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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화 본격 힘겨루기…'기호 2번' 두고 신경전

입력 2021-03-02 19:48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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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후보 단일화를 두고 본격적인 신경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누가 됐든 야권 단일후보는 기호 2번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는데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측은 기호는 중요하지 않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박준우 반장이 야권 재보궐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마인드맵(Mind-map)이란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쉽게 말하면 '생각의 나무'라고 하면 될까요? 우리 신 반장이 마인드맵의 사례를 직접 보여준 적도 있지요.

[JTBC'정치부회의' : 근데 국장 혹시 V하면 뭐가 생각나세요? (빅토리 아닐까요?)]

'V' 하니까 떠오르는 게 복 국장이라는 우리 신 반장, 역시 친복파답습니다. 마인드맵은 박찬호 선수의 화법을 생각해보면 쉬운데요. '어 복 국장 얘기하니까 저는 아 정말 옛날 생각이 나네요. 제가 미국 LA에 있을 때' 이런 느낌으로 키워드를 중심으로 생각의 가지를 뻗어 나가는 방식입니다.

오늘 발제는 마인드맵 형식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여기 '단일화'라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단일화하니까 생각나는 게 '기호2번', '여론조사', '새로운 방식' 이렇게 3가지가 있네요. 여기 '기호2번'에서 다시 한 번 가지를 뻗어보겠습니다. 먼저 첫 번째 가지,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입니다. 김 위원장은 누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든 국민의힘 기호인 2번을 달고 나가지 않으면 절대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기호 2번 국민의힘이냐, 기호 4번 국민의당이냐. 이걸 강조했을 때, 과연 국민의당의 4번을 가지고서 선거 이기겠다고 확신할 수 있어요? 우리 국민의힘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정치적으로 중심을 잡을 수밖에 없어요. 나는 제3지대에서 나타난 후보가 단일화 돼가지고서 서울시장 선거에 승리를 가져올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현재 국민의힘 후보들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도 진짜 지지율이 아니라고 평가절하했는데요. 지금 공개된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측 응답자들이 안 대표 측에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나서 정확한 민심을 반영한 결과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지금 보이는 지지율 때문에 안 대표 본인이 단일 후보가 될 것으로 착각하는 거 같다고도 쏘아붙였는데요.

'기호2번'의 두 번째 가지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김 위원장과는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어떤 당이 몇 번으로 후보를 내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인데요.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JTBC '뉴스룸' / 어제) : 원래 단일후보 선출이라는 것이 후보가 선출이 되면 그 후보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는 게 맞지 않습니까. 2번이 됐든 4번이 됐든 야권 단일후보는 두 번째 후보입니다. (기호 4번으로 끝까지 밀고 가겠다 이런 입장으로 들리는데 맞습니까?) 지금 여러 가지 판단은 일단 단일후보로 선출된 다음에 그때의 상황에서 최선의 판단을 하겠습니다.]

안철수에서 다시 가지를 뻗어보면 호위무사 2명이 나오지요. 바로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과과 권은희 원내대표 두 사람입니다. 안 대표의 진짜 속마음을 듣고 싶으면 이태규 총장의 말을 들어보란 얘기가 있죠? 어디까지나 제 뇌피셜입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지금 시민들은 인물을 요구하는데 정당 대결을 고집하면 야권은 저는 백전백패라고 생각이 듭니다. 정권교체를 바라거나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된다고 하는 그런 여론 그런 생각을 가진 유권자를 하나로 모아야 되는데 모은다는 부분을 2번으로 고집하게 되면 확장성이 확 줄어드는 거거든요. 저는 그래서 그런 부분은 굉장히 신중해야 된다…]

안 대표가 기호2번을 다는 건 결국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양당 합당을 전제로 해야 가능하지요. 그 때문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겁니다. 이 총장은 재보선 이후 야권 개편 가능성을 점쳤는데요. 다만 지금 당장 합당은 아니라는 취지로 선을 그었습니다. 권 원내대표도 안 대표가 어제 말한 단일화의 '속도'를 강조했는데요. 국민의힘이 자기당 후보만 너무 고집하면 단일화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완곡하게 지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 훈수의 달인이죠. '기호2번'의 마지막 나뭇가지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입니다. 안철수 대표와 동맹을 맺은 듯한 느낌인데요. 안 대표 지원사격에 나섰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을 향해 돌직구를 날린 건데요. 홍 의원은 어제 페이스북에 "이제부터라도 몽니나 심술부리지 말고 판세가 흘러 가는 대로 따르라. 그게 4월 7일 아름답게 퇴진하는 길이다"란 글을 올렸습니다. 오늘도 연이어 김 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남겼죠.

[홍준표 (음성대역) : 김종인 위원장이 안철수 후보에게 2번 달고 뛰어 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은 이미 자당후보가 야권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패배주의 발상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자당 후보를 격려하고 칭찬하는 메시지를 내놓으십시오. 끝까지 심술 부리는 모습은 서울시장 승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번엔 중심 키워드인 '단일화'의 두 번째 가지, '여론조사'로 가보겠습니다. 여론조사에서는 '경쟁력'과 '적합도'라는 두 개의 가지가 또다시 뻗어 나갑니다. 단일 후보를 뽑는 여론조사에서 문항을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를 두고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먼저 국민의당은 여권 후보와 맞붙었을 때의 경쟁력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태규/국민의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야당 후보 중에서 여권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자, 이것이 단일화의 기본 취지거든요. 지금 단일화를 했는데 만약에 적합도가 좋은 후보가 됐어요. 그런데 적합도가 제일 높은 후보는 경쟁력에서 여권 후보를 도저히 이길 수가 없는 경우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럼 제가 볼 때 그 조사 방법이나 결정 방법은 잘못된 거라고 봐야죠.]

후보 이름 앞에 정당명을 붙이지 말고 후보 이름 석자로 겨뤄야 한다는 입장도 내세웠는데요. 당세보다 안철수란 맨파워에 의존하고 있는 국민의당으로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주장일 겁니다.

국민의힘은 '동상이몽' 중입니다. '적합도'를 문항으로 넣어야 한다는 생각인데요. 적합도라는 건 결국 '누가 야당의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사람이냐' 이런 의미입니다. 이럴 경우 제1야당인 국민의힘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국민의힘은 국민의당보다는 조금 더 열려 있는 모양새입니다.

[성일종/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경쟁력 적합도 이런 두 가지 부분이 있을 텐데 이런 부분들을 적절하게 조합을 이루면 되지 않겠나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데 이 양당의 다툼,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장면이기도 하지요. 여론조사 문항으로 싸우는 거 보니까 9년 전이 떠오르는데요. 2012년 하니까 생각나는 게 제가 수습기자로 있을 때,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박 반장의 슬기로운 과거탐구생활 시작합니다. 시계를 2012년 11월 중순으로 돌려보면요.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측은 야권 단일 후보 자리를 놓고 '룰 협상' 중이었습니다. 이때도 적합도냐, 경쟁력이냐를 두고 양측은 지리한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박영선/당시 문재인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2012년 11월 13일) : 국민이 공감하는 단일화, 국민이 참여하는 단일화 그리고 국민이 지지하는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광희/당시 안철수 캠프 비서실장 (2012년 11월 13일) : 두 후보가 모두 이기는 단일화 그리고 박근혜 후보를 이기는 단일화, 국민이 이기는 단일화를 이루어내기 위해서 저희의 모든 선의와 지혜와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국민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단일화는 결국 야당을 대표하는 적합한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얘기고요. 이기는 단일화는 경쟁력 있는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안 대표는 똑같은 싸움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제 마지막 가지인 '새로운 방식'으로 가보죠. 국민의힘 김근식 비전전략실장은 여론조사 말고 새로운 방식으로 단일후보를 선출할 수도 있다고 예고했었는데요. 김종인 위원장도 오늘 비슷한 말을 했지요.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여론조사 방식 말고도 다른 방식도 택할 수 있죠. 우리 후보가 확정이 된 다음에 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거예요.]

새로운 방식하니까 저는 사실 가위바위보, 팔씨름 이런 거 밖에 떠오르지 않는데요. 후보 2명이 담판이라도 짓겠다는 걸까요. 고려를 침입한 거란을 말 한마디로 물리친 서희의 담판 외교처럼 속 시원한 단일화 담판, 기대할 수 있을까요? 9년 전처럼 시간만 끈다면 웃음도, 감동도 없이 국민의 피로감만 높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야당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국민의힘-국민의당, 단일화 둘러싼 '룰의 전쟁'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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