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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사느냐에 따라 누군 컵라면, 누군 비빔밥|한민용의 오픈마이크

입력 2021-02-27 19:55 수정 2021-02-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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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아이들의 '편의점 밥상' 연속 기획 두번째 시간입니다. 저소득층 아동에게 영양가 있는 한끼 사먹으라고 급식카드를 쥐여주고 있지만, 정작 이 카드를 쓸 수 있는 '가맹점'이 없어서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컵라면만 사먹고 있는 현실, 지난주 보도해드렸습니다. 저희 보도 이후 많은 분들이 이왕 예산을 들여 지원해주는 거라면, 원래 취지대로 '영양가 있는' 한끼 사먹게 해야하는 거 아니냐는 타당한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벌써 몇 년째 반복해서 지적되고 있는 것이기도 한데요.

왜 개선되지 않는 건지, 개선 방법은 없는지, 오픈마이크가 함께 고민해봤습니다.

[기자]

[편의점만 오죠.]

[지겹죠. 맨날 똑같은 것만 먹으니까. 그냥 안 먹는 게 나을 거라고는 생각이 좀 들어요.]

영양가 있는 한 끼는커녕, 편의점 2+1 컵라면으로 배를 채워야 하는 아이들.

이 아이 역시 편의점에서 좋아하지도 않는 삼각김밥을 사 먹어야 했지만, 요즘은 아닙니다.

웬만한 음식점은 눈치 보지 않고 갈 수 있게 됐습니다.

오늘 점심은 돌솥비빔밥입니다.

[(어때? 맛있어?) 맛있어요. (편의점 음식보다) 밥이 좋아요.]

이 아이가 삼각김밥 대신 비빔밥을 먹을 수 있게 된 건 경기도가 카드사와 협의해, 도내 모든 가맹 일반음식점에서 급식카드를 쓸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경기도는 가맹점이 1만 1,500개에서 15만 4천 개로 13배가량 늘어났습니다.

[다니기 훨씬 편해요. 이제 거의 다 되니까. (편의점 음식) 먹을 때마다 이런 거 먹으면 안 되는 거 알면서도 먹으니까 좀 바보가 된 느낌이 들었거든요.]

늘 아이들에게 죄짓는 것 같았던 엄마도 죄책감을 덜었습니다.

[포잡 파이브잡도 뛰고 일요일도 없이. 혼자서 (일을) 해야 되니까. '아 우리 아이가 음식 좋은 것 먹고 있어' 하고 죄책감 느끼지 않고…]

하지만 급식카드를 이렇게 쓸 수 있는 건 경기도뿐입니다.

지자체 사업이라,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갈 수 있는 음식점 수부터 달라집니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종로구는 가맹점이 40여개에 그치지만, 동대문구는 7백여개나 됩니다.

동대문구의 비결은 '홍보'였습니다.

직접 식당을 돌아다니며 홍보했더니, 두 달 만에 가맹 음식점이 6백 개나 늘었습니다.

[김태진/동대문구청 아동청소년과 주무관 : 기본적으로 아동급식 자체가 업주분들한테는 전혀 해가 되지 않는 사업이에요. 매출 증대나 좋은 사업이기 때문에 간단한 홍보만으로도 충분히 가맹점을 늘릴 수 있다고 판단을 했고…]

실제 가맹점이 된 음식점들에 물었더니 '좋은 점만 있다'고 답했습니다.

[식당 종업원 : 저희도 매출이 올라가서 좋고, 애들도 좋아하는 것 같고… 애들이 고마워하죠. 우리도 고마워해야죠. 뭐. 일석이조예요.]

이렇게 쓸 수 있는 음식점이 늘어나자, 동대문구 아이들이 이용한 편의점 개수는 '절반' 정도로 훅 줄어들었습니다.

저희 취재진도 직접 인터뷰한 아이들 집 근처, 가맹 음식점이 없던 지역을 돌아봤습니다.

음식점 사장님 대부분은 '급식카드'가 뭔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신남희/식당 운영 : 좀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서.]

[김명숙/식당 운영 : 나 그런 것 모르는데.]

[그게 뭐냐면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나라에서 굶지 말고 한 끼 사 먹어라. 그런데 이게 가맹점이 없다 보니까 편의점 가서 컵라면 사 먹고...그래서 한식집 위주로 사장님들한테 이거 혹시 가입하실 생각 없냐고 좀 여쭤보고 있었거든요.]

설명을 하자, 흔쾌히 가입하겠다고 합니다.

[김명숙/식당 운영 : 내가 해줄게요. (아 진짜요? 고맙습니다.) 오면 내가 따뜻하게 밥해서 줄 테니까 그렇게 하세요.]

[윤승희/식당 운영 : 이번 기회에 한번 연락해가지고 할 수 있으면 신청 한번…]

장사로 바쁜 와중에도 가맹점 신청을 하러 주민센터로 가준 사장님들도 있었습니다.

[김숙자/식당 운영 : 내가 뭐 지금 시간, 동사무소 갔다 올 시간은 되니까.]

[신남희/식당 운영 : 신분증하고. (작성해 주시면 되세요) 예, 이거는 사업자등록증하고.]

직접 찾아가 설명을 하자, 어렵지 않게 아이들이 갈 수 있는 음식점을 늘릴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 사장님은 한 끼에 6천 원만 지원된다는 말에, 6천 원 이하의 집밥 메뉴를 개발하겠다고까지 했습니다.

[신남희/식당 운영 : 6천원짜리 이하 메뉴를 새로 신설해서 쓸 수 있게 해야 되겠죠. 매일매일 이렇게 바뀌는 메뉴라 식사하기는 괜찮을 것 같아요.]

경기도처럼 카드사와 손잡고 한 번에 많은 가맹 음식점을 확보하거나, 일일이 발로 뛰어 홍보해 늘리지 않으면, 아이들은 내일도 밥을 먹으러 편의점으로 가야 합니다.

[편의점 쪽에 써요. 일주일에 7번. 불쌍하죠.]

급식카드 가맹 신청을 하고 싶은 음식점은 사업자등록증 사본과 신분증만 있으면 쉽게 신청할 수 있으니 가까운 주민센터에 문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영상디자인 : 조성혜 / 영상그래픽 : 이지혜 / 연출 : 홍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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