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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보이스피싱 피의자도 피해자" 재판 이후...법정에 다시 선 피해자 가족

입력 2021-03-24 20:02 수정 2021-03-25 15:46

고 임정덕 씨 여동생 "저희에게는 살인죄나 다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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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임정덕 씨 여동생 "저희에게는 살인죄나 다름 없습니다"

자영업을 하던 42살 고 임정덕 씨가 2020년 10월 30일 목숨을 끊었습니다. 코로나로 폐업 위기에 놓이자, 지인들에게 빌린 1200만원을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속아 빼앗긴 직후였습니다. 임씨가 숨진 채 발견된 곳은 강원도 강릉의 소금강 인근.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과의 마지막 여행지였습니다.

JTBC 뉴스룸 (3월 24일 보도)
[단독] 코로나 폐업 위기 속 1200만원 사기당하고 극단 선택…'유서'로 잡은 범인은 '대학강사'

고 임정덕 씨 여동생고 임정덕 씨 여동생
오늘은 어제 방송에 담지 못한 내용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피의자 A씨의 1차 공판은 1월 13일 수원지방법원 205호 법정에서 열렸습니다. 임씨의 가족들이 방청한 가운데 재판장과 A씨, A씨 측 변호인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재판장은 A씨 측에게 "공소 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물었고, A씨 측은 "죄는 인정하지만 미필적 고의"라며 보이스피싱 범죄인 줄은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이어 임씨의 가족에게도 발언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임씨의 아버지는 바들바들 떠는 아내의 손을 붙잡고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엄벌에 처해주십시오"라고 짧게 말했습니다.

이에 재판장은 "피의자도 피해자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달책 임무를 맡았는데, 당시 범죄라는 걸 알지 못했고 A씨 또한 총책을 포함한 다른 일당에게 속았다고 볼 수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 임씨의 가족은 법정이 무서웠습니다. 피의자를 바라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오늘(24일) A씨의 2차 공판이 열렸습니다. 그럼에도 임씨의 가족은 다시 한 번 법정으로 갔습니다. 고인이 된 아들이자 오빠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법정의 분위기는 이전 재판 때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공소사실을 읊던 공판검사, 재판을 이끄는 판사 모두 다른 사람으로 바뀐 겁니다. 재판장은 방청석에 앉은 사람들에게 "오늘 피해자 출석하신 분 계시죠. 본인 성함 어떻게 되시나요?"라고 물었고, 이번에도 임씨의 가족이 손을 들었습니다.

재판장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음이 터져버린 임씨의 여동생은 "저는 이번 보이스피싱 사기로 고인이 된 피해자 임정덕의 친동생입니다. 어제 JTBC 뉴스룸에 방송이 나왔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호소했습니다. 법으로는 사기죄이지만 저희 가족에게는 살인죄나 다름 없습니다. 재판장님께서 부디 엄중하고 공정하게 처벌을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재판장은 "알겠습니다"라고 짧게 답했습니다.

합의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그동안 A씨 측은 죄를 인정하면서, 피해자들과 합의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A씨 측 변호인은 임씨의 가족 앞에서 재판장에게 "유족의 입장에서 피해자가 고인이 되셨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기엔 어렵지 않나 생각이 들고요. 변호인이 재판 끝나면 한 번 (임씨의 가족에게)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임씨의 여동생은 오빠가 돈 때문에 목숨을 끊은 게 아니라며 울부짖었고, 2차 공판은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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