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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떠나는 순간까지…93세 할머니가 가꾼 '그림 꽃밭'

입력 2021-02-23 21:00 수정 2021-02-2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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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흔 즈음부터 아흔셋까지 한 할머니가 그린 그림들입니다. 지난주부터 대구에 있는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손주들이 쓰다만 크레파스와 반짝이풀, 사인펜으로 종이가 아까워서 달력 뒷장에 그린 건데, 그 손주들이 자라서 3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를 위한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윤두열 기자입니다.

[기자]

[그림은 배워본 적도 한번 그려보겠다고 마음먹은 적도 없었어요. 일흔 즈음 손주들 키우다가 짬짬이 그린 것들입니다.]

[권애윤/조무준 화가 외손녀 : 저희가 물감 하면 물감으로 그리시기도 하고 저희가 반짝이 풀로 만들기 하면 그걸 빌려서 그리시기도 하고…]

[스케치북은 웬걸요? 그저 눈에 보이는 종이에 마음속에 늘 품었던 그림 꽃밭을 가꾸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꽃… 들… 나비… 모아놓고 보니 16살에 시집오곤 늘 그리워했던 제 고향 풍경이더군요. 여든이 넘어선 병원 신세를 졌어요. 지루할까 딸이 다시 펜과 종이를 줬는데 그것 참 시간 가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권애윤/조무준 화가 외손녀 : 식사도 안 하시고 앉아서 정자세로 그리니까 의사들이 너무 걱정을 하기 시작하더라고요. 혹시 욕창이 생길까…]

[제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 돌본 손주들이 벌써 아이를 낳고 키우네요. 그 손주 덕에 전시회라는 것도 열게 되었고요.]

[정영서/관람객 : 봄 문턱에 와 있잖아요. 이 그림으로 인해 봄이 오는 소식도 빨리 알려지는 것 같고…]

[권애윤/조무준 화가 외손녀 : 학교 한번 안 다니시고 미술 한번 배워보지 못한 분들도 그릴 수 있다는 그런 것들을 많은 분들에게 같이 나눴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화가 조무준 (1925~2018) : 안타깝지만 전 3년 전 세상과 작별해 전시회 온 손님들에게 직접 인사를 건네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많이 오셔서 마음의 꽃밭을, 마음의 봄을 담아 가세요.]

(영상그래픽 : 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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