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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핑크퐁 아기상어, 표절 아니다"

입력 2021-03-22 07:02 수정 2021-03-22 08:51

저작권위 감정 결과 "드럼 패턴 등 실질적 유사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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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위 감정 결과 "드럼 패턴 등 실질적 유사성 없어"

▶ 유튜브 누적 조회 수 1위, 아기 상어의 원곡은 '구전 동요'
세계 최대 규모의 동영상 기반 서비스인 유튜브의 누적 조회 수 1위 영상은 놀랍게도 한국의 한 교육 업체에서 만든 '베이비 샤크(이하 아기상어)입니다. 지금까지 누적 조회 수만 무려 81억 9천만 회에 달하죠.
 
핑크퐁 아기상어 댄스 버전은 2015년 첫 업로드 뒤 현재 81억 뷰를 기록했다.핑크퐁 아기상어 댄스 버전은 2015년 첫 업로드 뒤 현재 81억 뷰를 기록했다.

워낙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동영상이라, 미국 TV쇼나 야구장, 축제 등지에서 즐겨 불렸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군대에서 군인들이 걸어가며 군가처럼 부르는 버전도 있을 정도입니다.
 
아기상어 동영상은 해외에서 군가 등 여러 버전으로 바뀌어 사용되고 있다.아기상어 동영상은 해외에서 군가 등 여러 버전으로 바뀌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한국판 '아기 상어'의 원곡은 사실 오래전부터 서구 사회에서 전해져온 구전 동요입니다. 구전 동요를 기초로 여기에 멜로디와 반주, 화성 등을 입힌, 법적으로 보면 '이차적 저작물'인 셈이죠.
 
저작권 소송에 제출된 영상 중 하나인 아기상어 구전동요 버전. (2007년)저작권 소송에 제출된 영상 중 하나인 아기상어 구전동요 버전. (2007년)

▶ 미국 작곡가의 저작권 소송 제기
그런데 지난 2019년 한 미국의 동요 작곡가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조니 온니(Johnny Only)란 예명으로 활동하던 조나단 로버트 라이트란 작곡가가 핑크퐁 아기 상어를 만든 스마트스터디란 업체를 상대로 3천만 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낸 것이죠.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아기상어' 저작권 침해 여부를 둘러싼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아기상어' 저작권 침해 여부를 둘러싼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원고 조나단 씨는 2011년 9월, 기존에 존재하던 아기 상어 구전 동요를 개사하고 반주를 붙여 싱글 앨범을 출시했습니다. 같은 달에는 친척들과 함께 만든 아기 상어 뮤직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죠.
 
미국 동요 작곡가인 예명 '조니 온니'는 지난 2019년 국내 핑크퐁 제작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미국 동요 작곡가인 예명 '조니 온니'는 지난 2019년 국내 핑크퐁 제작사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피고인 스마트스터디가 원고의 아기 상어가 갖는 중독성 있는 리듬과 멜로디를 따라 만들었다'며 '한 번만 들어봐도 누구나 두 곡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알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 측은 원고에게 이차적 저작권이 없다고 반박합니다. 판례상 2차 저작물이 되려면 보통의 저작물보다 더 높은 수준의 창작성이 필요한데, 자신의 곡이 창작성이 있는지에 대해 어떠한 입증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민사 소송이니, 본인의 곡이 창작성이 있는지는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 소송은 2019년에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전문가의 감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판 진행을 추정, 즉 미뤄놨기 때문입니다.

▶ 감정인으로 나선 저작권위원회의 결론 '표절 아니다'
원고와 피고 모두가 동의한 전문 감정인으로 한국저작권위원회(이하 저작권위)가 정해졌고, 저작권위는 최근 법원에 감정 결과를 회신했습니다. 결론은 '표절이 아니다'였습니다.
 
저작권위는 조니온니의 아기상어와 핑크퐁 아기상어, 구전동요로 만들어진 다수의 과거 아기상어 동영상을 비교 분석했다.저작권위는 조니온니의 아기상어와 핑크퐁 아기상어, 구전동요로 만들어진 다수의 과거 아기상어 동영상을 비교 분석했다.

사실 비전문가 관점에서 두 곡을 단순 비교하면 비슷하게 들리는 지점이 많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감정의 특징은 원곡인 구전 동요가 따로 있는 상태에서 표절 여부를 따지는 것입니다. 1:1로 비교하는 보통의 표절 감정과는 많이 다른 셈이죠.
 
저작권 소송에 제출된 영상 중 하나인 아기상어 구전동요 버전. (2001년)저작권 소송에 제출된 영상 중 하나인 아기상어 구전동요 버전. (2001년)

원고와 피고의 신청에 따른 감정 결과가 각 1부씩 있지만, 여기선 주로 미국인 동요 작곡가 측이 신청한 감정에 관한 결과 만을 정리해봤습니다.

▶ '새로운 반주 아니다…지극히 평범한 스타일의 편곡'
우선 저작권위는 미국인 작곡가의 아기 상어에 새로운 반주가 추가되지 않았다고 봤습니다. 반주가 추가되긴 했지만, 2001년에 나온 다른 동영상에도 반주가 들어가 있다고 했습니다.
 
저작권위는 원고 측의 '아기상어'에 미약한 수준의 창작성만 있다고 판단했다.저작권위는 원고 측의 '아기상어'에 미약한 수준의 창작성만 있다고 판단했다.
전자기타와 신디사이저 패드 음색을 써서 악기를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며, 편곡이 지극히 평범한 수준으로 새로운 창작 요소가 없다고 봤습니다.

구전 동요에는 없는 드럼 샘플을 쓴 디스코 스타일의 패턴을 쓴 것 역시 창작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드럼 샘플 소스는 수많은 음악가가 쓰고 있는 데다, 평범한 디스코 장르로 편곡했고, 4박자의 1박마다 베이스드럼이 나오는 지극히 평범한 스타일의 편곡이란 겁니다.
 
저작권 소송에 제출된 영상 중 하나인 아기상어 구전동요 버전. (2008년)저작권 소송에 제출된 영상 중 하나인 아기상어 구전동요 버전. (2008년)

처음에는 드럼과 베이스 기타 보컬만 나오다가 전자 기타가 추가되고 보컬에 화음이 들어가게 한 것 역시 새로운 창작적 요소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곡의 반복에서 지루함을 줄여주기 위해 대표적인 방식이 악기를 하나씩 채워나가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각각의 요소들은 창작성이 없지만, 곡 전체를 보면 미약한 수준의 창작성은 있다고도 했습니다.

▶핑크퐁 아기상어와 비교해본 저작권위
저작권위는 원고의 아기 상어와 피고의 핑크퐁 아기상어을 직접적으로도 비교했습니다. 우선 반주 도입부터 다른데, 핑크퐁 아기상어는 Gm-C-Em-D로 코드가 진행된다고 지적합니다. 신세계 교향곡 멜로디를 삽입한 도입부를 말합니다. 곡 중간에 이른바 '반 키를 올리는' 방식으로 화성 진행을 변경한 것 역시 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단, 이 역시 흔한 방식이라는 단서는 달았습니다)
또 음악 장르도 달라서, 핑크퐁 아기 상어는 하우스 댄스에 가까운 반면, 조니 온니의 아기상어는 디스코 장르라고 봤습니다.
 
인터넷 상에는 여러 방식으로 제작된 구전동요 버전의 아기상어가 존재한다.인터넷 상에는 여러 방식으로 제작된 구전동요 버전의 아기상어가 존재한다.

물론, 저작권위는 핑크퐁 아기상어 역시 창작적 표현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와 마찬가지로 '미약한 수준의 창작성' 만을 갖고 있다는 것이죠.
 
저작권위는 가락을 중심으로 리듬과 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도 두 곡 간에 유사성이 없다고 판단했다.저작권위는 가락을 중심으로 리듬과 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도 두 곡 간에 유사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후반부 드럼 패턴이나 반복 구마다 다양하게 사용된 베이스 기타의 패턴 등을 고려하면 두 곡 간의 실질적 유사성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 저작권위의 결론입니다. 이 밖에 멜로디를 살펴봐도, 조니 온니의 곡은 원곡인 구전 동요와 멜로디가 같지만, 핑크퐁 아기상어는 다른 부분이 있다고도 했습니다.

▶ 저작권 소송에서 감정 결과가 갖는 위력
사실 재판 결과가 전문가의 감정 결과에 귀속되지는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감정 결과와는 다른 판단을 내려도 상관없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지식재산권 소송에서 전문가의 감정 결과는 매우 중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한 법조인은 이와 관련해 "지식재산권 사건에선 판사도 전문가가 되기 어렵다"라며 "전문가 감정이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대부분 감정 결과를 따라가는 편이라고도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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