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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 코로나19 말고 다른 이유도?…한미연합훈련 축소 배경

입력 2021-03-09 16:44 수정 2021-03-09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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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올해 상반기 한미연합훈련( 정식 명칭: '한미 연합지휘소 훈련'(CCPT)) 이 어제부터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야외에서 훈련하고 있는 군 병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서울 용산의 합동참모본부 청사와 경기 성남의 주한미군 벙커 등에 마련된 지휘소에서 가상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전쟁 대비 연습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영향… '예행연습'만 실시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3년째 훈련의 규모가 줄어들어왔지만, 올해 특히 연합훈련의 발목을 잡은 건 코로나19입니다. 합참은 이번 훈련에 앞서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예년에 비해 훈련 참가 규모를 최소화했다"고 밝혔습니다. 해외 주둔 미군 병력이 국내에 들어오기 어려워지면서 훈련 규모와 내용도 축소됐고, 한미 양측 군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경우도 최소화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이 시작된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기지 내에 군용 트럭과 헬기가 서 있다.올해 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이 시작된 지난 8일 오후,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기지 내에 군용 트럭과 헬기가 서 있다.


훈련 규모가 줄어들면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2단계 검증,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 훈련에서도 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전작권전환이 되려면 3단계 검증을 거쳐야하는데, 아직 2단계 평가 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거지요.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어제(8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상황 등 여러 제반 여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으로 FOC 검증을 하는 게 조금 제한이 됐다"고 언급했습니다. 훈련을 통해 한국군 장군이 미래 연합사를 지휘하면서 작전을 주도하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미국 증원 전력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어려워져 실질적인 검증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합참은 이번 훈련에서 한국군 4성 장군이 지휘하는 미래연합사 주도로, 전구(戰區·독자적으로 전투를 수행하는 구역) 작전 예행연습을 일부 실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방부 대변인은 오늘(9일) "(예행연습을) 그렇게 함으로써 전작권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는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죠.

◇미국의 속내… '전작권 전환' 차질 불가피

하지만 훈련 규모가 줄어든게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란 게 군 안팎의 설명입니다. 바로 전작권 전환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미군이 전작권 전환 검증에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고 핵·미사일이 더 고도화 되는 상황에서 한국군 대응 능력은 제자리 걸음이라는 게 미국의 평가"라고 분석했습니다. 한 마디로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주도하는 미래연합사령부가 현재 한미연합사 수준의 전쟁 수행 능력을 갖추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본다는 겁니다.

미국이 전작권 전환 검증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바로 심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 때문입니다.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라도 미군이 한반도 방위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게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한미는 이번에 하지 못한 FOC 검증을 일단 올해 하반기 연합훈련 때 시행하는 쪽으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 그리고 코로나19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또다시 미뤄질 가능성은 큽니다. 한 군 소식통은 "올해 FOC 검증이 끝나야 전작권 전환 연도를 도출하려는 우리 측 입장을 미군과 계속 협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2022년 5월) 전작권 전환을 마치겠다는 공약은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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