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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또' 현대중공업 사망사고…'여전히' 안 지킨 안전수칙

입력 2021-02-16 11:36 수정 2021-02-1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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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2.6톤짜리 철판에 맞아 노동자 사망
내부자료 살펴보니 현장 안전 '엉망'

 
울산 현대중공업 사고 현장울산 현대중공업 사고 현장

연휴 시작 전인 지난 5일, 울산 현대중공업 작업장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가로 2m, 세로 8m 크기의 2.6톤짜리 철판이 흘러내리면서 지나가던 노동자 41세 강 모 씨를 덮친 겁니다. 이 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친 강 씨는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열 살도 채 안 된 어린아이 둘을 둔 가장은 그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안전지침 지켜지지 않았던 사고 현장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사고를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요? 저희 취재진은 사고 현장 영상과 안전수칙이 담긴 내부 자료들을 입수해 살펴보았습니다.

 
협력업체 작업지시서협력업체 작업지시서

①빈칸인 안전점검표
사고 당시 철판 작업을 했던 협력업체의 작업지시서입니다. '통행로 확보', '철판 고정 상태' 등 작업 전 안전 조치를 했는지 점검하는 표에는 아무 표시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강 씨는 철판과 철판 사이에 난 좁은 통로를 지나가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만약 통행로가 충분히 확보되었다면 철판이 강 씨 머리 위로 쓰러지는 일은 막을 수 있었습니다.

 
사고 당일 작업현황표사고 당일 작업현황표

②작업현황표에 없던 작업
게다가 해당 작업은 당일 작업현황표에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현장 노동자에게 작업현황표는 중요합니다. 현황표를 보고 어떤 작업이 어디서 진행되고 있는지 알면 작업에 들어가기 전 미리 안전 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작업환경이 안전한지 점검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대중공업 표준작업지도서현대중공업 표준작업지도서

③작업 순서 안 지켜
또 하나, 작업 순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현대중공업 표준작업지도서를 보면 굴곡이 있는 철판은 가장 마지막에 작업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즉, 평평한 철판부터 작업해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강 씨를 덮친 철판은 위로 볼록한 모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먼저 작업이 되었습니다.

해당 지적에 현대중공업은 "노동조합과 경찰, 노동부 등과 함께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대 재해 제로" 목표 무색…지난해 4차례 사망사고

이상균 현대중공업 조선해양사업본부대표 사장은 올해 현대중공업의 안전경영 목표를 '중대 재해 제로'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다짐에도 불구하고 새해가 시작된 지 두 달 만에 사망사고는 또 일어났습니다.

현대중공업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 재해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에만 사망사고가 4차례 있었습니다. 현대중공업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 감독이 끝나고 바로 다음 날 사망사고가 일어난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 JTBC 뉴스룸은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를 여러 차례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리포트
노동부 특별감독 직전…현장서 노동자들 숨긴 현대중(2020년 5월 25일)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52117&pDate=20200525

밀폐공간 작업 관리 미흡" 노동부 지적 하루 뒤 또 참변(2020년 5월 25일)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52116&pDate=20200525

'질식위험' 밀폐공간서…노동자들, 여전히 '위험한 용접'(2020년 5월 26일)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52332&pDate=20200526

특별감독 때 노동자 대화방엔…"점검 왔어요, 피하세요"(2020년 5월 26일)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52331&pDate=20200526

이 때문에 이미 노동부는 지난해 5월 말부터 현대중공업을 '안전관리 불량사업장'으로 지정해 특별관리를 해왔습니다. 현대중공업도 당시 조선사업 최고경영진을 교체하고, 3년간 안전 분야에 3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 달 전 취재진은 노동부와 현대중공업에 안전 대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물은 적이 있습니다. 양쪽 모두로부터 '해당 조치들을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답변이 무색하게 사고는 또 일어났습니다.


■'유능한 뱃사람' 책임감으로 나섰던 일터

노동부 울산지청은 지난 8일부터 5개 팀을 투입해 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집중 감독을 벌이고 있습니다. 노동부 집중 감독은 오는 19일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고인이 사용하던 사물함고인이 사용하던 사물함

'평온한 바다는 결코 유능한 뱃사람을 만들지 못한다.' 고인이 사용하던 사물함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고인은 그날도 '유능한 뱃사람'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일터에 나섰을 겁니다. 그러나 가족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사고는 반복됩니다. 사고의 원인을 찾는 데서 끝날 게 아니라 안전보다 이윤을 추구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같은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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