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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LH 직원 땅에 '수익률 900%' 마법의 나무…"조달청 단가 기준 없는 품종 골랐다"

입력 2021-03-08 19:50 수정 2021-03-08 20:21

'부르는 게 값' 보상기준 없는 나무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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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는 게 값' 보상기준 없는 나무 심었다


[앵커]

오늘(8일)도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한 단독 취재로 문을 열겠습니다. 지난주에 뉴스룸은 투기를 위해 사들였다고 지목된 그 땅의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어린나무들이 심어져 있는데, 더 취재를 해보니 나무 이름은 '에메랄드 그린'이었습니다. 주목해야 하는 건 정부의 보상 기준에 빠져 있는 품종이라는 겁니다. 이 경우 감정 평가사와 입을 맞추면 '부르는 게 값'입니다. 실제 옮겨심기만 해도 보상금으로 9배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 투기꾼들 사이에선 '마법의 나무'라 불린다고 합니다.

먼저, 안태훈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광명·시흥 신도시입니다.

LH 직원들의 땅에 2천 개 넘는 어린나무들이 빼곡합니다.

이상하게도 이들 묘목은 한겨울에 심어졌습니다.

[LH 직원 농지 관리인 : 1월 말쯤 했을 거예요. (작업) 다 하니까 (신도시) 발표가 나더라고요.]

묘목을 심은 지 한 달 뒤 정부는 광명·시흥을 3기 신도시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이 시기에 나무를 심는 건 보상을 노린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A씨/조경전문업체 : 1월에 식재할 경우 나무가 동해도 받을 수 있고 지반이 얼어 있어 식재하는 품도 많이 들어갑니다. 해동이 된 다음에 3~4월 식재가 제일 적기라고 봅니다.]

그중에서도 '에메랄드그린'을 심은 건 고수 중의 고수라는 평이 나옵니다.

[B씨/조경전문업체 : 조달청에 (단가) 등록이 안 돼 있어요. 등록이 안 돼 있으니 (보상가격) 기준점이 없는 거죠. 감정평가하기 나름이겠죠.]

보상비를 정할 때는 LH와 지자체, 주민 측이 감정평가사를 고용합니다.

보상 담당 LH 직원이라면 감정평가사들과 잘 알고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의 한 묘목 전문 시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에메랄드그린 묘목입니다.

시중에서 2천 개 정도 산다고 했을 때 1주당 가격은 2천 원입니다.

그런데 2~3년이 지나면 보시는 것처럼 1미터 이상 자라고요.

4~5년 뒤면 2미터가 넘습니다.

생장 속도가 빨라 보상비도 많이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운반비와 작업비 등을 모두 더해도 어린나무 1주당 심는 비용은 만 원이 채 안 됩니다.

보상비 책정이 이뤄질 시점엔 가격이 크게 뜁니다.

[B씨/조경전문업체 : (한 그루당) 굴취(나무 뽑기)가 한 4만원 돈 나와요. 식재(나무 심기)가 한 4만5천원이고요. 발표하고 최하 3~5년 차 돼야 보상이 들어가거든요.]

LH 직원들에겐 만 원짜리가 9만5천 원으로, 900% 넘는 수익률을 가져다주는 '마법의 나무'였던 셈입니다.

(VJ : 안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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