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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 병원 문 열려면 나라 문 부터 열어야?.... 평양종합병원이 멈춰선 배경

입력 2021-03-22 18:16 수정 2021-03-2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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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당 창건 75돌까지 무조건 끝내기 위해 떨쳐나서야 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 17일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해 착공 첫 삽을 떴다. 〈사진=노동신문·연합뉴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 17일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해 착공 첫 삽을 떴다. 〈사진=노동신문·연합뉴스〉

지난해 3월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서 직접 한 말입니다. 당 창건 75돌은 같은 해 10월 10일로, 허허벌판 위에 애민정신의 상징인 대형 종합병원을 완공까지 7개월을 시한으로 못박은 겁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평양종합병원은 아직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공언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지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요란하게 이어지던 병원 관련 보도도 언젠가부터 자취를 감췄습니다. 지난 9월 13일 노동신문에 나온 마지막 기사의 제목은 "평양종합병원건설장에서
...외벽타일붙이기 마감단계, 외부시설물건축공사 빠른 속도로 진척"이었습니다.

◇"적대세력들 제재와 봉쇄 웃음으로 짓부시며" 야심찬 시작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7월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노동신문·연합뉴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7월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방문한 모습. 〈사진=노동신문·연합뉴스〉
2019년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평양종합병원 착공은 그 시작만큼은 야심만만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도 김 위원장은 당시 착공식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고 속도전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자기 나라 수도에마저 온전하게 꾸려진 현대적인 의료보건시설이 없는 것을 가슴 아프게 비판했다"며 "올해 계획됐던 많은 건설사업들을 뒤로 미루고 착공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적대 세력들의 더러운 제재와 봉쇄를 웃음으로 짓부시며 더 좋은 내일을 향하여 전진하는 우리의 기상과 굴함 없는 형세를 그대로 과시하는 마당이 될 것"이라고 한 뒤 첫 삽을 떴습니다.

한동안 공사는 순조로운 것처럼 보였습니다. 지난해 7월엔 김 위원장이 공사현장을 찾아 "마구잡이식으로 공사가 진행돼 주민 부담이 늘어났다"며 간부를 교체하는 등 독려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두 달 뒤인 9월 13일 노동신문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자들이 당 창건 75돌과 당 제8차 대회를 자랑찬 노력적 성과로 맞이하기 위한 총돌격전을 힘있게 벌리며 공사속도를 계속 높여나가고 있다"고 선전했습니다

◇위성사진 보니... 외관은 지난해 10월 완성

 
평양종합병원 착공 후 위성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서대로 2020년 3·4·6·10·11월, 2021년 1월. 지난해 10월 외관 공사가 마무리됐고, 이후 조경 등 주변 정리가 이뤄졌다.〈사진=구글어스〉평양종합병원 착공 후 위성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서대로 2020년 3·4·6·10·11월, 2021년 1월. 지난해 10월 외관 공사가 마무리됐고, 이후 조경 등 주변 정리가 이뤄졌다.〈사진=구글어스〉
병원이 세워진 당 창건 기념비 앞 광장의 구글어스 위성사진을 보면 지난해 10월 건물 외관 공사가 이미 마무리된 상태입니다. 지난해 11월과 지난 1월 위성사진에선 조경 등 주변 정리가 이뤄진 점도 포착됩니다. 그야말로 7개월 만에 무에서 유를 창조한 셈입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습니다. 준공식이나 병원 관련 소식이 뚝 끊겼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의료설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껍데기는 있지만 알맹이는 없다는 것이지요.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국경 봉쇄에 돌입한 뒤 지금까지 대규모 의료 물자를 받아들이기가 여의치 않은데다 국가재정도 나빠졌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가로 550m, 세로 120m 부지에 20층으로 건설된 이 병원의 병상 수는 2500병상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 버금가는 규모입니다. 여기에 걸맞는 의료시설을 갖추기 위해선 최소 1000억원은 투입돼야 한다고 합니다. 장비뿐 아니라 봉쇄 이후 전력난이 더 심해져 대형병원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데 위험부담이 커진 점도 문제입니다.

◇"북한, 지난해 하반기 의료시설 지원 가능성 타진"

 
평양종합병원 건설장에서 한밤중에도 대낮처럼 밝게 불밝힌 채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고 지난 5월 5일자 노동신문이 1면에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연합뉴스〉평양종합병원 건설장에서 한밤중에도 대낮처럼 밝게 불밝힌 채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고 지난 5월 5일자 노동신문이 1면에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연합뉴스〉
그렇다고 북한이 완전히 손을 놓고만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하반기 북한은 중국 등 외부로부터 의료시설 지원을 받기 위해 필요 물품의 목록을 만들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대북 의료지원을 검토하던 한국의 민간단체들이 해당 목록을 입수했고, 정부 당국도 여러 가능성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과정을 파악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소극적으로 임하고 민간단체에서도 더 이상 진척된 얘기가 나오지 않으면서 없던 일이 됐습니다.

북한 전문가인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 입장에선 병원 문을 열자니 봉쇄를 풀어야 하고, 이대로 그대로 놔두자니 김정은의 위신에 손상이 가는 난처한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굳이 꼽자면 김일성 생일인 오는 4월 15일 태양절이 준공식을 열 수 있는 적절한 시기가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병원 외관만 보여주는 쇼가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방안"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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