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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굴 판매 1천억' 통영…'껍데기산' 골치

입력 2021-02-22 21:12 수정 2021-02-2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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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굴이 요즘 제철입니다. 통영에선 사상 처음으로 판매액 천억 원을 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먹고 난 굴의 껍데기가 해마다 수십만 톤씩 쌓이고 있습니다. 악취도 심해서 굴 재배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골칫거리입니다.

어느 정도인지 또 해법은 없을지, 밀착카메라 연지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멀리 보이는 회색빛 언덕.

가까이 가보니 무언가 쌓여있습니다.

굴 껍데기입니다.

껍데기가 쌓여 있는 이 언덕에 옆에 와봤습니다.

마치 산처럼 쌓여있는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에선 매년 30만 톤 넘는 굴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패류 중에서도 가장 많은 양입니다.

그렇다 보니 굴을 재배하는 지역에서는 해마다 발생하는 수십만 톤의 이런 껍데기 폐기물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A씨/주민 : 도로에다 쌓아놓고 여기다가 쌓아놓고. 동네가 동네가 아니야, 냄새 때문에.]

[B씨/주민 : 냄새도 많이 나거든요. 어린아이들 같은 경우는 지나갈 때 머리가 아프다고 해요.]

이곳저곳이 껍데기 천지입니다.

바닥에도, 갓길에도 굴 껍데기가 쌓여있습니다.

냄새를 따라 왔더니 이렇게 굴 껍데기가 잔뜩 쌓여있습니다.

가까이서 맡으니까 냄새도 더 심한데요.

굴 껍데기로 만들어 놓은 담벼락처럼 보입니다.

굴 껍데기는 매년 약 28만 톤 넘게 발생하는 거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A씨/주민 : 저게 인체에도 안 좋아요. 옛날에는 갈아서 밭에다 비료로 썼는데…]

[C씨/주민 : 아무래도 냄새라든지 주민 환경이라든지 이런 데 안 좋지.]

굴 까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씻어내고 깐 굴을 통에 담습니다.

껍데기가 컨베이어벨트 위로 쏟아져 내립니다.

굴을 까는 이른바 박신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굴을 반으로 잘라서 먹기 좋게 재가공하는 작업인데요.

올해 사상 처음으로 경남 통영지역에서는 굴 판매량이 100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껍데기도 많이 나오다 보니까 처치 곤란이라고 합니다.

[굴 작업장 관계자 : 패각이 많이 나오지. 이게 다 돈이야 버리는데. 이게 산업폐기물로 들어가서…]

폐기물관리법상 사업장폐기물이어서 허가 없이 임의로 옮기거나 태울 수 없습니다.

이런 껍데기들, 어떻게 처리될까.

먼저 비료나 사료로 재활용될 수 있습니다.

굴 껍데기를 재활용해서 비료로 만드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굴 껍데기는 대부분이 칼슘과 석회로 이뤄져 있어서 염분을 제거한다면 토양에 뿌려 비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에서는 이런 비료를 농들에게 나눠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농민들이 이런 비료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

[경남 통영시청 관계자 : 점점 비료 수요가 안 되는 겁니다. 패화석 비료보다는 원래 쓰던 비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경남농업기술원 관계자 : 염분 적은 양으로는 토양에 들어가서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거든요. 저희가 지속해서 홍보는 하고 있습니다. 잘 모르시니까.]

수요가 줄다보니 비료 공장에 쌓아두는 껍데기는 크게 늘었습니다.

지자체에선 올해부터 껍데기를 쌓지 못하도록 행정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180일은 쌓아둬야 염분이 사라지기 때문에 실제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박세웅/한국패화석자원재활용협회장 : 새것 갖다가 하면 (만들 수 없지.) 그걸 만들라고 하니까 염분 많지, 암모니아 가스 나오지.]

굴 껍데기는 법규상 사업장폐기물이다 보니 수출도 어렵습니다.

[박세웅/한국패화석자원재활용협회장 : 인도네시아, 중국이 안 받으려고 하는 거야. 폐기물이니까. 국내에서 다소 소비가 될지 몰라도 해외 수출은 못 하는 거야.]

바다에 버리기도 하지만 비용이 문젭니다.

[경남 통영시청 관계자 : 동해 정해역이라고 지정 폐기물 버리는 곳이 있거든요. 돈이 많이 들다 보니까 계속할 순 없고 좀 많이 곤란하죠.]

비료로 처리하는 것보다 세 배 넘는 비용이 들어갑니다.

가장 큰 문제는 어느 정도 쌓였는지 정확한 파악이 안 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걸 확인하는 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사용하고 폐기할지에 대한 계획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지자체는 이번 수확철이 끝나는 대로 전수조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경남 통영시청 관계자 : 전수조사 예정이 되어 있거든요. 올해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조사도 예정되어 있어요, 4월 넘어서.]

굴 하나 무게의 90%는 이 껍데기가 차지합니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특산품이지만 많이 팔릴수록 여기 아름다운 해안선에는 더 많은 껍데기가 쌓이는 상황입니다.

내년 이맘때에도 수십만 톤의 굴 껍데기가 나올 겁니다.

현장과 머리를 맞대고 좀 더 유연한 대처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VJ : 최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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