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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표정으로 두만강 건넌 러시아 외교관들…'수레 귀국길'

입력 2021-02-2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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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5일) 고국에 돌어간 평양 주재 러시아 외교관과 그 가족들은 두만강을 넘으며 색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피난길을 떠나듯 수레를 밀어 국경을 건넌 겁니다.

주북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손수 만든 수레를 이용해 두만강을 넘어 러시아로 들어가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 SNS〉주북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손수 만든 수레를 이용해 두만강을 넘어 러시아로 들어가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 SNS〉
이 같은 사실은 러시아 외교부가 26일 SNS에 공개하면서 알려졌습니다. 사진 2장과 18초·9초 길이의 영상 2개를 통해서였습니다. 러시아 당국자가 봐도 신기한 귀국길이었던 모양입니다. 반향도 상당했습니다. 대부분 게시글 조회수가 5000회 안팎에 그치던 러시아 외교부의 텔레그램 계정에서 이 게시물은 26일 오후 4시 현재 조회수가 25만 회를 넘겼습니다.

◇기차, 버스, 수레…34시간 고생 끝 평양 탈출

NK뉴스 등 관련 외신과 영상을 종합하면 8명으로 이뤄진 이들 일행은 지난 23일 평양에서 출발해 32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함경북도 청진에 도착한 뒤 다시 다음날 2시간 동안 버스를 이용해 나선으로 왔습니다.

주북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손수 만든 수레를 이용해 두만강을 넘어 러시아로 들어가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 SNS〉주북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손수 만든 수레를 이용해 두만강을 넘어 러시아로 들어가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 SNS〉
수레는 나선에서 국경을 넘을 때 등장했습니다. 이민가방과 서류 상자로 가득 찬 수레엔 어린 아이 3명이 앉아있고 어른들이 그 뒤를 힘껏 밀었습니다. 아이들 중에는 3살짜리도 있었다는데 고된 여정에도 밝은 표정이었습니다. 국경을 넘을 땐 색다른 경험에 꽤 신이 난 듯 환호성도 질렀습니다. 이들은 러시아 연해주 하산역에서 외교부 동료들을 만나 버스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환대를 받았다고 합니다.

◇비행기, 차 다 막아도 수레는 남겨놨다

북한은 코로나19 초기 국면부터 철저한 봉쇄조치를 내세우며 외국을 오가는 하늘길과 찻길을 철저하게 막았습니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이 합법적으로 국경을 넘을 때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지 궁금증을 자아냈죠. 이번 러시아의 사진과 영상은 이에 대한 답을 대신합니다. 다 막아도 수레 정도는 남겨놓은 셈입니다.

주북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손수 만든 수레를 이용해 두만강을 넘어 러시아로 들어가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 SNS〉주북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손수 만든 수레를 이용해 두만강을 넘어 러시아로 들어가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 SNS〉
레일 바이크와 비슷한 수레엔 좌석도 보입니다. 북한이 나름대로 사전에 준비해놓은 장치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이를 감시하거나 관리하는 북한 관계자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외부와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됩니다.

러시아가 이번에 평양 주재 외교관들을 귀국시키며 북한에서 대사관 운영을 중단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운영이 되더라도 최소 인원만 남아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주북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손수 만든 수레를 이용해 두만강을 넘어 러시아로 들어가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 SNS〉주북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손수 만든 수레를 이용해 두만강을 넘어 러시아로 들어가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 SNS〉

극단적인 봉쇄 조치로 물자 조달이 어려워져 이미 북한에서 일하는 외교관과 외국 근로자들 상당수가 북한을 떠난 상태입니다. 북한에 대사관을 둔 체코도 버티지 못하고 최근 공관 운영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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