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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 항복에 가까운 휴전 후유증 여전|아침& 세계

입력 2021-03-01 08:36 수정 2021-03-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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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용보도 시 프로그램명 'JTBC 아침&'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JTBC에 있습니다.
■ 방송 : JTBC 아침& / 진행 : 이정헌


아제르바이잔과 오랜 분쟁 끝에 지난해 11월, 가까스로 휴전에 합의한 국가죠, 아르메니아에서 사실상 항복에 가까운 휴전으로 인한 후유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에서 5천여 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대는 니콜 파쉬냔 총리에게 굴욕적인 휴전에 합의한 책임을 물어 사임을 촉구했습니다. 아르메니아 군부 역시 지난달 25일, 파쉬냔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파쉬냔 총리는 즉각 사임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패전의 책임은 오히려 군부에게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군부가 자신에게 사임을 요구하는 것은 쿠데타 시도라며 총참모장의 해임을 사르키샨 대통령에게 제청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해임 제청을 기각하면서 대통령과 총리의 갈등도 커지고 있습니다. 파쉬냔 총리는 지지자들이 모인 맞불 시위에 직접 참석해 오로지 국민만이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수 있다고 외쳤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니콜 파쉬냔/아르메니아 총리 : (나의 사임에 대해) 판단하고 요구하고 이 광장에서 저를 총살하겠다고 결정하는 것 모두 오로지 국민의 몫입니다.]

오랜 기간 전쟁이 이어졌던 나고르노 카라바흐 지역에는 전쟁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이곳에서 살아온 아르메니아 주민들의 고통도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집이 모두 불타고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농사를 짓던 땅의 대부분은 아제르바이잔 통제 아래 들어가면서 생활은 더욱 궁핍해졌습니다. 마을 우물이 있던 땅이 '아제르바이잔 통제 지역으로 바뀌면서 우물을 사용할 수 없게 돼 수백 미터 떨어진 곳까지 가서 물을 구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나고르노 카라바흐 지역에 살고 있는 아르메니아 주민의 말도 들어보시겠습니다.

[나고르노 카라바흐 거주 아르메니아인 : 마을의 아래 부분은 우리 손에 있지만, 윗 부분은 아제르바이잔의 통제 아래 있습니다. 가족 묘지도 그들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부모님의 무덤을 방문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상의 패전이 남긴 상처로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아르메니아의 상황, 전문가와 좀 더 자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이신욱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 패전 책임을 둘러싼 공방으로 시작된 군부와 총리의 갈등이 대통령과 총리의 갈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아르메니아 정국의 불안이 심각한 수준인데 일부 외신들은 쿠데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전망하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쿠데타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보입니다. 아르메니아는 지난해 11월 아제르바이잔과의 전쟁에서 1994년 이후 실효 지배하던 나고르나 카르바흐지역을 잃으면서 총리는 그 후폭풍에 시달려 왔었습니다. 퇴임을 요구하는 아르메니아 야권과 국민들의 시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이번에 군부와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파쉬냔 총리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파쉬냔 총리는 작년 12월 25일, 2023년 총선을 2021년으로 앞당기는 조기 총선 계획을 발표하며 권력유지를 꾀하고 있으나 이번 군부와의 갈등으로 더욱더 난관에 부딪혔다고 하겠습니다. 파쉬냔 총리는 지난 초부터 패전 책임을 물어 제1 부참모장의 해임을 결정하면서 아르메니아 군부에 대한 숙청 작업을 시작했습니다만은 군 부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있습니다. 총참모부는 지난 25일 파쉬냔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파쉬냔 총리는 군부 쿠데타 시도라며 가스파랸 총참모장의 해임을 결정했습니다마는 사르키샨 대통령이 반대하면서 무산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볼 때 아마도 대통령과 야권 그리고 국민의 지지에 힘입은 아르메니아 군부는 쿠데타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고 군부 쿠데타는 파쉬냔 총리의 실각과 조기 총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미국과 터키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아르메니아 정국 불안을 우려하면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파쉬냔 총리와 직접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고요. 이 같은 국제사회의 개입이 아르메니아 정국 불안 해결에 도움이 될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국제사회의 개입은 아무래도 아르메니아 정국을 더 불안하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파쉬냔 총리의 군부 장악 시도에서부터라 하겠습니다. 몇몇 강성들을 퇴진시키고 자신이 군권을 확실히 잡으려는 시도가 무산되면서 군부의 강력한 반발을 낳았고 패전책임을 묻는 야권과 국민 그리고 대통령까지도 돌아서게 하면서 입지가 매우 위태로워졌습니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전쟁의 중재국인 러시아와 터키 그리고 미국과 서방은 아르메니아 정국 혼란이 또 다른 전쟁의 불씨로 이어질까 염려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파쉬냔 총리의 군부 장악 실패와 군부의 반발 그리고 야권과 국민의 저항은 아르메니아 정국을 더욱더 혼란으로 밀어넣고 있습니다. 만약 서방이나 러시아, 터키가 아르메니아 문제에 직접 개입하게 된다면 아르메니아 정치 혼란과 내전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파쉬냔 총리의 계획대로 2023년 총선을 2021년 조기 실시하는 것이 군부 쿠데타를 막고 정국 안정을 시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하겠습니다.


파쉬냔 총리는 총참모장의 해임안을 다시 대통령에게 제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총리가 거듭 제청하면 대통령은 사흘 안에 해임안에 서명하거나 아니면 헌법재판소에 이의 신청을 해야 합니다. 파쉬냔 총리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오늘 수도 예레반에서 예정된 시위에 반드시 참가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아르메니아의 정국 불안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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