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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교통이 아니라 고통"...김포 지하철 어쩔 건가요?.txt

입력 2021-03-04 19:44 수정 2021-03-05 00:20

[기동취재] "교통이 아니라 고통"...김포 지하철 어쩔 건가요?.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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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교통이 아니라 고통"...김포 지하철 어쩔 건가요?.txt

지난달 1일, 한 남성이 출근길 김포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양촌역에서 몸을 실었다가 종점까지 열 정거장을 이동했습니다. 사람이 많이 타기로 손 꼽히는 풍무역에 내렸다가 다시 시민들과 함께 줄을 서고 열차를 두 번 보내고 탑승했습니다.
 
'지옥철' 김포도시철도'지옥철' 김포도시철도

조금은 특이한 탑승 체험을 하는 이 사람은 정하영 김포시장입니다. JTBC <밀착카메라>를 통해 제가 김포골드라인 지옥철 모습을 보도한 뒤, 한 시민이 김포시장에게 '너도 함 타봐라' 챌린지를 제안했습니다. 그에 응답해 차에 몸을 실은 겁니다. 정 시장은 챌린지가 끝난 뒤 취재진 앞에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다. 이것은 교통이 아니라 고통 그 자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 반응은 시원찮습니다. 정 시장의 말이 와닿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가 취임한 지 벌써 3년 가까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간 김포골드라인에선 안전사고도 여러 번 났습니다. 김포 시민들은 매일 같이 지옥철을 타는데 뾰족한 해결책 없이 2년하고도 7개월의 시간이 지난 것입니다. 이제와서 증차를 하겠다고 하지만, 기차를 길게 만들 순 없고 배차 횟수를 좀 더 늘릴 뿐이고, 그것마저 3년이나 걸립니다. 3년 뒤엔 그만큼 인구도 늘겠죠. 차만 좀 늘리면 되는 건데 뭐 그리 오래 걸리느냐 싶지만, 승강장이 길면 열차를 몇 량 붙이면 됐을텐데 아예 새로 만들어야 해서 시운전하고 그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합니다.
 
'지옥철' 김포도시철도'지옥철' 김포도시철도

승강장은 애초에 왜 이렇게 만든 걸까요? 취재진이 확인했을 때 처음 김포시에선 3량 이상 승강장과 열차를 만들기로 했었습니다. 공사가 추진 중이던 지난 2011년 김포시의회 회의록을 보면 나옵니다. 당시 유영록 김포시장은 "3칸 열차가 다닐 수 있는 승강장으로 국토부·경기도와 합의를 했다"고 하며, 오히려 승강장을 더 늘리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도에서 승인을 받을 땐 2칸 열차만 다닐 수 있는 33m 승강장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포시에선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기 위해 짧게 만든 것이라고 했습니다. 즉, 빨리 개통하기 위해 2량으로 문을 연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김포 시민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도 모두 예측 가능했지만 이렇게 됐습니다. 승강장이 넓었으면 출퇴근시간대와 그렇지 않을때 열차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JTBC는 취재 과정에서 당시 김포시에서 지하철 관련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을 수소문했습니다. 하지만 자리를 옮겼다, 누가 담당했는지 알 수 없다는 등의 말만 돌아왔습니다. 일부 김포시의원에게 전화를 돌렸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시정을 감시해야 할 의무가 있는 시의원들 일부는 "시에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하거나 "시청을 비판하는 자료를 (언론에) 제공해도 될지 모르겠다"면서 말을 아끼더군요. 시민들은 교통이 아니라 고통을 체험하는 중인데, 결국 비판을 하거나 책임을 지려는 자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올해는 재보궐 선거가 있습니다. 벌써부터 누구는 도로를 지하화하겠다고 하고, 누구는 뭘 어떻게 하겠다는 등 토건 공약이 넘쳐납니다. 표심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주민 편의를 생각하는 정치와 행정을 기대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일까요. 정 시장의 "교통이 아니라 고통"이라는 발언이 정말 시민들에게 와닿는 말이 될지, 계속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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