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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즘] '치즈떡볶이맛 아이스크림'? 직접 먹어봤습니다.

입력 2021-03-09 14:32 수정 2021-03-09 14:38

아이스크림이 이렇게 매울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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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이 이렇게 매울 일인가?

[치즈떡볶이+아이스크림? = 머선129]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충격적인 신상 아이스크림 사진을 보게 됐습니다. 〈찰떡아이스 매운 치즈떡볶이 맛〉. '엥? 내가 아는 그 찰떡아이스인데, 매운맛이라고?' 황당했습니다. 게시글엔 제품 사진도 있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찰떡아이스 매운치즈떡볶이맛' 상품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찰떡아이스 매운치즈떡볶이맛' 상품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처음엔 기업들이 만우절에 장난으로 올리는 가짜 상품 사진인 줄 알았습니다. 이번엔 속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진도 나름 진짜처럼 만들었네' 하면서요.

 
만우절에 화제가 됐던 농심 '병장라면' 사진. 쫄병스낵의 시리즈 상품으로 '병장라면'을 선보인다고 했지만 만우절 거짓말이었다. 〈사진=농심 블로그 캡처〉만우절에 화제가 됐던 농심 '병장라면' 사진. 쫄병스낵의 시리즈 상품으로 '병장라면'을 선보인다고 했지만 만우절 거짓말이었다. 〈사진=농심 블로그 캡처〉

2018년 만우절에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한 또다른 상품, 팔도비빔밥. 당시엔 역시 거짓말이었으나, 2019년 실제로 팔도비빔밥 상품이 출시됐다고 한다. 〈사진=팔도 블로그 캡처〉2018년 만우절에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한 또다른 상품, 팔도비빔밥. 당시엔 역시 거짓말이었으나, 2019년 실제로 팔도비빔밥 상품이 출시됐다고 한다. 〈사진=팔도 블로그 캡처〉

정식 출시 소식을 메일로 받고서야 알게 됐습니다. 매운 치즈떡볶이 맛 아이스크림이 정말로 나온다는 사실을요. 보도자료엔 "롯데제과가 국내 최초로 매운맛 아이스크림을 선보인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궁금했습니다. 메일을 받은 다음 날, 바로 집 근처 마트에 가봤습니다. 제가 찾는 상품은 없었습니다. 여러 편의점에도 전화를 돌렸지만 "그게 뭔데요?", "저희는 치즈떡볶이 맛은 없어요"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정말 출시된 게 맞는지 메일을 보내준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해봤습니다. "슈퍼마켓, 아이스크림 할인 전문점 같은 곳에 먼저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50만 개만 출시되는 한정판 상품이다 보니 다른 지역보다는 서울에 빨리 들어올 것 같다"고 하더군요.

저는 경기도민이라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문제의 상품을 잊고 지냈는데요. 출근길에 한 아이스크림 할인 전문점에 들어가 봤습니다. "찾았다!" 매장 한쪽 냉장고에 제가 찾던 아이스크림이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찰떡아이스 매운치즈떡볶이맛! 아이스크림 할인 전문점에서 드디어 만났다. 〈사진=직접 촬영〉찰떡아이스 매운치즈떡볶이맛! 아이스크림 할인 전문점에서 드디어 만났다. 〈사진=직접 촬영〉

가격은 한 개에 1000원. 기존 찰떡아이스와 같았습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달콤한 오렌지 맛이 날 것 같은 주황색 찰떡. '진짜 매운맛이 날까?' 싶었습니다. 반을 잘라보니 안에는 흰 아이스크림이 채워져 있고, 빨갛고 작은 알갱이가 들어 있었습니다.

 
열어보니 주황색 찰떡이 2개 들어있었다. 왠지 오렌지 맛이 날 것만 같았다. 〈사진=직접 촬영〉열어보니 주황색 찰떡이 2개 들어있었다. 왠지 오렌지 맛이 날 것만 같았다. 〈사진=직접 촬영〉


 
찰떡을 잘라보니 흰 아이스크림과 빨간 알갱이가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이스크림이 매울 것 같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사진=직접 촬영〉찰떡을 잘라보니 흰 아이스크림과 빨간 알갱이가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이스크림이 매울 것 같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사진=직접 촬영〉


[그래서 맛은? '충격']


어떤 맛일까. 한입에 넣고 씹었는데 바로 청양고추 맛과 향이 났습니다. 먹을수록 매운맛이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혀도 얼얼했습니다. 저는 평소 매운 음식을 잘 먹는데도 바로 '아 맵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언젠가 느껴본 듯한 이 당황스러운 기분은 뭘까…. 가만히 기억을 곱씹어 봤습니다. 식당에서 별생각 없이 고추를 집어먹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매운 고추였을 때 느껴지는 당혹감과 배신감(?). 딱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주황색 찰떡은 달콤했습니다. 아이스크림은 다 삼키고 찰떡만 남았는데도 매운맛이 남았습니다. '씁' 하고 계속 숨을 들이마시게 됐습니다. 반쪽만 먹었는데 이렇게 맵다니. 충격이었습니다.

 
찰떡아이스 매운치즈떡볶이맛의 고운 자태.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작은 귤 같았는데, 이 녀석 이렇게 매울 줄이야. 〈사진=직접 촬영〉찰떡아이스 매운치즈떡볶이맛의 고운 자태.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작은 귤 같았는데, 이 녀석 이렇게 매울 줄이야. 〈사진=직접 촬영〉

[매운맛은 나는데, '치즈떡볶이'는 어디에?]


먹다 보니 상품에 대한 상세 설명이 궁금해져서 보도자료를 다시 열어봤습니다. 주황색 떡 안에는 할라페뇨 성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하얀 아이스크림은 크림 체더치즈 맛이고요. 하지만 매운 고추 맛이 강해서인지 치즈 맛은 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까 본 빨갛고 작은 알갱이는 매운맛의 칩과 쿠키라고 하는데요. 칩과 쿠키만 따로 골라내서 먹어보니 매운 고추장 맛이 났습니다. 칩과 쿠키에서만 떡볶이에 들어가는 고추장 소스 비슷한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스크림 안에 들어 있던 빨간 알갱이를 따로 꺼내보았다. 매운맛이 나는 쿠키와 칩인데, 따로 먹어보니 고추장 소스 맛이 났다. 그나마 떡볶이 맛에 가장 가까운 부분이었다. 〈사진=직접 촬영〉아이스크림 안에 들어 있던 빨간 알갱이를 따로 꺼내보았다. 매운맛이 나는 쿠키와 칩인데, 따로 먹어보니 고추장 소스 맛이 났다. 그나마 떡볶이 맛에 가장 가까운 부분이었다. 〈사진=직접 촬영〉

결론적으로, 아이스크림 이름처럼 '매운 치즈떡볶이' 맛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저라면 '찰떡 아이스 매운 청양고추 맛'이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1000원에 느낀 매콤함]


스트레스받을 때 매운 음식 찾는 분들 많죠. 불닭볶음면, 닭발, 낙지 볶음 등등. 돈도 없고, 한 끼 식사 배달시키기엔 부담스러운 분들에게 딱 맞을 것 같습니다. 천 원에 곧바로 매콤함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매우면서 단 음식(맵단)을 좋아하는 분들, 매운 아이스크림은 어떤 맛인지 궁금한 분들에게도 (조심스럽게) 추천합니다.

하지만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분이나, 어린이들에게는 아주 매울 것 같습니다. '아이스크림인데 얼마나 맵겠어' 하는 생각으로 먹는다면, 놀랄 수 있습니다. 저도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잘 먹는 편인데 기사를 쓰는 지금도 물을 몇 번 마셨거든요. (참고로 입안의 매운맛은 아이스크림을 먹은 지 20분이 더 지나서야 완전히 가라앉았습니다.)

제 옆에 앉은 한 선배에게도 이 아이스크림을 권해봤는데요. "청양고추 맛도 나고 맵긴 한데, 괴식(괴상한 음식) 같다. 굳이 이걸 사서 먹을 이유가 있을까?" 하는 한 줄 평가를 남겨주었습니다. 다른 선배와 동기에게도 주었는데, 두 사람 모두 한 입 먹더니 더 먹기를 포기했습니다. "아이스크림에서 매운맛이 나는 것 자체가 불쾌한 느낌"이라는 말과 함께요.

매콤한 아이스크림. 특이하고 재밌는 '미식(美食)'일지, 맛도 기억도 지우고 싶은 '괴식'일지 궁금하시다면? 도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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