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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전 대통령 징역형…프랑스 현대사 의미는?|아침& 세계

입력 2021-03-03 08:37 수정 2021-03-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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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프랑스 전·현직 대통령들 가운데 처음입니다. 프랑스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지난 1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법원.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변호사 등이 법정에 들어섭니다. 부패 혐의로 지난해 12월, 프랑스 검찰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한 지 석 달 만에 열린 재판입니다. 법원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프랑스 유명 화장품 기업 로레알의 상속녀로부터 4백만 유로, 우리 돈으로 치면 약 55억 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2년 퇴임 직후부터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불법 정치자금 의혹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고 해당 사건의 판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려주면 퇴직 이후 모나코 법관 자리를 주선하겠다고 매수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습니다. 결국 1958년 출범한 프랑스 제5공화국에서 전·현직 대통령들 가운데 처음으로 법정에 서고 징역형도 선고받은 불명예를 안게 됐습니다. 프랑스 시민들은 참담하다는 반응입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프랑스 시민 :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정말 부끄러워요.]

징역형 선고 직후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는 소셜미디어에 "의미 없는 마녀사냥이다, 싸움은 계속될 것이고 진실은 드러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항소하겠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 측의 변호사는 프랑스 현지 뉴스에 출연해 법원의 결정을 반박했습니다. 들어보시겠습니다.

[에르베 테밈/사르코지 전 대통령 측 변호사 : (판결문이 과도하다고 보십니까?) 과도할 뿐 아니라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죄 판결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르코지 프랑스 전 대통령의 징역형이 갖는 의미와 파장,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프랑스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고 한국, 유럽 학회장을 지낸 이승근 계명대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인죄를 지었으면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데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징역형이 갖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현대사에서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만큼 1958년 제5공화국이 출범한 이래 여러 정치적 격변기를 거쳐 왔지만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선 것은 초유의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또한 파리 시장 재임 당시 위장취업을 이용한 공금횡령 혐의로 기소되어 2011년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그는 와병 중이어서 법정에는 출두하지 않았습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퐁피두 대통령과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에 이어 30년 만에 단임 대통령이란 오명을 쓰면서 퇴임하였는데 이번 징역형으로 그는 또 다른 불명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헝가리 출신 이민자의 아들로 대통령까지 올랐습니다. 재임 당시에는 파격 행보로도 화제를 모았고요. 퇴임 이후에는 이번 판사 매수 혐의 이외에도 다른 여러 건의 부정부패 혐의를 받지 않았습니까?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12년 재선 실패 후 대여섯 건의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습니다만 결정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드러난 혐의는 주로 정치자금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현재 그는 2007년 대선기간 중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비그말리옹 사건이라 불리어지는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로도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본 사건은 2012년 대선 기간 중 법정 한도를 초과하여 선거자금을 사용한 것인데 올 봄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2013년에는 2007년 대선 당시 프랑스 로레알사의 상속녀인 릴리안 베탕쿠르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사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현재 정치자금 문제로 그를 둘러싼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에 따라 재임 당시 보여주었던 그의 파격적인 행보가 퇴임 후에는 그에 대한 부패 혐의 수사로 이어지게 되어 계속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될 것입니다.

 
  •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징역형이 주목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내년 프랑스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인데 이건 어떻게 전망하세요?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이번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는 하겠지만 유죄 판결을 받은 이상 내년 대선 출마를 노리고 있는 그로서는 정치적으로 매우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2002년에 설립된 드골주의 중도 우파 성향의 대중운동연합을 2015년에 공화당이란 이름으로 재창당하였고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3위에 그침으로써 정계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현재 마크롱 대통령을 이을 유력 후보가 중도파 내에 없는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는 등 정치에 깊이 관여해 온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정계 은퇴 후에도 여전한 대중적 지지를 기반으로 차기 대권에 도전하리라는 전망이 무성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그의 정계 복귀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세 규합에 나서고 있는 그가 소속된 공화당에도 큰 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프랑스에서는 통상 2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경우 실제로 구금됩니다. 그런데 법원은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게 감옥에 수감되는 대신 전자발찌를 차는 조건으로 가택연금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사르코지 사건이 프랑스 정치권에 대한 대중의 좌절감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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