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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일본 순사보다 3·1운동 주최자들이 더 잔혹무도했다?"

입력 2021-03-02 21:13 수정 2021-03-0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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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시작합니다.

극우 성향의 만화가 윤서인 씨가 어제(1일) 3.1절 당일에 올린 글인데 3.1운동 당시 주최 측이 "만세를 부르지 않으면 모두 죽이겠다"거나 "반드시 암살을 하거나 불을 질러 패가망신시키겠다"면서 민중들을 협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순사보다 주최자들이 더 잔혹 무도했다고 써서 논란이 됐습니다.

이런 터무니 없는 얘기가 왜 나왔을까요.

근거로 내세우는 건 3.1운동 당시 격문,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에 나서자고 촉구하는 대자보 같은 것들입니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이런 격문과 선언서, 2백 건 넘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윤씨는 이 가운데 "만세 부르지 않으면 큰 변을 당할 거다"라는 식으로 적힌 격문 9건을 인용합니다.

이걸 내세워 주최자들이 더 잔혹했다고 주장하는 건데, 전문가들은 어떻게 얘기하고 있을까요. 들어보시죠.

[이기훈/연세대 사학과 교수 : 무지를 탓할 수밖에 없는데 3·1운동의 여러 역사적 전통 중에는 민란이나 이런 곳에서 사람들을 선동하고 흔들어 일으키고 하는 전통들이 들어 있거든요. 상투어 같은 그런 문구들인 거죠. 진짜 위협으로 느꼈을 거라고 보기는 힘들고요.]

당시 과격한 표현으로 만세운동 참여를 독려하고 협박한 사례, 일부 발견되긴 하지만 이걸 3.1운동 전체의 모습처럼 주장하거나 자발성을 폄하할 근거는 되기 어렵다는 겁니다.

일제는 1919년 3월 1일 만세운동이 시작된 첫날부터 무장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총을 쐈습니다.

이때부터 두 달 안 되는 기간 동안 거의 매일 발포가 이뤄졌고, 모두 234건에 달했습니다.

그럼에도 3.1운동에는 1백6만여 명이 참여했는데, 이들이 협박성 격문 몇 개에 끌려 나왔다는 식의 주장 자체가 터무니없다는 지적입니다.

윤씨가 인용하지 않은 다른 격문에 나오는 문구입니다.

"너희의 야만적인 행동으로 사상자가 수백 명이나 나왔지만" "우리 민족이 모두 죽더라도 우리는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다" 정도는 조금씩 달랐어도, 독립을 해야 내 삶이 더 나아질 거라 생각했던 참가자들의 기록,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하나 더 짚어볼 게 있습니다.

윤씨가 인용한 문구 가운데 "반드시 암살하거나 불 질러 패가망신하도록 하겠다"는 건 친일파인 '자성회'를 돕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입니다.

자성회는 3.1운동을 방해하기 위해 참가자를 찾아 밀고하던 친일 단체입니다.

이들을 도와선 안 된다고 경고한 걸 마치 만세운동을 강요하는 것처럼 왜곡한 겁니다.

저희 팀이 찾아보니 윤 씨가 가공한 자료 원래 출처가 따로 있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3.1 운동이 협박에 의해 강제 동원된 것이라는 근거로 극우 사이트에 퍼져 있습니다.

윤씨가 문제의 글을 올린 소셜미디어 계정은 현재 정지된 상태로 나옵니다.

팩트체크였습니다.

※JTBC 팩트체크는 국내 유일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인증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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