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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집콕에 '더 커진' 층간소음…건설사는 '엉터리 시공'

입력 2021-02-2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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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신경안정제를 먹기도 하고 이사를 가야 하나 고민하는 일, 모두 층간소음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이웃끼리 배려하는 것 빼고는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어서 윗집도 아랫집도 계속 참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말 층간소음이 단지, 이웃끼리 배려가 부족한 탓인지, 혹시 부실한 시공은 없는 건지 밀착카메라가 아파트 공사 현장을 직접 돌아봤습니다.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온 A 씨.

이사 후 A씨 가족들은 새벽마다 쾅쾅 울리는 소리에 잠을 설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이게 반복돼요. 이렇게 이런 식으로…]

[A씨 : 이런 소음이 처음이에요. 자다가 한 1시, 아니면 3시? 뭐 5시? 이러다가 저는 잠을 못 자는 거죠. 이 소리가 계속 들리니까…]

급기야 이명까지 들리기 시작해, 이사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A씨 : 제가 이사를 고려하는 이유가 딸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스트레스가 심할 거 같아요…]

A씨는 민원을 넣고 윗집과 말다툼도 벌이다 결국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중재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윗집이 노력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B씨는 2년 가까이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이 톱질 때문에 일어난 것도 오전 6시…]

윗집에 수차례 항의하다 갈등이 더 심해졌습니다.

[B씨 : 방문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한 번 해보겠는데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다' 이야기를 딱 들으니까 순간…그 이후로 더 유심히 관찰을 하게 됐죠.]

지금은 신경안정제까지 복용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층간소음상담실에도 연락해봤지만, 코로나 때문에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C씨 : '집합금지 명령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올 수가 없다'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참 답답하고…]

엉뚱한 사람이 층간소음을 일으켰다고 욕을 먹기도 합니다.

아랫집 남성이 방망이를 들고 소리를 지릅니다.

음식물쓰레기통을 걷어차고, 우산으로 난간에 화풀이도 합니다.

하지만 당시 윗집이 공개한 CCTV를 보면 집 안에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C씨 : 아예 집에 사람이 없었어요. CCTV 보시면 동시간대 분명히 안방, 거실, 아들 방에 사람이 아예 없어요.]

이웃끼리 치고 받는 층간소음, 아파트 자체엔 문제가 없는 걸까.

취재진은 지난 2년 간 수도권의 아파트 공사현장들을 돌아봤습니다.

소리를 차단하는 자재가 바닥에 제대로 시공됐는지 살펴봤습니다.

층간 소음을 막기 위해서 국토부가 정한 규칙에 따르면 이 벽과 바닥이 시멘트로 연결이 되어선 안 됩니다.

그런데 지금 시공 상태를 보면 이 시멘트가 단단히 굳어서 벽과 바닥이 연결이 되어 버린 상태고요.

이쪽을 봐도 이 바닥을 만져보면 이 연결 부위가 이미 시멘트가 굳어서 벽과 바닥이 전부 이어져 있습니다.

이 상태라면 소음이나 진동 발생 시 벽을 타고 전달이 될 수 있어서 층간 소음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벽과 바닥이 붙게 되면 집 자체가 거대한 울림통이 되기 때문입니다.

[층간소음 시공전문가 : 벽채랑 바닥이랑 분리가 안 되어 있지 않습니까? 측면 완충재는 안으로 들어가 있어요. 그런데 모르타르를 타설하면서 시공비를 아끼려고 하니 그냥 벽이랑 붙여버린 거죠.]

반대로 규정대로 된 경우엔 바닥과 벽이 완벽히 분리되고 완충재가 사이에 잘 들어가 있습니다.

입주하는 사람들은 바닥을 까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습니다.

층간 소음을 측정할 때만 규정에 맞게끔 벽과 바닥을 분리하는 경우가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층간소음 시공전문가 : 다 여기를 이렇게 깬다고 이렇게. 여기도 이렇게 깨지잖아요? 이렇게 깨놓고 다 한단 말이야. 이렇게 해가지고 소음 측정을…]

층간소음에 취약하게 아파트를 지어놨다고 해서 아파트를 다시 지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서로 조심하면서 산다고 할지라도 층간소음 피해를 어떻게 표현하느냐, 이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면 갈등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잘 종합할 수도 있는데요.

두 달 전, 아랫집이 윗집에 보낸 편지입니다.

자식을 셋이나 키워 잘 이해한다며, 어렵겠지만 조금만 신경 써달라는 당부가 적혔습니다.

또 방문하려다 아이와 아빠가 노는 소리에 발길을 돌렸다는 말도 있습니다.

[박은주 윤종웅/서울 용산구 : 굉장히 감사했어요. 보통 인터폰을 바로 한다든가 경비실 통해서 조용히 해달라고 말씀을 해줄 법도 한데…]

이후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은 후 직접 소통하며 서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보복 스피커를 쓰는 일이 대수롭지도 않은 요즘, 생각해볼 대목입니다.

층간소음은 상상 이상으로 큰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킵니다.

불만을 넘어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입증이 쉽지 않아, 도움받을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웃 간 배려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론 층간 소음 문제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시공이 문제입니다.

건물을 지을 때 검증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VJ : 서진형 / 영상그래픽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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