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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신안 바닷가에서 들어올린 3m짜리 해초.gif

입력 2021-02-25 16:14 수정 2021-02-25 18:37

[기동취재] 신안 바닷가에서 들어올린 3m짜리 해초.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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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신안 바닷가에서 들어올린 3m짜리 해초.gif

많다고 얘기는 들었지만, 눈으로 보니 훨씬 심각했습니다. 언뜻 미역이나 톳처럼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훨씬 길고 누렇습니다. 미리 챙겨간 줄자를 갖다 대봤습니다. 한 더미에 3m가 넘었습니다. 서로서로 얽혀 있어서 풀어헤치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전남 신안군 해안가를 덮친 괭생이모자반 얘기입니다.

#30년 일한 베테랑도 놀랐다
취재진은 많은 주민이 김 양식을 하는 욕지마을로 향했습니다. 이곳의 어촌계장 황성호 씨를 만났습니다. 속이 타들어 간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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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리포트
[밀착카메라] 중국발 해조류 습격…김 양식장 '쑥대밭'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89815

보통 10월에 김 포자를 뿌려 지금쯤이면 수확에 들어가야 하는데 김발이 텅텅 비었습니다. 김 포자의 80%가 괭생이모자반 때문에 떨어져 나간 겁니다. 황 씨는 30년간 김 양식을 해왔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1월에 국내에 유입된 괭생이모자반은 지난 한 해 수거한 양의 1.4배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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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좀 어떨까. 신안군 해양수산과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또 괭생이모자반이 밀려들어 왔다고 합니다. 결국 오늘(25일)까지 유입된 괭생이모자반은 총 5060t으로 늘었습니다.

#매일 칼을 들고 바다에 나가는 사연
어민들은 매일 아침 배를 타고 바다로 향합니다. 남은 김이라도 살려 보자는 마음입니다. 가위나 칼, 낫을 챙깁니다. 워낙 빳빳하고 억센 괭생이모자반 줄기를 손으로 잡아 뜯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힘을 줬다간 자칫하면 나머지 김도 다 뜯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일이 하나하나 도구로 제거합니다. 하지만 사흘이면 또 다른 괭생이모자반이 김발을 휘감기 때문에 결국 매일 작업을 해야 합니다.

취재진은 황 씨와 함께 바다로 나가봤습니다. 배를 타고 10분을 가니 바다 곳곳에 누런 줄기 더미가 둥둥 떠 있었습니다. 황 씨는 아직 놀라긴 이르다고 했습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10분을 더 들어가니 양식장 상황이 자세히 보였습니다. 어민들이 김발을 들어 올리자 괭생이모자반이 잔뜩 들려왔습니다. 배 바닥에는 어느새 괭생이모자반이 잔뜩 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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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 한데 섞여 널브러진 모자반을 보는 황 씨의 얼굴은 어두웠습니다.
"올해 김은 사실상 끝난 거예요. 자연 포자를 붙일 수 있는 시간도 없고 붙인다 한들 이제 봄이잖아요."

#모자반에 달린 정체 모를 쓰레기
괭생이모자반의 문제는 각종 쓰레기도 주렁주렁 달고 온다는 겁니다. 신안군 자은면의 해변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모를 정도로 널브러져 있는 괭생이모자반 사이사이로 각종 쓰레기가 붙어있었습니다. 나뭇가지나 밧줄은 물론이고 스티로폼, 슬리퍼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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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국어가 쓰여있는 각종 쓰레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라면 봉지부터 다 마신 음료수병, 휴대용 부탄가스까지.
괭생이모자반은 중국 산둥반도에서 우리나라로 밀려옵니다. 보통 3월부터 유입되는데 올해는 강한 북서풍과 해류의 영향으로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왔다는 게 해양수산부의 설명입니다.

#치워도 끝이 없고 처리도 막막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바닷가에 널브러진 모자반을 치우고, 군청에서 굴착기도 활용해 수거하고 있습니다. 해양수산부와 해경도 바다에서 모자반을 수거합니다. 하지만 이후 처리는 쉽지 않습니다. 퇴비용으로 쓰기 위해 일부는 한적한 땅에 모아두는데, 쓰레기가 많이 섞여 있으면 그마저도 활용을 못 해 폐기물처리장으로 보냅니다. 또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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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은 괭생이모자반으로 인한 양식장 등의 피해 금액을 234억 원으로 추정했습니다.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라 피해 어민들에겐 포자 값이 지원됩니다. 한 책, 즉 40m당 만 원입니다. 하지만 어민들은 물가가 올라 한 책당 4만 원이 들었고 코로나로 1.5배 오른 외국인노동자 인건비와 장비값으로 이미 빚더미라고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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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방안을 만들어 두지 않으면 내년에 또 이런 상황이 오잖아요. 올해뿐 아니라 미래를 위해 현실적인 논의를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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