬었습니다.

4층으로 향하는 계단도 볼까요.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수도요금이 적힌 칠판을 지나 이어지는 4층의 모습.

담장과 대문, 화단과 전깃줄이 평범한 골목길처럼 보입니다.

옥상마을이 생긴 건 1968년.

한 때 200명 가까이 살았지만 2007년 중앙시장 재건축 사업으로 대부분은 사라졌습니다.

한 건물 옥상에 십여 세대가 남았는데, 그마저도 곳곳이 비었습니다.

[박순자/옥상마을 주민 : 이 집 안 산 지는 10년, 20년도 다 되어가고. 이것도 비었고. 난 오십몇 년 살았지. 서른여섯에 여기 왔으니까. (예전엔) 지금의 한 10배, 20배 넘게 컸지.]

옥상 주민은 대부분 어르신입니다.

이들은 주변에 하나둘 고층 건물이 들어서며 많은 게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오세원/옥상마을 주민 : 창문 열고 담배꽁초를 던져서 우리 집 옥상에 다 널려져 있으니까. 혹시 불날까 싶어서 그게 염려 나. 젊은 사람처럼 뛰어다니지도 못하고 피난구나 그런 것도 없고.]

재작년 태풍이 불었을 때 무너진 집 앞 담장은 아슬아슬한 모습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옥상마을 바로 맞은편에 있는 아파트에 올라와봤습니다.

여기가 4층이라 창문만 열면 옥상마을이 한눈에 보이는데요.

여기를 보시면 배수구가 밖으로 노출돼있어서 물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고 있고요.

난간이 금방이라도 붕괴할 것처럼 아주 위태롭습니다.

재건축을 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건물 소유자가 80명에 달하는데다 의견이 엇갈려 아직 답보 상태입니다.

[서삼보/건물 2층 교회 담임목사 : (다들) 경제적으로 다른 곳 갈 상황도 되지 못하고 할 수 없어서 여기 계시는… 건물이 이렇게 사고의 위험이 있으니까 개발을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 사이 사고도 있었습니다.

지난 1월에 옥상마을 건물의 외벽 콘크리트가 바닥으로 떨어져 옆 아파트 외부주차장에 있던 차 2대가 파손됐습니다.

[유백열/아파트 주민 : 우당탕탕 했다고. 지진이 일어나는가 싶어서 겁나더라고요. 비바람 치면 무섭죠. 무너질까 싶어서.]

아파트 주민들은 이미 1년 전부터 구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소용 없었다고 말합니다.

[조성훈/아파트 주민 : 저희가 사고 나기 1년 전부터 민원을 넣었습니다. 저희 아파트 쪽으로 분명 옹벽이 떨어질 거라고. 지금도 한쪽 저기도 붕괴 조짐이 분명히 보이고 있거든요.]

구청은 사유지에 개입하기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양태동/부산진구청 건축물관리계장 : 사유 건물이기 때문에 저희가 관여하기 힘든 사항이고요. (안전) 점검을 안 하게 되면 (소유자에게) 과태료도 부과해야 하는 상황인데 (소유자) 80명한테 다 부과할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입니다.]

사고가 난 후 구청은 건물 외벽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시설을 설치했습니다.

또 안전관리 대상 시설물로 지정하기 위한 검토를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 주민들은 불안한 하루를 보냅니다.

[조덕순/옥상마을 주민 : 우리가 돈이 없으니까 사는 거지, 어쩌겠어. 무너질까 싶어 겁나요. 올여름에 비 오고 태풍 불면 우리 집이 무너질지도 몰라요.]

세월이 지나 주변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고, 마을은 그 사이 섬처럼 이곳에 남아 있습니다.

빈집이 하나둘 늘었지만, 여전히 이곳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전인 만큼 더이상 방치되는 건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VJ : 박선권 / 인턴기자 : 이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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