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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은수미 성남시는 왜 공익신고자의 경력을 삭제했나

입력 2021-02-23 15:30 수정 2021-02-2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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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세 장의 경력증명서가 있습니다.

이 전 비서관이 지난해 3월 발급받은 경력증명서(맨 위부터)와 올해 1월, 2월 각각 발급받은 경력증명서이 전 비서관이 지난해 3월 발급받은 경력증명서(맨 위부터)와 올해 1월, 2월 각각 발급받은 경력증명서

첫 번째 경력증명서와 두 번째 경력증명서에는 모두 직위란에 '정책/대외협력/민원/경호'를 담당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 세 번째 경력증명서에는 '현장 민원상담 및 경호'라고 쓰여 있습니다. '정책'과 '대외협력'이 없어진 것이죠.

모두 같은 사람이, 같은 곳에서, 같은 직무에 대해 발급받은 서류인데 말입니다.

지난해 JTBC 뉴스룸 보도로 채용비리를 고발한 이모 전 비서관지난해 JTBC 뉴스룸 보도로 채용비리를 고발한 이모 전 비서관


경력증명서의 주인공은 지난해 말 '성남시 채용 비리' 등을 고발한 이 모 전 성남시 비서관입니다.

퇴직한 지 1년 만에 본인이 담당했던 업무가 공식 문서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그가 '성남시 채용 비리(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s?news_id=NB11984717) '와 '은수미 수사 경찰 유착 의혹(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s?news_id=NB11988722)'을 제기한 이후 생긴 변화입니다.

◇1년 만에 발견된 '문제점?'

지난 15일 성남시는 보도자료를 하나 냈습니다.

성남시에서 배포한 '허위 경력 방지' 보도자료 성남시에서 배포한 '허위 경력 방지' 보도자료


최근 경력증명서 발급시스템상 일부 '허점'이 나타났다며 '허위경력방지'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취재진은 성남시에 공식 질의를 했습니다.

1. 발견된 '허점'이 무엇인지,
2. 조사대상은 몇 명인지, 발표는 언제 하는지,
3. '허점'을 만든 담당자는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

성남시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최근 성남시 부정채용 관련 일련의 과정에서 퇴직자의 경력관리 시스템상 문제점이 발견되어 확인하였고, 이에 대해서는 전산입력, 관리부실 등 일부 개선이 필요한 사각지대를 내부적으로 개선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인 사항은 좀 더 시간을 두고 검토가 필요한 사항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허점이 무엇인지, 조사대상 범위 등 질문에 대한 정확한 대답이 없었습니다.

취재진은 다시 물었습니다.
시간을 두고 검토가 필요하다면, 아직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모 전 비서관은 왜 벌써 경력증명서가 수정된 것이지 말이죠.

게다가 이 전 비서관이 사직한 시점은 지난해 3월입니다.
그동안 문제없이 경력증명서를 발급하다가, 1년 만에 갑자기 '문제점'이 생겼다고 하는 이유도 궁금했습니다.

답변은 이랬습니다.

성남시에서 추가로 보낸 답변자료성남시에서 추가로 보낸 답변자료


정리하자면, 원래 성남시 공무원들은 본인의 업무를 알아서 입력했고,
그걸 '신뢰한(?!)' 인사 담당자가 경력증명서를 발급해왔다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 입력된 내용이 채용 당시 업무와 다르다는 것이 최근 확인돼 수정했다는 설명입니다. 더불어 10건을 수정조치 했고, 이달 말까지 전수조사를 하되, 결과 발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취재진은 행정안전부에 공무원 경력증명서 발급이 정말 이렇게 '신뢰'에 의해 진행되는 것인지 물었습니다.

[행정안전부 지방인사제도와 답변]
"임기직 공무원의 업무는 임면권자가 정하는 사항이다. 개인이 업무를 했고, 담당했다고 인정이 되면 당연히 떼 주는 게 맞다.
다만 경력증명서 발급은 기관에 개인이 기관에 협조를 구해서 발급받는 것이다. 발급이나 열람, 출력은 임용권자의 재량으로 규정한다"

〈지방공무원 인사기록 통계 및 인사사무 처리 규칙 23조 2항〉
"임용권자는 재직 중이거나 퇴직한 공무원이 경력증명서의 발급을 청구할 때에 서식에 따라 발급한다."

한마디로 임기직 공무원의 업무나 '경력증명서'라는 것은 임용권자의 재량에 따라 만들어진다는 겁니다.

이 전 비서관의 임용권자는, 은수미 성남시장입니다.

◇'대외협력'이 중요한 이유

지난 2일은 시장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입니다.
경찰이 성남시 채용 비리와 관련해 성남시청 등 여섯곳을 압수 수색을 한 직후 올렸습니다.

은수미 시장 페이스북은수미 시장 페이스북


은 시장은 이 글에서 이 모 전 비서관은 '수행'을 맡지 않았고, '현장 집단민원 상담'을 하거나 '경호'를 한 인력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은 시장의 말대로라면, 아무도 이 전 비서관에게 채용 비리와 관련된 업무 지시나, 은 시장의 수사 상황을 알아보는 일 등 소위 '대외협력'업무를 시킨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이 전 비서관이 고발한 내용은 모두 업무 외 일로, '개인의 일탈'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은 시장의 말대로, 정말 이 전 비서관은 '대외협력' 업무를 하지 않았을까요?

'대외협력'은 시가 유관기관과 함께 진행하는 모든 일을 포괄적으로 말합니다.
이 전 비서관의 경력증명서에 함께 적힌 '상벌사항'을 보면, 분당경찰서장, 기호일보 사장, 광주광역시장으로부터 상을 받은 기록들이 있습니다.


이 전 비서관 경력증명서에 기록된 상벌사항이 전 비서관 경력증명서에 기록된 상벌사항


상훈을 보니 '경찰행정 발전과 치안 서비스 향상 유공', '지역 언론 육성 발전 유공', '지역사회 발전 유공' 등입니다. 모두 '대외협력'에 해당하는 수상 내용입니다.
이 전 비서관이 대외협력 업무를 하지 않았다면, 외부기관에서 상을 줄 리 만무한 부분이죠.
이 전 비서관의 경력을 문제 삼으려면 해당 기관의 표창에도 모두 문제로 삼아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2년간 정책과 대외협력 업무를 했고, 직속 상사를 통해 시장에게 지속해서 보고했다는 증거들이 너무나 많은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전 비서관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간 본인이 해온 일을 전부 부정당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며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사라지는 '과거'와 끝없는 '음해'

이 전 비서관은 얼마 전 언론중재위원회에 다녀왔습니다.

한 언론사에서 '참 이상한(?) 성남 공익제보자'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썼고, 이에 항의하기 위해 해당 언론사를 언중 위에 제소한 겁니다. (현재 이 기사는 해당 언론사의 잘못 시인으로 삭제됐습니다.)

그 기사의 내용은 제목처럼 이 씨가 이상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임기제 7급 공무원으로 성남시에 들어온 그의 업무는 민원상담과 경호였다. 업무를 젖혀두고 그가 쏟아내는 녹취와 사찰을 누가 시켰는지, 개인의 일탈인지, 상대방의 동의를 받고 녹취를 했는지 그것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해당 칼럼 중 일부)

이 전 비서관이 언론과 수사기관에 제공한 녹취들은 자동전화녹음 기능에 남은 것들이었습니다.

그는"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휴대전화에 남은 녹음파일이 많았다"며 " 시가 잘못을 시정하길 바라며 자료를 공개했는데, 개인의 일탈이니, 누군가의 사주니 하는 소리를 계속 듣고 있다"고 허탈해했습니다.

언중 위에서 이 기사는 해당 언론사와 담당 기자가 문제점을 인지하고 스스로 삭제하기로 결정됐습니다.

〈언중위 조정합의서 내용〉
가. 이 기사가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더는 열람, 검색되지 않도록 조치한다.
나. 향후 공익제보의 취지를 훼손하는 음해성 기사 일체를 게재하지 않는다.

음해하는 글과 싸워야 했던 이 전 비서관은, 이번에는 자신의 과거를 지우는 성남시와 싸우게 됐습니다.
이 전 비서관은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자 보호 신청을 했습니다.

공익신고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공익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공익신고자라는 이유로 과거를 지우거나 음해당하는 일 같은 '불이익' 말이죠.

성남시 채용 비리와 경찰 수사정보 유출 수사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수사 진행 한가운데에서 공익신고자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성남시가 말하는 '허위경력방지'제도가 '공익신고방지' 제도가 아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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