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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0원 마켓 앞에 길게 늘어선 줄... '무상복지'의 작은 실험대.jpg

입력 2021-02-26 16:52 수정 2021-03-03 01:18

[기동취재] 0원 마켓 앞에 길게 늘어선 줄... '무상복지'의 작은 실험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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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0원 마켓 앞에 길게 늘어선 줄... '무상복지'의 작은 실험대.jpg

경기도 푸드마켓엔 먹을 것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눠주는 '그냥드림 코너'가 있습니다. 경기도의 각 복지관이나 기존의 푸드마켓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즉석밥, 통조림, 라면, 마스크 등 하루를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물품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습니다.

경기도가 '코로나 장발장'을 막기 위해 만든 식료품 나눔 코너입니다. 이재명 도지사는 지난달 도내 이 공간을 방문해 "먹을 게 없어서 훔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예산 부족 부분은 도가 책임지겠다고 했습니다. 많은 기업들의 후원 문의도 잇따랐습니다.

 
출처:jtbc출처:jtbc
1호 그냥드림코너가 있는 '광명 푸드마켓'을 찾았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묻고 따지지 않을까

아닙니다. 우선 신분증으로 '경기도민'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광명의 지리적 특성상 서울과 맞닿아 있고, 푸드마켓을 운영하는 측면에서는 도 예산으로 운영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이 있다는 게 쉽게 이해는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정말 필요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을까. 취재진이 방문한 1월 둘째 주 금요일, 푸드마켓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기존의 푸드마켓을 이용하던 이용자와 그냥드림코너를 이용하는 이들이 섞여 있습니다.

기존의 푸드마켓은 일종의 '선별복지' 입니다. 신분증을 제시하면 기초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이 한 달에 2번에서 3번, 쌀이나 라면, 마스크 등 생필품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출처:jtbc출처:jtbc

▶무상복지 첫발을 띄는 작은 실험대

푸드마켓의 점심시간이 끝날 때쯤, 그냥드림코너를 이용하려는 이들이 가게 앞에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기자는 조심스럽게 "여기는 정말 필요한 사람만 생필품을 가져가는 곳이에요"라고 말을 건넸지만, 저마다의 이유로 생필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가족이 모일 수 없기에 생필품이 필요한 1~2인 가구가 많았습니다. 대부분 노년층이었고, 이곳에 가면 '생필품을 준다더라' 소문이 나 버스를 타고 왔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무상복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턱이 없으니 누구나 눈치보지 않고 가져갈 수 있습니다. 소위 '복지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고, 기초생활수급자가 차상위계층이 내는 것과 같은 증빙 서류들을 동사무소에 내지 않아도 됩니다. 여기에 해당되지 못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붙잡을 수 있는 '동앗줄'이기도 합니다.

즉석밥과 냉동식품 등은 오후 3시가 되자 금방 동이 났습니다. 사실 외제 차를 타고 와서 그냥드림코너를 아예 '싹쓸이'하는 경우가 아니면 이렇게 물품을 가져가는 저마다의 이유들을 비판하기는 어렵습니다. OECD 평균을 훨씬 믿도는 우리나라 노년층의 평균 소득을 생각해도 꼭 당장 배를 곪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그냥드림코너는 누군가에게 '도움되는 생활 꿀팁'일 수 있습니다.
 
출처:jtbc출처:jtbc

지역 푸드마켓을 운영하는 한 담당자는 "그냥드림코너가 활성화되면서, 기존의 푸드마켓이 존재 가치를 잃을까 걱정된다 했습니다. 기존의 푸드마켓을 이용하는 경제적으로 어려우신 분들이 '어차피 신청 안 해도 그냥드림코너에서 가져가면 되는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까 봐 우려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좋은 의도로 출발한 제도가 선별복지 시스템을 흔들까, 하는 걱정입니다.

지금은 선의로 시작한 작은 식품코너지만 '무상복지'가 어디까지 도입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기준을 언제 어떻게 정할까 논의의 장을 여는 건 정치인이고, 마침, 선거도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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