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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대 "렘지어 논문 수정할 것"…일파만파 램지어 사태

입력 2021-02-21 14:02 수정 2021-02-2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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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를 둘러싼 논란이 전세계 학계로 일파만파 커지는 양상입니다. 영국에선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수정할 뜻을 밝혔고, 하버드대의 다른 교수들은 램지어 교수에 대한 공개 비판에 나섰습니다. 한국에선 교수들이 미국 매체에 램지어 교수를 옹호하는 취지의 글을 올리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케임브리지대 학술지 "램지어 논문 수정할 것"
 
지난 17일(현지시간) 뉴저지주 위안부 기림비 앞에서 열린 '역사왜곡 논문 철회 촉구' 궐기대회에 참석한 한인 단체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 동북부 한인회연합회〉지난 17일(현지시간) 뉴저지주 위안부 기림비 앞에서 열린 '역사왜곡 논문 철회 촉구' 궐기대회에 참석한 한인 단체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 동북부 한인회연합회〉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오류를 인정한 곳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학술지 편집진입니다. 해당 학술지는 2019년 6월 발표된 램지어 교수 논문을 오는 8월 발간될 학술지에 실을 예정인데, 예상 밖 상황에 당혹스러운 기색입니다.

램지어 교수가 쓴 '자경단: 일본 경찰, 조선인 학살과 사립보안업체'라는 제목의 해당 논문에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폭력적인 성향을 나타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램지어 교수는 "조선인이 방화 등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일본인이 (학살 등으로) 대응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학술지 공동 편집장을 맡은 앨론 해럴 이스라엘 히브루대학 로스쿨 교수는 국내 언론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램지어 교수의 이 논문을 "매우 유감스러운 실수"라며 "원문 그대로 학술지에 실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럴 교수는 일제 강점기 역사를 램지어 교수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실수를 인정했습니다.

또 편집진이 램지어 교수에게 비판적인 코멘트를 전달했더니 램지어 교수는 "상당 부분 일본 소식통에게서 들은 소문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램지어 교수가 논문을 '상당 부분' 수정할 의사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하버드대 교수들도 램지어 비판

하버드대 안에서도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이 학교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카터 에커트 교수와 역사학과 앤드루 고든 교수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램지어 교수의 연구에 결함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램지어 교수가 위안부 피해자가 실제 맺은 계약을 확인하지도 않고 논문을 썼다는 겁니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가 제3자의 진술이나 구술증언 등을 제시하지 못하는 데다 일본군이 미얀마에서 전투를 벌이기도 전 이 지역에서 매춘 계약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점도 비판했습니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최악의 학문적 진실성 위반을 저질렀다는 게 이들의 결론입니다.

뉴욕한인학부모협회와 매사추세츠주한인회 등 미국 한인단체들도 행동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하버드대 총장에게 램지어 교수의 즉각 사임을 요구하는 한편 다음달 1일 삼일절을 맞아 학교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 계획입니다.

◇한국 일부 교수 "램지어에게도 학문적 자유 인정돼야"
 
조 필립스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 부교수와 조셉 이 한양대 정치외교학 부교수가 18일(현지 시각)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에 공동 기고한 '위안부와 학문의 자유에 대하여'라는 글. 〈사진=디플로맷 캡처〉조 필립스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 부교수와 조셉 이 한양대 정치외교학 부교수가 18일(현지 시각)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에 공동 기고한 '위안부와 학문의 자유에 대하여'라는 글. 〈사진=디플로맷 캡처〉

반면 한국 일부 교수들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서도 학문적 자유가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 필립스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 부교수와 조셉 이 한양대 정치외교학 부교수는 지난 18일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에 공동 기고한 글에서 "해당 논문을 둘러싼 논쟁은 위안부 문제에 관한 토론의 공간이 얼마나 제한됐는지를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우리의 목적은 램지어 교수의 글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일본과의 개인적인 연관성을 이유로 램지어의 학문적 진실성을 공격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외국인 혐오로 들린다"고도 했습니다. "위안부 여성과 관련한 연구와 논쟁이 한국에서 제약을 받아 정치·사회 내 집단적 사고가 조성돼왔다"는 게 기고문의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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