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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기사 쓰지 말아 주세요. 저 더 욕 먹어요.".txt

입력 2021-02-23 16:12 수정 2021-02-23 17:28

[기동취재] "기사 쓰지 말아 주세요. 저 더 욕 먹어요.".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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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기사 쓰지 말아 주세요. 저 더 욕 먹어요.".txt

"기사 쓰지 말아 주세요. 저 더 욕 먹어요."
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주민 반발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주민 반발

경북대 앞 이슬람사원 건립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대구 북구청에 방문했을 때 들었던 말입니다. 이슬람사원 건축 허가를 낸 주무관은 하루종일 전국에서 걸려오는 항의 전화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이미 주무관의 자리 내선 전화번호가 온라인에 공유됐고 이름, 성별까지 오르내렸습니다. 주무관은 허탈한듯 "법적으로 문제 없어서 허가를 내줬는데 이런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며, "기사 나가면 더 힘들게 될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주민 반발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주민 반발

문제는 최근에 시작됐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짓고 있었던 이슬람 사원. 본격적으로 뼈대가 올라서자 주민들이 문제를 삼기 시작한 것입니다. 주민들은 여러가지 우려를 쏟아냈습니다. 일단, 냄새와 소음 문제입니다. 인도식 커리를 비롯한 음식을 해 먹을 때 향신료 냄새가 너무 심하고, 기도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서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이슬람 전통 복장을 한 남성들이 돌아다니면 밤에 무섭다고도 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사원 측이 주변에 있는 집을 끊임없이 사들이고 있다며 이들이 동네를 잠식하게 될까봐 우려했습니다. 주민들로서 할 수 있는 걱정입니다.
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주민 반발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주민 반발

사원 측은 어떤 생각인지 알고 싶어 건축주를 수소문했습니다. 서툰 한국어가 가능한 나르드 칸 씨를 근처 사무실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은 8년 전부터 여기서 기도를 해왔다고 합니다. 경북대에 다니는 이슬람 학생들이 기도할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소음이나 악취로 인한 민원이 심하지 않았기에 이번에 이렇게 극심한 반발이 터져나올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또, 이들은 국가 간 장학생 프로그램으로 유학하러 온 학생들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원이 보장됐다고 했습니다. 경북대에서도 "(이슬람 학생들은) 다 선발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위험한 사람들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주변에 있는 집을 사들인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습니다. 길이 너무 좁아 공사 허가가 나지 않게 돼 돈을 더 구해서 앞집을 사들인 것뿐이고, 그 이상 집을 사기엔 돈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왜 이렇게까지 하면서 사원을 지으려고 하는 것일까? 이들에게 하루 5번 기도를 올리는 것은 존재 의미와도 같습니다. 절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과거 단발령이 내려졌을 때 우리 조상들이 느꼈던 감정과 비슷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임시 예배당에서 만난 한 이슬람 학생 신도도 "사원을 짓지 말고 기도를 하지 말라는 것은 여기서 나가라는 것과 다름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오늘도 온라인엔 이슬람에 대한 댓글이 오갑니다. 어떤 것들은 일부 사실입니다. 이슬람의 일부 종파 중엔 실제로 일부다처제를 채택하는 곳이 있고, 그쪽에선 여성 인권을 가볍게 여긴다고 합니다. (인남식 교수는 그 비율이 약 10%라고 했습니다.) 잘 모르는 우리들 입장에선 두려움과 걱정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경찰과 출입국관리소, 국정원 등에선 국내에 있는 이슬람 사원과 집단을 주요 관리대상으로 보고 우려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금도 여러 방식으로 내부 사정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주민 반발대구 이슬람 사원 건립 주민 반발

하루 아침에 이들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 교회도 우리나라에 처음 뿌리 내릴 때 엄청난 진통과 희생을 겪었습니다. 지금 이렇게 법적 문제 없는 사원 건축을 중단시킨 것만으로도 종교적 차별이라는 입장도 있지만, 저는 기존에 살고 있던 주민들의 우려도 이해가 갑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원칙대로 일을 처리한 공무원이나 다른 사람을 괴롭혀서는 안 되겠죠. 바라는 것은 주민들도 불편하지 않고 신도들도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타협점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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