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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뉴스+] "숨길 필요 없잖아요"…투병기·재활기 공개하는 2030

입력 2021-02-21 12:12 수정 2021-02-21 12:58

취재 후: '아픈 청춘'의 값진 기록…그들의 '특별한 투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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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후: '아픈 청춘'의 값진 기록…그들의 '특별한 투병기'



"아프고 난 뒤 더 많은 사람들을 껴안을 수 있었다."
구스뉴스 4화에서는 자신의 투병기와 재활기를 영상ㆍ그림으로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고3 때 백혈병에 걸린 '푸른동그라미', 13살에 희귀암을, 28살 때 유방암을 앓은 이아로 씨, 29살에 낙상 사고로 전신마비가 온 박위 씨입니다. 방송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구스뉴스+'에서 전합니다.

 
인스타그램 'pu_dong_122'에 백혈병 투병기를 올리는 푸른동그라미 작가.인스타그램 'pu_dong_122'에 백혈병 투병기를 올리는 푸른동그라미 작가.

#"수능 공부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푸른동그라미(21ㆍ남)는 고등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방학에 백혈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급성 림프모구성 백혈병으로 1년간 집중 항암 치료를 받은 뒤 지금은 유지 항암을 하고 있습니다. 유지 항암은 암세포를 줄이기 위한 치료 후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치료입니다. 수능이라는 목표점을 위해 달리다가 갑자가 멈춰 서게 됐습니다. 수험생 때 학교에 나가지 못했고, 병원 학교에서 수업을 이수해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예중ㆍ예고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 그림 배웠던 걸 떠올렸습니다. 병원 생활을 조금씩 그림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 올린 만화는 80여 개. 어떤 치료를 받는지, 병원 생활은 어떤지 담았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 댓글로 소통하고, 때론 위로도 받습니다.

Q.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에 수능을 포기하게 되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A. 걸리기 몇 달 전부터 몸이 안 좋았습니다. 주위 친구들과 달리 수능 공부를 하지 못해 불안하고 뒤쳐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친구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래도 저는 백혈병 때문에 군면제니까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하려고 합니다.


Q. 왜 그림으로 그리나요?

A. 울렁거림이 심한데 그림을 그리면 집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집중 치료하던 당시, 친구들은 고3이라 연락하기 어려웠고 외로웠는데, 댓글로 위로도 많이 받아 감사했습니다.

 
인스타그램 '28and2' 에 투병기를 만화로 올리는 작가 이아로 씨. 인스타그램 '28and2' 에 투병기를 만화로 올리는 작가 이아로 씨.

#"'별 거 아니야, 어서 나아서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말해주세요"
이아로(30ㆍ여) 씨는 13살 때 희귀암인 유잉육종을, 28살 때 유방암을 앓았습니다. 13살에 발견한 암으로 15년을 투병했는데 마지막으로 CT를 찍었을 때 유방암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아버지는 조용히 우셨습니다. 아로 씨도 절망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항암 치료를 위해 머리를 다시 밀었습니다. '차마 못 밀겠다'고 말하는 미용사 아주머니를 위로한 건 아로 씨였습니다. "군대 가는 분들의 마음도 이렇겠죠?"하고 웃어 넘겼습니다.

지금은 두 번째 암도 이겨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친구 최초지(29ㆍ여) 씨와 함께 만화로 그려냅니다. 만화에서 '아로'는 얼굴이 동그랗고 눈이 초롱초롱한 캐릭터인데, 오랜 친구인 초지 씨가 보기에 아로 씨의 자아는 이렇게 생겼을 것 같았다고 합니다.

Q. 두 번째 암을 치료하면서는 뭐가 가장 힘들었나요?

A. 항암치료가 몸만 힘든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우울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우울증 증상 같은 것도 오더라고요. 그런게 더 많이 힘들었는데 제가 두 번째 암이다 보니 가족들 앞에서는 이런 걸 티내는 게 너무 싫은 거예요. 더 안 아픈 척 씩씩한 척 하다보니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Q. 13살부터 투병 생활을 하다보니 어렸을 때부터 '젊은데 아프냐' 같은 말 많이 들었을 것 같아요.

A. 진짜 많이 들었어요. 병원에 있으면 '어린 애가 아프냐'고 엄마한테 먼저 말 거시는 분도 되게 많고, 많이 쳐다보고 하시거든요. 솔직히 조금 씁쓸해요. 그런 말 들으면 '남들은 평생 안 걸릴 수 있는 병을 나는 두 번이나 걸렸구나'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Q. 그럼 젊은 환우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는 게 좋을까요?

A. 아무래도 암이라는 병이 큰 병이다보니까 미래가 안 보여요. '내가 나중에 소소하게 가족들이랑 여행갈 수 있을까', '내가 맛있는 것 먹으러 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많이 들어요. 그럴 때 '이거 별 거 아니야. 어서 나아서 나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위라클' 채널에 재활기와 휠체어 일상을 올리는 유튜버 박위 씨.유튜브 '위라클' 채널에 재활기와 휠체어 일상을 올리는 유튜버 박위 씨.

#휠체어에 앉으니 보이는 것들
박위(35ㆍ남) 씨는 6년 전 낙상 사고로 척추가 부러졌습니다. 의사는 '앞으로 평생 전신마비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위씨는 지금 휠체어를 타고 곳곳을 누빕니다. 사고 몇 주 후 손가락 하나가 움직였는데, 열심히 재활 훈련을 해 지금은 라면도 직접 끓여 먹을 정도로 손을 쓸 수 있습니다. 운전도 합니다. 회복 속도는 기대보다 느렸지만, 조금씩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늘려 갔습니다.

위씨는 휠체어를 탄 자신이 '유니크하다'고 했습니다. 남들이 눈길을 걸으면 콘텐트가 안 되지만, 전신마비인 자신이 눈 오는 날 휠체어 타고 편의점에 가는 건 콘텐트가 된다는 겁니다. 그는 휠체어를 탄 뒤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게 보인다며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기자에게도 '다음에 휠체어를 함께 타고 거리로 나가보자'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Q. 휠체어를 타고 있으면 어떤 게 보이나요?

A. 예를 들면 이런 게 있어요. 제가 KTX 타러 가면 복지카드 할인을 받을 수 있거든요. 동반 1인도 50% 할인이 돼요. 티켓을 끊을 때 제가 당사자이고 제 카드이기 때문에 제가 이야기를 하는데, 제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역무원도 있어요. 저는 '장애인'이고 친구는 '보호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어떤 주체로 대우하지 않는 느낌을 받죠. 그런 경우 꽤 있어요.


Q. 왜 유튜브 콘텐트를 만드나요?

A. 지금은 앰뷸런스 지나가면 다 비켜주잖아요. 그런데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어요. 구급차 지나갈 때 차들이 비켜줘서 그 안에 있던 위급한 환자가 생명을 구했다는 뉴스가 있었어요. 이후 운전문화가 바뀌었어요. 저는 그게 영상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휠체어 타는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고 그래서 고통받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어요. 영상의 힘으로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Q.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게 '고난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A. 전신마비가 되어 휠체어 탄 세월은, 객관적으로 보면 고난일 수 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손도 못 움직이고, 생리 현상도 소변줄을 써서 해결해야 하고…' 이런 것만 생각하면 사실 저도 너무 힘들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나의 상황이 장점이다, 누군가에게 용기가 될 수 있다' 마음 먹으면 단순한 생각의 차이인데 삶이 바뀌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저의 이런 이야기를 듣고 많은 분들이 '오늘 죽으려 했는데 살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해주셨습니다.

 
이아로 씨와 함께 만화 작업을 하는 친구 최초지 씨가 '구스뉴스'를 위해 그려 준 그림.   이아로 씨와 함께 만화 작업을 하는 친구 최초지 씨가 '구스뉴스'를 위해 그려 준 그림.

영화 '소울 서퍼'는 상어에게 한쪽 팔을 잃고도 도전을 멈추지 않은 서퍼 베서니 해밀턴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한쪽 팔로 서핑 대회에서 우승한 뒤 "아프기 전보다 아프고 난 뒤 더 많은 사람을 껴안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제 눈에는 자신의 투병기ㆍ재활기를 공개하는 2030이 그렇게 보였습니다. 그들이 공개하는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들을 안아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스뉴스] '아픈 청춘'의 값진 기록…그들의 '특별한 투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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