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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 밑 훑는 잠수사까지"...부산항 '마약 허브' 경계령

입력 2021-03-02 09:02 수정 2021-03-02 10:02

바다 아래, 배 밑에 숨겨 들어오는 등 갈수록 수법 치밀...국제 공조 강화, 수사 미궁 막는 대책 절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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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아래, 배 밑에 숨겨 들어오는 등 갈수록 수법 치밀...국제 공조 강화, 수사 미궁 막는 대책 절실 지적도

뉴스룸은 2월 5일 부산항의 컨테이너선에서 코카인 1000억 원어치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취재를 더 해보니 고난의 '마약 수색' 그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바다 아래, 배 밑에 숨겨 잠수사 투입되기도"

부산신항을 드나드는 목격자들의 잇단 증언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마약류를 들여오는 수법이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었습니다.

간혹 목격담을 항만 노동자들끼리 소셜미디어로 서로 공유하며, 마약 수색 탓에 항만 작업이 차질을 빚는 상황을 대비하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한 목격자는 바다 아래, 배 밑에 감추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2017년 11월 멕시코 선원이, 배 뒤쪽에 물 빼는 곳에 마약을 숨겨오다가 막혀서 잠수사까지 투입돼 적발해냈다는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취재진이 해경에 확인해 본 결과, 대마 150kg이었습니다.

배 뒤쪽은 시체스터(SeaChest, 선박에 들어오는 바닷물을 저장하는 배 밑바닥 공간)였습니다.

이번에 (지난 1월 19일) 수출입 전자기기를 운반하는 컨테이너선에서 코카인이 적발된 건을 두고도 해경은 혀를 내둘렀다고 합니다.

고무와 비닐 등으로 코카인을 다섯겹, 여섯겹으로 칭칭 감아 탐지견을 무력화할 만큼 밀봉의 강도가 셌던 사례였습니다.
부산신항을 출입하는 노동자들이 마약 밀반입 상황을 심심찮게 목격한다는 증언[사진=뉴스룸 갈무리]  부산신항을 출입하는 노동자들이 마약 밀반입 상황을 심심찮게 목격한다는 증언[사진=뉴스룸 갈무리]

#"첩보 없다면 적발 어려워, 물동량 많은 부산항선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격"

2017년 11월 부산 감천항에선 정박 중인 원양어선 주인이 권총 1정과 실탄 10발을 발견해 해경에 신고한 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러시아 마피아 조직이 시가 4억원 어치의 해시시 4kg을 몰래 들여오다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첩보 덕에 붙잡았는데, 첩보가 없다면 적발은 쉽지가 않다고 해경은 설명했습니다.

부산항에서 마약을 찾기란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격'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연간 부산항을 찾는 컨테이너선이 어느 정도인지 부산항만공사에 알아봤습니다.

컨테이너선만 1만 4000여 척이었습니다.

한 해 처리되는 물동량은 2000만TEU(1TEU는 6m 컨테이너 1개)에 이릅니다.

반면 단속 인력과 장비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었습니다.

배를 갈아타는 화물인 '환적화물'이 워낙 많고 항만의 국제경쟁력인 '처리시간을 줄이는' 자동화 시스템으로 화물 자체가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일일이 검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였습니다.
첩보 덕에 적발을 해도 대개 마약 운반책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수사가 미궁에 빠지는 현실[사진=뉴스룸 갈무리]  첩보 덕에 적발을 해도 대개 마약 운반책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수사가 미궁에 빠지는 현실[사진=뉴스룸 갈무리]

#'국제 마약 허브' 경계령..."수사 '미궁' 악순환"

세관에도 알아보니, 수출입 컨테이너를 랜덤으로 검사하는 비율인 '표본조사율'을 외부에 공개할 수는 없다고 했지만 낮은 수준인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마약이 적발돼도 운반책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는 경우 역시 많았습니다.

대개 수사가 흐지부지돼 결국 미궁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였습니다.

중남미와 러시아 범죄조직 등이 낀 국제 마약 루트가 부산항에서 실체를 드러낸 만큼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각국의 공조 수사 강화 등 마약 유통을 근절할 대책이 시급하단 지적이 그래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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