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자리를 잃을까 봐 깜빡 조는 것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입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동대표 지시사항'이란 문건엔 "두 번 졸면 교체하라", "초소가 아닌 나무 그늘에서 접촉사고가 나는지 보라"고 돼 있습니다. "책상 옆에 침대가 있는 건 황제도 하지 않는 행동"이라고 했습니다. 황제는 두 번 존다고 교체되지 않습니다.
먼저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에게 '동대표 지시사항'이라며 전달된 문서입니다.
"주차장에서 접촉사고로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경비원이 발견한 적이 없다"고 질책합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초소가 아닌 나무 그늘에서 대기하며 예방하라"고 합니다.
매 시간 순찰을 해 조는 것이 두 번 적발되면 교체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문서입니다.
이번엔 "책상 옆에 침대를 설치하는 일은 황제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초소에서 경비노동자들이 잠시 쉴 수 있도록 놓은 평상에 불만을 제기한 겁니다.
취재진은 이 아파트 경비노동자를 직접 만나 근무 환경이 어땠는지 물어봤습니다.
'황제근무'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경비노동자 고유의 업무 외에 온갖 잡일을 떠맡아 했다고 설명합니다.
보도블록 공사에,
[A씨/경비노동자 : 곡괭이로 이렇게 찍어 내서 흙을 파내고 다시 붙여야 해요. 상가 옆에는 전체적으로 뜯어서 공동작업을 했어요.]
가지치기, 제초와 같은 조경업무, 매일 음식물쓰레기통을 청소하는 것도 경비노동자인 A씨가 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A씨/경비노동자 : 일주일에 두 번은 해야 해요. 전체적으로 하려고 하면 아침부터 땀나게 해도 다 못 해요.]
이렇게 일했던 A씨는 얼마 전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에 호소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A씨/경비노동자 : 얘기를 하려고 하면 '시끄러워' 하면서 소리를 빽 질러요. 세 살 먹은 애한테도 시끄럽다고 빽 소리 안 지릅니다.]
관리사무소 측은 '대표 지시사항'이란 문건은 "주민들의 민원을 참고하란 것일 뿐 이를 따르란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이정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