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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변수로 떠오른 '윤석열 사퇴'…'정치권 들썩'

입력 2021-03-05 19:38 수정 2021-03-05 21:39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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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윤석열 전 총장의 사퇴는 재보선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야권은 일단 반기면서도 조심스러운 관망세를 취하고 있고요. 여권은 재보선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박준우 반장이 관련 내용 정리했습니다.

[기자]

y=f(x), 중고등학교 수학시간에 자주 등장하는 수식이지요. 함수라고도 하는데요. 제가 사회학과를 나오긴 했지만 다행히 소싯적에 '수포자'(수학포기자)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가수 'f(x)'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요. 오늘은 제가 여러분을 정치수학의 세계로 잠시 안내해드리려고 합니다. 저 수식에서 x는 독립변수, y는 종속변수라고 하죠. x값의 변화에 따라 y값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데요. 현재 정치권에서 갑자기 등장한 x는 '윤석열 사퇴'입니다. 그럼 y는 뭘까요? 바로 4·7 재보궐 판세입니다. 저 함수를 정리하자면 '재보궐 판세=f(윤석열 사퇴)'가 되겠지요.

그럼 지금부터는 야권 입장에서 저 함수를 풀어보겠습니다. 봄이 성큼 다가오면서 오늘 날씨 정말 화창했지요. 저도 발제고 뭐고 나가고 싶은 충동을 복국장 눈치 보면서 간신히 참았는데요. 일단 야권은 표면적으로는 윤석열 사퇴를 재보선에 불어오는 '봄바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입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어제) : 우리 국민의힘은 필요하다면 윤석열 검찰총장과 힘을 합쳐서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눈엣가시'이던 윤석열이 자리에서 물러났으니 검찰개혁을 자신들 뜻대로 마음대로 밀어붙일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할지 모르지만 크나큰 국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합니다.]

어디선가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라도 틀어놓은 거 같은데요. 이번 재보선은 결국 '정권심판론'과 '국정안정론'의 대결입니다. 지난해 추-윤 갈등 국면에서 국민의힘은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던 바 있죠. 국민의힘은 윤석열 사퇴로 '정권심판론'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재보선 판세에도 당연히 플러스 요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는데요. 필요하다면 윤 전 총장과 힘을 합쳐 반문재인 공동전선이라도 구축하겠다는 요량입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윤 전 총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는데요.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야당 지지자분들의 기대가 모여 있는 분이니까 야권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씀드렸고 정치를 하실지 안 하실지는 본인의 결심에 따른 문제이지만 정권교체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주시면 좋겠다는 희망사항도 말씀드렸습니다.]

다만 윤 전 총장의 향후 행보를 바라보는 복잡한 속내도 감지됐습니다. 어제 윤 전 총장 때문에 제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사람이 있지요.

[JTBC '정치부회의' 여당발제 (어제) : 오늘 오후 2시입니다. 국장과 반장들의 눈은 모두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에 쏠렸지만요. 저 여당반장 류 반장만큼은 박영선 후보와 조정훈 후보의 단일화 토론을 봤습니다.]

저도 솔직히 어제 2시에는 윤석열 전 총장 인터뷰를 잠깐 봤습니다. 사실 어제 야권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오세훈 후보였죠. 오 후보가 예상을 깨고 국민의힘 서울시장 최종 후보로 선출됐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그런지 오 후보는 윤 전 총장과는 약간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습니다.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바로 그분을 정치 일선으로 끌어들이는 분석들이 나오게 되면 그분의 순수한 의도가 오히려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이 들고요. 그분도 본인의 이런 정치적인 결단이나 사퇴가 그렇게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비춰지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경계하실 걸로 짐작을 합니다.]

제가 야권이 '표면적으로' 반기는 분위기였다고 말씀드렸죠. 윤석열 사퇴가 야권 전체에 훈풍인 건 맞지만요. 윤 전 총장의 향후 행보 역시 '독립변수 x'입니다. 윤 전 총장이 앞으로 어떤 정치적 움직임을 보이는지에 따라 최종 야권 단일 후보가 누가 될지도, 재보선 이후 야권 개편의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국민의힘이나 국민의당이나 겉으로 웃고는 있지만, 일단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앞으로 행보는 그럼 어떻게 보시는지? 일각에서는 제3지대와…) 나는 그건 잘 모르겠어요. 지금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번에는 여권 입장에서 함수를 풀어보겠습니다. 어제는 일단 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이 재보선에 별로 영향이 없을 것 같다고 애써 선을 그었지요.

[김종민/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어제) : 사퇴 자체가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하진 않는데 이후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행동한다면 선거 영향을 주겠죠. 만약에 그런 행동이 있다면 그때 가서 또 우리가 판단해봐야 되고…]

하지만 오늘 민주당 지도부는 모두 윤석열 때리기에 나섰죠. 야권 입장에서 윤석열 사퇴가 '봄바람'이었다면 여권에서는 '꽃샘 추위'라는 게 분명해졌기 때문인데요.

[이낙연/더불어민주당 대표 : 본인 스스로가 검찰총장 재임 시절부터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기소 논란 등으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격렬한 시비를 일으키더니 사퇴도 그렇게 하셨습니다. 법치는 명분에 불과했고 일부 정치검사의 기득권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지키기 위해 검찰 조직을 이용해왔음이 분명해졌습니다.]

'벚꽃엔딩'이 아니라 '봄이 좋냐??' 같은 냉소적인 노래가 들리는 듯 합니다. 윤 전 총장이 재보궐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킨 형국이죠. 사실 여당엔 악재가 닥친 셈입니다. 재보선 한 달여를 앞두고 '국정 안정론'이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큰데요. 거기에 여권에서 밀어붙이는 4차 재난지원금과 가덕도신공항 이슈도 윤석열 이슈에 묻힐 것이란 분석입니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도 우려를 드러냈죠.

[박영선/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윤석열 요인이 보궐선거 표심에 일정하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 있다고 보십니까?) 이것도 좋은 일은 아니죠. 왜냐하면 좀 어색해 보이는 사퇴인데 이 어색해 보이는 사퇴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어색해 보인다',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이게 윤 전 총장의 사퇴를 바라보는 박 후보의 평가입니다. 뭔가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는 사퇴인 것 같다는 뉘앙스인데요. 박 후보는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 여부에 대해선 직접 물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박영선/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저는 검찰에 계신 분들이 제가 법사위에 오래 있었잖아요. 법사위원장까지 했기 때문에, 검찰에 계신 분들하고는 제가 다른 분들보다는 잘 아는 사이죠 (윤석열 총장이 정말로 정계에 진출해서 정치인이 될 거라고 전망하세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한번 여쭤봐야 될 것 같습니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후보도 윤 전 총장이 "본인의 출세욕, 권력욕, 정치욕을 임기 내내 드러냈고,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권과 행정권에 정면 도전했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이렇게 여권이 한 목소리로 윤 전 총장을 깎아내리는 건 여권 입장에서 재보선 판세가 불리해졌다는 방증이겠지요.

정치수학개론 요약 정리하겠습니다. 아주 단순하게 수식화하면요. 야권 입장에서 '윤석열 사퇴 x'값에 따른 '재보선 판세 y'는 '+α'이고요. 여권 입장에서는 '-β'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야당 발제 제목은 이렇게 하겠습니다. < 윤석열 사퇴에 정치권 들썩…요동치는 재보선 판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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